[특별자치 10년, 어디까지 왔나] ⑥ 규제완화·개발 치중...'도민복리'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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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2006년 7월1일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만 10년을 맞았다.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종전의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에 고도의 자치권 보장을 위해 외교, 국방, 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국제자유도시 완성을 위해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특별행정기관이 제주도로 이관됐고, 전국 최초로 감사위원회, 자치경찰단이 신설됐으며, 5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총 4437건의 권한이 이양됐다.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섰으며, 투자이민제에 따라 중국 자본이 물밀듯이 제주로 들어왔다. 

이렇듯 외형적인 성장과 대규모 개발이 진행됐지만, 특별자치도 10년동안 제주도민은 그 중심에 서지 못했다. 제주특별법에는 고도의 자치권과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통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돼 있을 뿐 제주도민은 사실상 객체로 취급됐다.

제주특별법의 목적이나 법이 지향하는 본질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은 배제된 채, 개발 등 수단적 가치가 더 강조됐던 탓이다.

올해 초부터 시민사회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제주특별법 1조 개정' 이 4.13 총선을 통해 이슈로 떠올랐다.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도 특별법 1조 개정을 약속했다.

특별법 1조 개정운동의 배경은 규제완화, 자본유치 등에 방점이 찍혔던 특별자치도 10년의 재진단을 통해 도민을 주체로 내세우기 위함이다.

실제로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는 '도민이 주체가 되어', '제주도민의 복지향상' 등이 명문화돼 있었지만, 현행 제주특별법에는 이런 문구가 삭제됐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제주특별법 1조를 '실질적인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제주특별자치도를 조성함으로써 제주도민의 복지향상 및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4.13 총선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강창일(제주시 갑)-오영훈(제주시 을)-위성곤 의원(서귀포시) 모두 제주특별법 제1조(목적) 개정을 약속했다.

강창일 의원은 "제주특별법은 국제자유도시를 세울 수 있도록 자치권을 주는 수단이다. 현 시점에서 정책 점검과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훈 의원은 "2006년 제주특별법이 제정됐지만 고도의 자치권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향후 10년을 위한 비전이 필요하다. 특별법 목적에 대한 법령상 개념 재정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도 "제주특별법에서 개발의 목적 자체가 도민의 이익이 아닌 국가 관점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도민의 삶을 살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며 "더불어민주당 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특별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에 참여했던 민기 교수도 제주특별법 개정요구에 대해 '제주도민의 복리향상'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입법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민기 교수는 "제주특별법 목적에서 본질적인 가치인 '제주도민의 복리'가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고 '국가발전에 이바지'만이 상대적으로 강조돼 있다"며 "특별법 제1조를 개정할 경우 '제주도민의 복리향상'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입법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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