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 10년, 어디가지 왔나] ⑦ 특별자치 10년 도민인식 설문조사

2년 후 제주에서는 교육의원 제도가 폐지돼 일반 의원들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제왕적 도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긴 했지만, 정치 불신·혐오 탓인지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할 때와 같은 41명 선에서 동결됐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끊임없이 ‘자치권 부활’ 요구가 분출하면서 “그럼 어떻게 할까”를 놓고 10년 넘게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지만, 옛 자치 시·군 체제로의 회귀냐, 시장만 직접 뽑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할 것이냐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해 논란만 분분하다.

대신 제주시-서귀포시 2개의 행정시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동서남북 4개의 행정시로 개편됐다. ‘어정쩡한’ 행정시를 아예 없애고, 도 전역을 8~10개의 대동(大洞)으로 재편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 참에 행정계층을 2단계로 확 줄이는 방안을 놓고 반상회를 열기로 했다.

<제주의소리>가 특별자치 출범 10년을 맞아 제주지역 오피니언 리더 3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자치 10년, 도민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해본 2년 후 제주의 모습이다. 이번 설문조사는 각계 오피니언 리더 313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20~22일 3일에 걸쳐 구조화된 설문지를 가지고 SNS를 통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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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4% “특별법 제1조(목적)에 ‘도민복리 증진’-‘청정·공존’ 문구 넣자”

제주특별법 제1조(목적)에 ‘제주도민 복리증진’과 제주미래비전의 핵심가치인 ‘청정’과 ‘공존’을 반영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90.4%가 “특별법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 가치를 분명히 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정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6.4%, 기타·잘 모름은 3.2%였다.

현재 특별법 제1조는 “종전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조문만을 놓고 보면 ‘특별자치’가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통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 수단이 되면서, 정작 제주 땅의 주인인 제주도민들의 복리증진은 도외시하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난 20대 총선 과정에서 시민사회에서는 특별법 제1조에 “도민행복”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했고, 후보들도 이러한 요구를 적극 수용해 ‘특별법 제1조 개정’ 공약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제주도 역시 6단계 제도개선 과제에 이를 반영키로 하고, 중앙정부와 절충 작업에 들어갔다.

‘자치권 부활’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했다. 어떤 모형이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와 ‘행정의 효율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기초의회까지 구성하는 ‘기초자치단체 부활’(37.4%)과 시장만 직선으로 뽑는 ‘행정시장 직선제’(35.1%)가 팽팽했다.

이어 ‘대동제 또는 책임 읍면동제 실시’가 16.3%였고, 현행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8%였다. 기타·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3.2%였다.

사실 ‘자치권 부활’ 논의는 특별자치도가 시행된 지 4년 만인 2010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분출됐다. 당시 우근민 후보가 ‘자치권 부활’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지만 기초의회까지 부활시킬 것이냐는 놓고 도민사회에서는 오히려 논란만 가중됐다.

결국 우 지사가 기초의회는 구성하지 않고, 시장만 직선으로 뽑는 것으로 정리(행정시장 직선제)했지만 2014년 원희룡 도정 출범과 함께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현재는 행정시 기능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법의 지방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따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주도의 지방의회 및 집행기관의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특별법 제8조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제주도의 정치 환경에 맞는 제도의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치재정권·자치입법권 등 법인격을 갖지 못하지만 도민 총의만 모은다면 행정시장 직선제가 됐든, 다른 무엇이 됐든, 얼마든지 새로운 ‘제주형 자치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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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의원, ‘폐지’ 72.4% vs ‘존치’ 24.3%…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까?

교육의원 제도의 존폐와 관련해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72.5%로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24.3%)을 압도했다. 기타·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3.2%였다.

교육의원 제도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교육의원을 선출하게 되지만 타 시도에서는 이게 끝이었다.

교육의원 직선제는 처음부터 한시적이고, 시범적인 성격이 강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교육의원 관련 규정은 2014년 6월30일까지 유효한 ‘일몰’ 규정이었던 탓이다.

그럼에도 제주에서는 교육의원 제도가 살아남았다. ‘(제주)특별법’ 우선 규정 때문이다.

제주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둔 2013년 6월 활동을 개시하며 교육의원 존폐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지만 제주도와 도교육청, 도의회 어느 한 기관도 이 ‘민감한 이슈’에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영역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제주도의회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서는 부정적인 의견(현행 규모로도 충분 46.3%, 오히려 축소해야 19.2%)이 65.5%나 됐다.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31.9%였고, 기타·잘 모르겠다는 2.6%였다.

의원정수는 제주특별법 제36조(도의회의원의 정수에 관한 특례)에 명시되어 있다. 교육의원 5명을 포함해 41명 이내에서 도의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도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비례대표 의원정수에 대해서도 교육의원을 제외한 정수(36명)의 20%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지난 2006년 7월 구성된 제8대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7명, 교육의원 5명 등 총 41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2번의 선거를 더 치렀지만 의원정수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제주의 경우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기초의회(4개 시·군의회 의원 수 38명)가 폐지됐고, 지난 10년간 인구가 10만명이 늘어나면서 일각에서는 제주도의회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시작했다.

무엇보다 ‘제왕적 도지사’를 견제·감시하기에 ‘집행기관 vs 의회’ 힘의 균형이 완전히 기울어지면서 의정역량 강화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이번 설문조사에서 도민들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정수확대에서 찾기보다는 내부 혁신, 또는 의정 보좌 역량의 강화를 통한 해법 모색을 주문한 것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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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남북’ 4개로 나누든, 8~10개 대동(大洞)으로 나누든 ‘행정구역’ 개편하자

자치모형 못지않게 현행 제주시-서귀포시 양 행정시로 되어 있는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에 대서는 응답자의 62.9%가 “필요하다”며 수긍했다.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31%, 기타·잘 모르겠다는 6.1%였다.

제주도에서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4개 자치 시·군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인 2005년 7월27일 진행된 주민투표는 혁신안-점진안을 놓고 진행됐다. 혁신안은 도와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 읍면동의 어정쩡한 3단계 행정계층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 혁신안은 그 이전까지 진행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 모형 연구용역’에는 없던 모형이었다. 당시 용역에서 제시된 ‘진짜’ 혁신안은 행정시가 없는 도-읍면동 단층제였다.

도와 읍면동 사이에 낀 행정시는 일종의 과도 체제라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조직도에서 사라져야 할 체제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과도체계가 10년간 이어지면서 이제는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 때문에 나오는 얘기가 행정구역만이라도 개편하자는 것이다. 이 역시 민선 5기 우근민 도정 당시에는 검토되었지만 도정이 바뀌면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당시 나왔던 방안 중 가장 유력한 게 현행 제주시-서귀포시 된 2개 행정시를 ‘동-서-남-북’ 4개의 행정시로 쪼개 도 전체의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자치계층 논의와 맞물려 있기 하지만 행정시를 없애는 대신 현재의 43개 읍면동을 8~10개의 대동(大洞)으로 재편하는 방법도 선택지 중 하나일 수 있다.

설문결과만을 놓고 보면 ‘고차 방정식’처럼 얽히고설킨 자치권 부활과 관련해서는 완전한 기초자치단체 부활 vs 행정시장 직선제 사이에 의견이 팽팽하지만, 제주도민 10명 중 6~7명은 지금과 같은 양 행정시 체제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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