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팩트] 박근혜 탄핵 시나리오와 3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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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할 여의도로 모든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9일 오후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박 대통령은 사상 두 번째로 탄핵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박근혜 탄핵안 가결 이후 남은 쟁점과 변수를 짚어봤다.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은 최대 6개월 걸리는 긴 여정의 출발일 뿐이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소추위원인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등본을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에 각각 전달한다.

소추의결서 접수와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권한 행사는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전 총리에 이은 역대 8번째 권한대행이다.

[쟁점①] 탄핵안 부결돼도 재의결 가능하지만 야당 의원직 사퇴 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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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회의장서 피케팅 벌인 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이 박근혜 탄핵을 촉구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대다수 국민이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겠지만, 탄핵안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될 수도 있다. 국회 재적위원 2/3인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탄핵안을 발의한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모두 찬성해도 29명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변수는 새누리당 비박계와 친박 초·재선 의원들이다. 새누리당 의원 129명 가운데 29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통과한다.

만에 하나 부결되면 일사부재의 원칙(국회법 92조)에 따라 같은 회기에선 탄핵소추안을 재의결할 수 없다. 이번 정기국회가 9일 끝나기 때문에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재의결할 수는 있다.

문제는 탄핵안 부결 후폭풍이다. 대다수 국민의 분노가 국회를 향하게 돼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큰 혼란에 빠져 재의결 시도를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난 8일 탄핵안 부결시 의원직 전원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실제 159명에 이르는 두 야당 의원이 한꺼번에 사퇴하면,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원 200인 이상으로 국회를 구성하도록 한 헌법 41조를 근거로 국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이 조문을 근거로 국회를 해산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의원이 사퇴한 지역구에 한해 보궐선거를 치르면 된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국회 해산은 어렵겠지만 국회는 틀림없이 그에 못지않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쟁점②] 박근혜 그만두면 탄핵 못한다? 사임 효력 의견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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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회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 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남소연
헌재 탄핵심판은 공직자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대통령이 재임 중 탄핵을 당하면 경호를 제외한 연금, 비서관, 국립현충원 안장 같은 전직 대통령 예우가 모두 사라진다. 또 탄핵 결정 이후 5년 안에는 공무원이 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탄핵심판이 인용 쪽으로 기울어지면 박 대통령이 자진 사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사임 가능 여부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되면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직은 임명권자가 없어 이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 의견대로라면 대통령 사임으로 탄핵심판은 절차는 중단되고, 사임 시점부터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반면 김정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에서 "국회법 규정은 선출직과 임명직을 구별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탄핵심판의 대상이 되는 선출직 공무원은 대통령뿐이므로 처음부터 선출직과 임명직을 구별한 법 형식은 아니다"라면서 "탄핵심판 중 하야하더라도 탄핵심판이 끝날 때까지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대통령 탄핵심판 중 하야 가능한가).

결국 그 공도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겠지만, 사임은 인정하든 안하든 법률적·사회적 논란은 피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모면할 생각으로 하야를 고려했다면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쟁점③] 2명만 반대해도 탄핵 기각? 개별 의견 공개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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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 위헌심판 첫 공개변론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오른쪽)과 재판관들이 지난해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이 이정미 재판관.ⓒ 유성호

헌법재판관 임기도 탄핵 결정에 큰 변수다. 헌법재판소는 소추결의서를 접수받은 뒤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2월 9일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늦어도 내년 6월 안에는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정을 해야 한다.

공교롭게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과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5년 임기가 각각 내년 1월 31일과 3월 14일에 끝난다. 탄핵안 통과 시점부터 따지만 각각 54일, 96일째다. 헌재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63일 만에 결정을 내린 걸 감안하면 이정미 재판관 임기 안에는 끝날 수도 있지만, 자칫 3개월을 넘기면 두 재판관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탄핵 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재판관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이 새 재판관을 임명하면 되지만, 대통령 탄핵심판 도중인 데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회 동의까지 거쳐야 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이뤄지려면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참석해 6명 이상이 찬성(인용)해야 한다. 2명이 모두 빠진다고 가정하면 재판관 7명 가운데 2명만 반대(기각)해도 탄핵은 무산되는 셈이다.

헌법재판관 개별 의견 공개도 개개인의 정치적 이념적 성향 못지 않은 변수다. 지난 2004년 탄핵 기각 결정 때만 해도 '기각'이란 결론만 공개했을 뿐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찬반 여부나 개별 의견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005년 헌재법이 바뀌어 이번 탄핵심판 때는 재판관 개개인의 선택과 의견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 12년 전과 달리 헌법재판관들도 대통령과 함께 국민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협약에 의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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