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감귤 품질기준 마련’ 토론회…“‘크기·색깔→맛’ 위주로 바꿔야” 공감대

1.jpg
제주 감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전 크기·색깔 위주의 품질기준을 맛과 크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가에서는 소비자 선호도와 맞물려 최소한 비파괴선과를 통해 당도 12~13브릭스 이상 맛이 검증된 소과(과거 0~1번과)만이라도 출하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감귤농정당국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23일 오전 10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감귤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품질기준 마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농식품신유통연구원의 유상모 연구원은 “감귤은 해거리가 심한 품목으로 격년 주기 생산량 변동으로 만성적인 소득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크기규제에 의한 물량규제는 생산자 수취가격을 상승시키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소비자와 사회 후생을 감소시키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감귤 품질기준과 관련해서는 조례에 크기와 맛에 대한 상품과 기준이 수립돼 있다”며 “4번과(지름 50~60㎜) 위주의 중과들이 높은 가격을 받고 있지만 생산비중이 높아지지 않았고, 당도·당산비 또한 향상됐다고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크기’보다 ‘맛’으로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일부 농가의 의견에 대해 “크기와 당도, 색택, 균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지 단순히 크기와 당도를 중심에 둔 ‘원사이드(One-side)’ 논쟁은 소모적일 뿐”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류 연구원은 “맛을 기준으로 품질기준을 변경시켜야 한다면 크기 기준을 만족시켜 출하됐던 감귤 중 출하할 수 없는 감귤이 발생할 수 있고, 크기 기준 완화로 출하량이 증가하며 생산자의 소득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감귤의 당도와 소비자의 선호를 근거로 현행 크기 기준과 병행해 감귤을 출하할 경우 과잉출하로 가격하락 및 생산자소득 감소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농가의 목소리는 명쾌했다. 크기 위주의 품질기준을 유지하되 당도 12~13브릭스 정도로 맛이 확실하게 검증된 소과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출하를 허용하라는 것.

김종우 감귤사랑동호회 회장은 “생산량이 많으면 가격이 폭락하고, 생산량이 적으면 가격이 오른다고 하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2013년산 감귤이 엄청나게 생산돼 대란이 올 것이라고 우렸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감귤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해로 기록됐다”며 “생산량 보다는 맛만 좋으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토론회가 다소 겉도는 측면이 있는데, 핵심은 ‘맛 좋은 1번과를 어떻게 할 것이냐’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비파괴선과기를 통해 12~13브릭스가 나오는 1번과에 대해서는 유통을 허용해야 한다. 물론 출하량이 늘 수는 있지만 농가들이 원한다면 일단 시행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대진 제주농업인단체연합회장은 “과거에는 고품질 감귤 기준이 크기, 외관 위주로 왔는데, 소비자 선호도 조사 등을 보면 맛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며 “현재 비파괴선과기를 통해 25만톤을 처리할 수 있다고 전제할 경우, 적정 생산량(50만톤 기준)의 50% 수준은 처리가 가능하다. 시설을 100% 갖춰서 시작하려 할 때는 이미 늦는다”며 제언했다.

그러면서 문 회장은 “도내 거점 APC의 비파괴선과기에 대한 관리실태 점검 및 장비국산화, 사후관리에 따른 기술이전 등의 조치가 선행된다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귤박사인 김용호 제주감협 조합장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감귤의 당도가 얼마나 올라갈지 모른다. 현재 조천지역에서는 비가림으로 당도 18~22브릭스까지 나온 곳도 있다”고 소개한 뒤 “현재의 APC 처리능력을 볼 때 품질등급 시행여건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크기뿐 아니라 맛까지 감안한 명품감귤 품질기준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윤창완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고품질이란 그 제품의 고유한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농가에서는 가격을 잘 받는 것이 곧 고품질의 개념이 됐다”며 “현재 풋귤 출하기간 변경, 만감귤 품질기준 등 감귤조례 정비를 위한 의견수렴을 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최상의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감귤산업 육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논의가 중단됐던 상품기준을 ‘크기’에서 ‘크기+맛’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농가, 유통인, 도민 등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