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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4일 제주목 관아, 원도심 일원서 개최...전통과 현대 어우러진 축제

체감온도 영하권을 넘나드는 한겨울이지만, 봄은 천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한 데 모은 전통 문화 축제 ‘탐라국입춘굿’이 올해도 제주도민들에게 찾아간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사)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2017년 정유년(丁酉年) 탐라굿입춘굿이 2월 3일부터 4일까지 제주목 관아와 제주시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입춘굿 주제는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암울한 국내 현실에 밝고 희망적인 의미를 던지고자 ‘빛의 씨앗을 품다’로 선정됐다.

# 사전 행사인 ‘입춘맞이’와 본 행사인 '본굿'

입춘굿은 사전 행사격인 입춘맞이와 본 행사격인 본 굿으로 나뉜다.

입춘맞이는 앞선 1월 25일 오전 11시 관덕정에서 열리는 기원코사, 춘등달기로 시작된다. 봄이 오길 기다리면서 입춘굿의 성공을 함께 기원하는 이날은, 간단한 제례를 지내고 관덕정 마당에 춘등을 건다. 출발하기 전 거는 시동인 셈이다. 입춘굿 주관 기관, 참여 단체, 출연진이 다 함께 모이고 집전은 서순실 심방이 맡는다.

1월 30일부터 2월 2일까지 중앙지하상가에서는 시민참여 축원마당이 진행된다. 올해 소망과 건강을 비는 소원지 또는 이름이 적힌 종이(열명)을 쓰고 붙이는 이벤트다. 분위기가 서서히 무르익으면서 3일 관덕정 마당에서는 여러 공연과 행사가 열리면서 입춘굿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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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탐라국입춘굿이 2월 3일부터 4일까지 제주목 관아와 제주시 원도심 일대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입춘굿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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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입춘굿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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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입춘굿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후 2시부터 뚜럼브라더스, 아이씨밴드, 민요패 소리왓, 전통공연예술개발원 마로 등 음악·공연자들의 흥겨운 무대와 땅줄타기(김주열), 버나놀이(이석규)가 더해지는 난장 한마당이 펼쳐진다. 오후 5시에는 동자복과 서자복에서 축제 시작을 알리고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제례 ‘제주성 미륵코사’가 진행되며, 오후 5시 30분부터 흥겨움을 널리 알리는 거리 퍼레이드가 진행된다. 밝게 빛나는 춘등, 제주신상이 거리를 가득 채운다.

저녁부터는 정해진 순서가 이어지는데, 항아리를 깨트려서 모든 액운을 제주도 밖으로 내모는 퍼포먼스(사리살성), 큼지막한 휘호 쓰기(입춘휘호), 풍년을 기원하는 유교식 제례(세경제), 나무로 만든 소와 함께 진행되는 제례(낭쉐코사)가 연이어 진행된다.

본 행사인 4일은 오전 9시 제주도청, 제주도교육청, 제주도의회, 제주시청 등 주요 관공서를 돌며 정유년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액막이 굿(춘경문굿)으로 시작한다. 오전 10시부터는 제주목 관아 내부에 마련된 무대에서 입춘굿, 나무 소를 몰면서 덕담을 주고받는 행사(낭쉐몰이), 탈굿 놀이, 축하공연, 마무리 난장 순으로 마무리된다.

#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유일무이 축제, 부대행사도 풍성

탐라국입춘굿은 먼 옛날 탐라시대부터 이어지는 역사를 계승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841년 이원조가 쓴 《탐라록》을 비롯해 여러 문헌에는 탐라국의 왕이 친경적전(親耕籍田, 왕이 몸소 농사를 지으며 농업을 장려하던 풍속)과 더불어 풍년을 기원하며 의식을 치렀다고 밝힌다. 

입춘굿의 역사는 탐라국이 고려에 복속된 시기를 지나 조선 후기까지 계속됐다. 그러던 중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잠시 맥이 끊겼지만 1999년 제주 민속학자 문무병 선생을 중심으로 한 제주민예총이 복원하면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주민예총이 탐라국입춘굿을 “명맥이 끊긴 전통사회의 입춘굿을 오늘에 맞게 부활시킨 새로운 축제”라고 소개할 만한 지난 역사가 있는 셈이다.

전통 문화 축제를 표방하는 만큼, 옛 풍습을 되살린 여러 과정과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돼 있다. 입춘굿을 상징하는 ‘입춘천냥국수’는 올해도 삼도2동 부녀회가 정성들여 준비한다. 제주향토음식연구원과 삼도2동 자생단체협의회가 준비한 향토음식과 주전부리는 꼭 맛봐야 하는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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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입춘굿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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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입춘굿 현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소원지 쓰기, 윷점, 입춘 버튼·꼬마 나무소·전통탈 만들기, 입춘굿 해설, 판화찍기, 떡메치기, 소원화분 만들기, 씨앗나눔, 핸드메이드 인형, 통가죽 공예 등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 마당을 가득 채우는 부스는 가족, 친구와 함께 즐기기 좋다.

부대 행사는 김성오 작가, 장평환 서예가, 제주섬문화연구소, 제주전통예술단, 탐라사진가협의회, 녹색구매지원센터, 제주여성농민회 등 여러 단체와 개인의 힘이 보태져 만든다. 매해 입춘굿 현장을 찾아 도민들과 만나는 만화가 박재동 씨도 4일 찾아올 예정이니 관심 있는 인원은 기억하도록 하자. 

모든 도민을 대표해 나무소를 몰며 덕담을 전하는 호장에는 고병기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이 선정됐다. 지난해 제주대학교에 이어 올해는 제주청년협동조합이 젊은 피로 참여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탐라국입춘굿은 제주도 굿 본연의 신앙적인 요소를 창조적으로 계승한다. 시민사회의 화합과 풍요를 기원하고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누구나 함께 체험하며 즐기는 도심형 전통문화축제로 발전하고 있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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