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있는 나의 그림책’으로 그림책의 재발견에 나섰던 오승주 작가가 다시 고전을 꺼내들었습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논어 읽기 시즌2에 맞춰 <제주의소리>에 인문학 함께 읽기 칼럼을 펼쳐놓습니다. 좋은 생각에 힘입어 우리의 행복이 오래 가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논어와 동서양 고전의 향연] 프롤로그-논어와 고전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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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와 동서양 고전을 읽다 보면 공자와 동서양 고전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인생이 닮고 어떤 경우는 생각이 닮았다. ⓒ 오승주

참된 본성과 참된 행복을 이야기할 때입니다.

참된 본성이 상실되었으므로 모든 것이 인간에게 본성처럼 되었다. 마치 참된 행복을 상실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인간의 참된 행복이 된 것처럼. -블레즈 파스칼

행복, 사랑, 가족……. 사랑스럽고 고귀한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나날이 가난해집니다. 말에 알맹이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복의 껍데기를 씹어 먹으면서 나는 행복하다고 자위하는 이 헛된 시간들. 빠져나오고 싶지 않으세요? 하지만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약간의 시간과 노력이죠. 참된 행복이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면 지금 바로 결제(?)하세요!

저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제주의소리에 그림책과 논어 관련 칼럼을 올리고 있습니다. 본업은 공부방이지만 가끔 그림책 놀이 특강과 인문학 특강도 합니다. 얼마 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산방도서관에서 논어 읽기 시즌1도 뜨거운 성원과 열정 속에 마무리했습니다. 도서관과 지역주민의 도움으로 논어 읽기 시즌2를 시작하려는 마당에 조금 새롭고, 조금은 친절한 계획을 하나 이야기할까 합니다.

논어 읽기 시즌2와는 별도로 제주의소리에서 “인문학 지상(紙上) 특강”을 하는 겁니다. 공부의 소식만 전하기가 내심 미안했는데, 이번 기회에 공부의 내용을 지면으로나마 소개해드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시즌1에서는 논어 제1장~제5장을 윤독했다면 시즌2에서는 제6장~제11장(제10장 제외)를 읽으면서 함께 곁들일 동서양 고전 인문학 책 11권을 특강 프리뷰와 특강 리뷰 방식으로 각각 2회씩 연재할 계획입니다.

<논어>와 함께 읽을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길),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도서출판 숲), 사마천, <사기열전>(민음사), 스피노자, <에티카>(서광사), A.매슬로, <존재의 심리학>(문예출판사), 블레즈 파스칼, <팡세>(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안영(임동석 옮김), <안자춘추>(동문선),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 맹가(孟軻), <맹자>(전통문화연구회),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휴먼앤북스), 좌구명, <춘추좌전>1,2,3(한길사). 한권 한권이 대작이어서 제 스스로도 주제 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논어 읽기 시즌1부터 주제 넘었습니다. 이 책들은 40평생 동안 밑줄 긋고 여러 번 읽으면서 이렇게 살려고 노력했던 책이기에 “독자와 독자의 만남”으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논어와 아리스토텔레스가 무슨 상관인가요?

이번 공부 모임을 계획하면서 논어와 동서양고전, 특히 서양고전을 많이 집어넣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히 이런 의문이 들 것입니다. 서양고전과 논어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동양고전은 논어의 영향 안에 있겠지만, 서양고전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를 전개해 왔으니까요. 저는 동서양을 넘어서 인간의 지혜는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만 하면 서로 닮게 된다는 사실을 지금까지의 독서를 통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한 구절과 논어의 한 구절을 대비시켜볼게요.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하늘이 내게 가치 있는 행위를 기대하고 있다면 환퇴 따위가 무슨 해를 나에게 끼칠 수 있으랴. - <논어> 술이편

자연은 어떤 목적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공자가 쓰는 하늘[天]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쓰는 ‘자연’은 꽤 닮았습니다. 공자는 인격신을 상정하기보다는 우리가 모르는 대자연의 이치와 운명의 관점에다 인격신의 양념을 약간 곁들였죠. 공자는 평생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누군가 자신을 태어나게 한 목적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정적(政敵), 예컨대 <안자춘주>의 주인공인 동시대 정치가 안영(晏嬰)에 의해 의도적으로 궁지에 몰리는 경우도 있었고 우연히 그렇게 된 경우도 있었죠. 당시의 여행은 목숨을 건 투쟁이기 때문에 공자도 위급한 경우가 잦았습니다. 살해의 위협을 느낄 땐 자신의 탄생 목적에 대해서 더욱 강하게 느꼈을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자신의 과외 제자였던 알렉산드로스 황제가 너무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바람에 기원전 323년 아테네 시민들로부터 신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고소당했죠. 신변에 위험을 느낀 그는 고향인 칼키스로 가서 이듬해 죽었습니다. 죽기 전에 그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두 번 실수하게 할 수 없다”고 말했죠. 소크라테스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습니다.

논어와 동서양 고전을 읽다 보면 공자와 동서양 고전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는 인생이 닮고 어떤 경우는 생각이 닮았죠. “지혜로운 사람은 비록 적군이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한 파스칼의 말에 공감합니다. 비록 적국이라도 지도자들끼리는 묘한 애착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비록 아군이라도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지혜를 서로 나누며 좋은 친구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이런 분들은 참여하세요

2월 14일부터 특강이 시작되면 15주 동안 쉼 없이 달려갈 예정입니다. 일단 모임 전에 해당 논어 구절과 동서양 고전에 대한 프리뷰 칼럼을 한편 쓰고, 특강이 끝나고 나서는 수강생들의 피드백을 모아서 특강 리뷰 칼럼을 쓰려고 합니다.

시즌1에서는 원문 윤독과 한자 분석, 그리고 일상의 이야기를 잡담처럼 했지만 시즌2에서는 공부에 초점을 맞춰보려 합니다. 특강은 회차당 2부로 진행되며 1부에는 전과 동일하게 원문 윤독하기, 2부에는 동서양 고전과 함께 읽기를 진행합니다. 관련 구절은 미리 제시된 프린트물을 윤독하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하겠습니다.

강의 전에 이미 해당 구절이 공지될 것이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미리 예습을 해올 수 있고, 현장에서 번역 후 직접 번역을 해보게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공부하면 논어에 담긴 한문의 원래 의미도 밝게 알 수 있고, 원문을 직접 해석할 힘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번역본이 아니라 원문으로 고전에 접근한다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아니고 지혜를 얻는 좋은 방법입니다. 논어 자체도 혼자 읽을 때는 갈피를 못 잡지만 함께 읽으면 역사적 맥락과 함께 갈피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강의는 어른이 대상입니다. 제 기본 주제는 아이, 가족, 교육이니 육아나 가족 문제, 교육문제는 언제 어떤 내용으로든 연결돌 것입니다. 육아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 청소년 이상의 아이와 차원이 다른 갈등으로 고민하는 부모님, 고등학교 학생들과 독서동아리를 운영하시는 선생님 환영합니다.

자기계발서의 종교에 심취하다가 최근에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드는 직장인들, 동서양 고전을 읽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던 분들도 추천합니다. 저도 오늘부터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메모와 독서파일을 챙기느라 분주할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파스칼의 <팡세>를 좋아합니다. 가슴에 새길 말들을 많이 남겼기 때문입니다.

최순실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파스칼은 이렇게 충고할 것입니다. 또 다른 최순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덕과 악덕이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최순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이 덕에 맞춰져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이 질문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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