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보도와 자료를 종합해 천방지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부류의 심리를 다음과 같이 추측해본다. 

"건국초기의 미국의 위대함은 세계화 때문에 사라졌다. 미 대륙 개척 당시의 미국의 본래 모습은 자기의 운명을 자기가 책임지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나라였다. 남미와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만든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이민자들이 입국하면서 미국의 건전한 개척정신이 희석됐다. 지금 미국은 다른 나라들 걱정을 할 처지가 아니다. 책임질 수도 없고 책임질 능력도 없는 일에 나설 것이 아니라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백인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경제를 살리는 일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행정부의 과제다. 필요한 재원은 세금을 걷어서 충당할 생각을 하지 말고 채권을 발행하면 된다. 미국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이므로 소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균형예산 건전재정 등의 교과서적인 원칙에 묶여 그 동안 속수무책이었던 것은 얼마나 바보같은 짓이었던가! 정부부채를 줄이고 금리와 물가만 안정되면 경제는 자기가 알아서 잘 돌아갈 것이라는 이론은 거짓이다. 정부가 나서서 낙후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데 지출을 쏟아부어야 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 재정지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케인지언 류의 학자들은 트럼프정권의 이러한 정책방향을 일단 지지하는 모양새다. 주식시장도 '트럼프 붐'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연일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런던 타임스의 명 칼럼니스트이자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아나톨 칼레츠키도 1980년 대 이후 서구 자본주의를 풍미해 오던 레이건과 데처의 신자유주의는 시대적 임무를 다했고 이제 국가와 시장이 상호 견제 및 보완을 하는 자본주의 4.0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국가와 시장이 공존하는 자본주의 4.0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드세다. MIT의 사이먼 존슨 교수는 부자 감세, 자본소득세와 법인소득세 감면, 노동 및 환경에 관한 각종 규제의 완화들은 대체로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트럼프 내각 구성을 보면 미국 정부가 부자들에 의해 점령당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는다. 신 자유주의의 오류로서 가장 빈번히 지적되는 것이 빈익빈 부익부에 따른 부의 양극화 현상인데 트럼프의 경우에는 국가가 개입하면서 나아지는 게 없다는 것이다.

공화, 민주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조세정책센터(Tax Policy Center)는 트럼프 조세정책의 혜택은 거의 절반이 소득 상위 1%의 극소수에게 집중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때 자유시장주의 이론가들이 기대했으나 무위로 그쳤던 소위 낙수효과를 트럼프가 다시 살려 보겠다는 것인가, 부자들과 능력자들의 부가 증진되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 사회 전체의 부가 증진된다는 발상보다 더 역진(逆進)적인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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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세 정책은 소득 상위 1%를 위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의 '폭스 뉴스' 대담 중 갈무리. 출처=오마이뉴스.

미국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 중에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교수의 담론은 매우 인상적이다. 밀레니엄 세대들이 트럼프를 거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2월 2일자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2000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2000년 직전에 출생해 현재 35세에서 18세 사이에 있는 소위 밀레니엄 세대가 처음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때는 기계가 이미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었고 사회구성도 다인종 다문화로 이뤄지고 있었다. 지금 이들의 관심은 로봇이나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 습득과 그들이 살아갈 지구의 환경 같은 것이지 제조업을 놓고 멕시코나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거나 이슬람 국가들과 종교전쟁을 벌이는 데 있지 않다. 공장을 더 많이 지어야만 일자리가 생긴다는 발상, 이민족은 두려움의 대상이라는 생각은 세계 제조업의 중심에 있었던 과거의 '위대한 미국'을 살았던 노년층의 것일 뿐이다."

"밀레니엄 세대에 의해 거부 당할 것"

트럼프는 가장 늙은 나이에 대통령이 되었다. 레이건도 그보다는 젊었다. 그러나 꼭 나이를 탓할 일은 아니다. 힐러리와 경쟁했던 샌더스는 75세였고 밀레니엄 세대의 지지를 듬뿍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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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고 있는 교황 프란시스는 80세다.

정권교체, 정치교체보다 더 근원적인 교체는 세대교체다. 세대교체라고 해서 반드시 그 세대 중에서 지도자가 나오라는 법은 없다. 새로운 세대가 뽑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면 그것도 세대교체다. 미국의 경우 세대교체의 시기를 앞당기는 역할이 트럼프에게 운명으로 주어졌는지 모르겠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2월 8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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