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지고 있다' '시장님 고생' 자찬 일색에 개최 소식도 뒤늦게 알려...플로어 반응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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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이 개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관한 논란을 해소하고자 토론회를 마련했지만, 오히려 토론회가 논란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고 말았다. 일반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데다,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장점만 부각해 ‘주민 설명과 의견 수렴’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제주도는 24일 오후 제주벤처마루에서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개선안을 공개했다.

화요일에만 배출이 가능한 종이류를 토요일에도 배출을 허용하고 플라스틱, 비닐류, 병류, 불연성 쓰레기 배출일도 1일씩 늘리는게 골자다. 배출물량이 많거나 보관이 힘들어 기존 배출횟수로는 각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품목들의 배출일을 더 확대했다.

이에 따라 △월요일은 플라스틱류 △화요일은 종이류, 병류, 불연성 △수요일은 캔, 고철 △목요일은 비닐류, 스티로폼 △금요일은 플라스틱류 △토요일은 종이류, 병류, 불연성 △일요일은 비닐류, 플라스틱류, 스티로폼을 배출할 수 있게 된다.

광역클린하우스 개념의 재활용자원센터도 늘어난다. 재활용품을 자주 버려야 하거나 배출일에 맞춰 버리지 못한 도민들은 날짜에 관계없이 이 곳에 배출이 가능하다. 현재 2곳에서 연내 20곳, 내년까지 7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원, 공영주차장, 대형마트, 읍면동 선별장에 주로 설치되며 도우미가 상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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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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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 제주의소리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의 개선안 발표가 끝나자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범시민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정 100인 모임'과 자생단체 대표 위주로 구성된 패널토론에서는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나아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시민의식이 안 바뀌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없다”, “시장님이 너무 고생하셨다”, “좋은 말씀을 경청해 저희 단체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해보겠다”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패널로 참석한 현원학 제주생태연구소장이 “요일별 배출제 실시 전 자원순환도시의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이런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어떠한 수거·처리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도민에게 설명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대형마트나 관광지에서 쓰레기가 쏟아지는 데 정작 열심히 분리수거를 잘 해온 주민들의 탓으로 (책임을)돌리는 게 가장 큰 저항의 이유”라고 꼬집은게 비판의 전부일 정도였다. 

현 소장은 발표 후 사회자로부터 “혹시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에 반대하는지 입장을 말해달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마이크가 객석으로 넘어가자 요일별 배출제와 함께 토론회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서 온 강대중씨는 “시간과 요일 제약 없이 제대로 분리수거통에만 넣으면 왜 안되느냐”며 “건축폐기물 때문에 제주도가 난리인데 건축허가를 내줄 때 도정이 건축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가능한 경우에만 허가를 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민토론회라고 했는데 패널들은 일반 주민이 아니라 높으신 분들께서만 모여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장봉길 애월읍이장단협의회장은 “쓰레기 문제를 현장에서 가장 밀접하게 느끼는 현직 이장들을 토론자에 넣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반문하면서 “분리배출을 제대로 안해서 생기는 문제를, 배출일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은 “뒤늦게야 SNS를 보고 토론회 소식을 알았다. 주민들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홍보 없이 이런 토론회를 한 것이 의문스럽다”며 “특정 인의 치적을 칭송하러 모인 게 아닌가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도리 주민 임형묵씨는 “정작 토론회에 참여를 원했던 사람들, 쓰레기 정책에 불만을 가졌던 사람은 이 자리에 한 분도 초대되지 않았다”며 “편파적인 진행 등 이 토론회의 목적 자체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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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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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후 제주벤처마루에서 열린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질의응답 시간에 한 시민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제주의소리

김양보 국장은 객석의 반응이 싸늘하자 “쓰레기 문제는 기본적으로 행정의 잘못이 크다”면서도 “재활용이 안되고 매립을 하게 되면 고스란히 그 피해가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단순히 예산을 대거 투입해서 클린하우스와 수거 인력을 늘려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악순환을 끊고 자원순환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협조를 구했다.

그러면서 “(요일별 배출제)시범기간은 6월까지”라며 “그 때 까지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최적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언론에도 이날 토론회 개최를 당일 오전에야 알렸다. 또 토론회의 취지를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주민불편 해소를 위한 개선방안 마련’, ‘개선방안에 대한 주민 설명과 의견수렴’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일반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홍보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특히 일부 읍·면·동사무소에서 객석 참관인원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토론회의 순수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서귀포시 지역 토론회는 오는 27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귀포시청 제1청사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제주도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토론회를 진행한 뒤 28일 개선방안에 대한 최종 브리핑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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