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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산의 작품 <침묵의 응시(凝視)-망향(望鄕)>, acrylic on canvas, 112.1 x 162.2cm, 2017. 제공=김산. ⓒ제주의소리
제주 미술작가 김산, 두 번째 개인전 <침묵의 응시-바람의 영혼>

제주 출신 미술작가 김산은 5월 1일부터 5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6일부터 11일까지 서귀포 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에서 개인전 <침묵의 응시(凝視)-바람의 영혼>을 개최한다. 

작가가 주목한 대상은 폭낭으로 불리는 팽나무. 외형적인 미(美)를 기준으로 볼 때 팽나무를 아름답다고 여기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뒤틀리고 앙상한 가지는 외로움을 넘어 불길함 까지 느끼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팽나무만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아가 제주다움을 발견했다.

전시에 앞선 작품 설명에서 “나는 뒤틀리고 휘어진, 앙상한 나무를 보며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낀다. 폭낭은 사람들의 고민, 아픔, 슬픔 등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주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그 자리매김을 해왔다. 단순히 일을 하다 쉴 수 있는 장소로써의 역할도 있지만, 대표적인 예로는 사람들이 소지에 염원을 담아 묶는 신목(神木)의 역할이 제주에서는 가장 크기 때문이다. 제주인의 바람(望)을 모두 갖고 있기에 폭낭이 더욱 쓸쓸해 보이는 것은 아닐까”라고 밝혔다.

작가가 거센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으려 더욱 견고하게 흙과 돌을 움켜쥔 팽나무 모습에 강한 생명력을 느낀 것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4.3을 비롯한 제주 역사,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예술세계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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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산의 작품 <침묵의 응시(凝視)-망향(望鄕)>, acrylic on canvas, 60.6 x 80.3cm, 2017. 제공=김산. ⓒ제주의소리

침묵의 응시(凝視) - 월광(月光) acrylic on canvas 80.3 x 65.1 2017.jpg
▲ 김산의 작품 <침묵의 응시(凝視)-월광(月光)>, acrylic on canvas, 80.3 x 65.1cm, 2017. 제공=김산. ⓒ제주의소리
침묵의 응시(凝視) - 설목(雪木) acrylic on canvas 162.2 x 112.1 2017.JPG
▲ 김산의 작품 <침묵의 응시(凝視)-설목(雪木)>, acrylic on canvas, 162.2 x 112.1cm, 2017. 제공=김산. ⓒ제주의소리

전시 평론을 쓴 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는 “한창 암울했던 시절인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에 아버지(미술평론가 김유정)를 따라다니며 겪은 어린 김산의 시대 경험은 흑백 목판화 느낌, 토착적인 아이덴티티, 역동적 현장감, 사회적 참여 등이었다. 이런 경험은 그의 미의식과 정서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산의 침묵의 응시는 결과적으로 나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발언인 셈이다.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 묵인(黙認)과 무시(無視)의 세월이 있었던가”라고 높이 평가했다.

비록 개인전 횟수가 작가 경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아니지만, 이번 전시가 두 번째 개인전인 만큼 작가는 아직은 경험을 쌓아가는 30대 청년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7년 만에 여는 전시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힐 만큼 <침묵의 응시(凝視)-바람의 영혼>에 임하는 자세는 신중하다.

화폭 위에 그려진 어두운 팽나무는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감정으로 다가온다. 중요한 건 전은자 큐레이터의 표현처럼 작가의 폭낭은 제주공동체의 아름다움과 사랑, 안타까움 모두를 담고 있다. 식물로서 나무에 그치지 않고 제주의 역사와 자연, 인간과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는 유기체로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다움이 무엇인지 나름 진지하게 고민해온 젊은 미술작가의 열정을 만나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자. 전시 개막은 5월 1일 오후 6시 제주문예회관 2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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