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강경식

제주특별자도가 출범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지난 특별자치도의 실험은 결과적으로 행정의 효율성과 전문성, 대응성, 책임성이 오히려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나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왕적 도지사의 탄생과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 주민접근성 약화, 행정시·읍면동의 책임행정 약화 등으로 도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4개 시·군이 폐지되면서 제주도 행정체제 등에 관한 특별법 제15조에 명시됐던 ‘폐지된 시·군에 대한 행·재정적 불이익 배제의 원칙’도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가 그간 시·군의 업무를 상당부분 하고 있기는 하지만 2006년 2조7000억원의 예산 중 도본청 예산비율은 41.8%, 제주시는 33.5%, 서귀포시 24.7%이었으나, 2016년에는 4조6000억원으로 10년간 연평균 5.4%의 예산이 증가했다, 그 중 도 본청 예산비율은 연평균 8.9%증가한 반면, 제주시의 예산비중은 2.6%, 서귀포시는 1.1%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주민 대면 행정의 최일선인 읍면동의 자치기능 강화 방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06년 5169명이던 도전체 공무원은 2016년 5382명으로 213명 증가했지만 2006년 읍면동 정규직 공무원은 983명에서 2016년 984명으로 1명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2015년 결산기준 다음연도 이월예산은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재정운용성과도 매우 미흡해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의 효율성이 더 떨어지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4년간 정부 총리실의 제주특별자치도 평가는 2012년 81.1점에서 2015년 80.9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4500여 건이 넘는 각종 권한과 사무의 이양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앙정부의 제주지원은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 공직자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행정체제는 제주발전과 미래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게 도민사회에서 논의되어 왔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해 각종 문제점들이 도출되자 민선 5기 우근민 지사는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제도개선이 녹녹치 않자 계속 말을 바꾸어 오다가 임기 중반에야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만들고 행정시장 직선제 안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의회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도개선안을 ‘부동의’하며 제동을 걸고 차기 도정으로 과제를 넘겼다.

임기를 이어받은 원희룡 도정은 사실 행정시 기능강화 외에는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어떠한 공약도, 노력도 하지 않아 논의가 중단됐다. 2016년 하반기에야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저를 비롯한 행정자치위원회와 의회 주도로 행정체제 개편위원회 설치 운영 조례를 개정함으로써 올해 초 다시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운영하고 이에 따른 예산반영으로 행정체제 개편 용역 또한 착수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행정체제 개편위원회는 몇 차례 회의를 거친 후 총 14곳에서 도민설명회를 개최했고, 제주연구원은 지난 5월18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 연구 중간보고를 한데 이어 5월19일에는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업무보고를 했다.

용역보고의 핵심 내용은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 현행유지안, 행정시장 직선제안, 기초자치단체 부활안 3가지를 갖고 대안별 장단점을 분석하고 2차례의 도민여론조사를 거쳐 최종 방향을 정해 나가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종 용역보고서가 제출되면 얼마 없어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최종안을 마련 도지사에게 권고안을 제출할 계획이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변화된 행정체제를 적용하려면 법을 개정할 시간도 필요한 만큼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행정체제개편위원회나 연구용역진은 행정시장 직선제안이 풀뿌리민주주의와 자치권 행사에 어느 정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상태에서는 최상의 안이며, 실현가능한 최적의 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설명회 자료나, 용역 중간보고서를 보면 마치 행정시장직선제로 몰고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2차례의 행정체제 개편 관련 도민여론조사 결과는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해서는 단점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전제가 훼손되어 특별자치도의 지위가 상실될 수 있다.” “도와 기초자치단체간 정책갈등과 대립을 초래하고 도 중심의 일관된 정책추진을 저해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 추가 설치는 중앙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방향과 맞지 않아 중앙정부 및 국회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국제자유도시의 비전이 훼손되고 정치적 실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등 사실을 왜곡하고 논리를 비약하고 있다.

2002년 정부가 마련한 광역시·도를 없애고 단층제로 하는 인구 80만-100만 내외의 60개시로 하는 행정체제개편위원회 논의는 이명박정부 시절 논의되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왜 제주만 이러한 틀에 갇혀 엉뚱한 논의를 계속해야 하는가.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선거과정에서 지방분권을 강조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위해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이양해 국세의 지방세 이양과 면세특례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제주의 주민참여제도를 대폭 확충해 제주도의 특색에 맞는 풀뿌리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의 참여 확대와 자기 결정권 확보가 필요하며 제주특별법에 시장직선제, 기초자치단체 설치, 읍면동 행정기구 설치·운영 기준 등을 조례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치조직권 특례를 도입하겠다고까지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고 제주에 고도의 자치권과 자기 결정권을 부여하겠다고 하고 제1야당인 홍준표 후보도 지방자치 부활을 선거 때 현수막에 내걸었다.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행정시장직선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과거의 논리와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행정체제 개편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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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식. ⓒ제주의소리
행정체제개편위원회와 용역진은 이러한 변화된 정세의 흐름을 잘 살려서 새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된 입장과 공약을 잘 반영하는 행정체제 개편안을 모색해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도민, 도지사와 공직자, 도의회, 중앙정부와 정치권 모두 만족시키는 최적의 행정체제 개편안을 도출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외국의 다양한 자치제도도 폭넓게 연구함은 물론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포함해 제주의 특별자치분권과 풀뿌리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100년 대계를 내다보는 전국 최고의 선진 행정체제 개편안을 도출해 추진해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 드린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강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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