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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선의 작품 <촛불 혁명>.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제주도립미술관 8월까지 <광장예술-횃불에서 촛불로>...동학부터 2016 촛불까지 조명

광장은 단순히 넓은 공간, 그 이상이다.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이 모이는 흡사 용광로와 같다. 1947년 3.1절 기념대회가 열린 제주북초등학교와 관덕정 일대, 그리고 ‘이게 나라냐’를 외친 2016년 전국의 수많은 ‘광장’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광장이 왜 중요한지 보여준 역사다.

동학농민혁명, 제주4.3,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2002년 월드컵, 2008년 미국산 소고기 반대 집회, 그리고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까지...한국 광장의 중요한 순간을 미술 작품으로 보여주는 전시 <광장예술-횃불에서 촛불로>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제주도립미술관은 6월 13일부터 8월 6일까지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에서 기획전시 <키워드 한국미술 2017: 광장예술-횃불에서 촛불로>를 개최한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대해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광장문화를 예술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기획 전시”라며 “한국 현대사를 만들어온 광장문화를 다룬 예술작품들을 중심으로 광장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소개한다.

한국에서 광장의 역사는 곧 민주주의의 역사였다. 앞서 소개한 대로 동학농민혁명부터, 박근혜 퇴진 촛불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사람들은 광장으로 뛰쳐나왔다. 비록 광장의 열기가 무자비한 폭력에 꺾이고 정치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중요한 순간마다 나서기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오늘날 세계에서도 유래 없는 평화로운 민주혁명을 이뤄냈다. 

도립미술관은 이러한 광장의 시간 흐름에 주목했다. “장대한 역사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출품작들을 미술사와 미술비평의 관점에서 재검토했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한다. 기획·상설전시실에는 도내·외 79명(팀)의 작품 200여점이 전시된다. 회화, 사진 같은 평면 미술부터 입체, 영상, 설치까지 아우른다. 

죽창을 내리 찍는 역동적인 자세의 조각 <갑오농민전쟁>(구본주 作), 거리에 나선 1980년대 제주도 대학생을 찍은 사진 <거리의 대학생들>(강정효 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모인 촛불을 점 하나 하나로 표현한 회화 <촛불혁명>(임영선 作) 등 전시 작품은 저마다 다양한 역사를 품고 있다. 방대한 시간을 아우르는 만큼 협력 큐레이터(최금숙 네오룩 소장, 강성원 미술평론가, 김진아 문화기획자, 이원재 문화기획자, 김지혜 독립큐레이터)와 함께 전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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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주의 작품 <갑오농민전쟁 2>.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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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효의 작품 <강정효 거리의 대학생들>.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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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용선의 작품 <동학농민운동>.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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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헌의 작품 <그해 5월-광주의 푸르름 II>.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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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습의 작품 <습이를살려내라>.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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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갑의 작품 <2014년 6월 전남 팽목항>.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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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선의 작품 <세월호>.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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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준의 작품 <촛불시민 승리의 날 촛불시민평화혁명 역사풍속화>.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도 눈에 띈다. 지난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서 주최 측의 압박으로 전시하지 못한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이 제주에 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얼굴과 닭 머리를 교체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눈길을 끈다. 

구명조끼를 관객이 직접 가져다 놓고 세월호 희생자의 이름을 적어보는 작품 <구명조끼 304>는 역사의 무게를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전시됐던 <구명조끼 304>는 이번이 첫 번째 실내 공간 전시라 더욱 의미있다. 

▲ 홍성담의 작품 <세월오월>. 제공=제주도립미술관. ⓒ제주의소리

관객이 참여하는 체험 행사는 단순 체험 이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의 경찰 차벽을 ‘꽃벽’으로 만든 이강훈 디자이너의 <꽃벽 프로젝트> 꽃 스티커를 2만 5000여장 준비했다. 올해 세월호 추모 제주 전시에 선보인 바 있는 박재동 화백의 단원고 세월호 희생 학생 스티커도 있다. 두 스티커 모두 관람객이 자유롭게 붙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1층과 2층 전시와 체험 행사까지 하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광장과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광장의 의미를 한층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준비돼 있다.

15일 오후 2시 미술관 강당에서는 강성원 미술평론가, 서영표 제주대 교수, 주진오 상명대 교수,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김재환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지혜 독립큐레이터,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 등이 발제·토론하는 학술심포지엄 ‘학술의 예술학’이 열린다. 전시 개막식은 15일 오전 10시로 계획돼 있다. 신용구 씨의 퍼포먼스, 김수열·송경동 작가의 시 낭송 등이 함께한다.

김준기 도립미술관장은 “<광장예술-횃불과 촛불로>는 광장이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예술가는 광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예술가들은 광장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같은 질문에 답을 해주는 자리”라며 “촛불 집회, 6월 민주항쟁 30주년 등 같은 시의성과 광장이란 주제가 잘 맞다고 생각해 전시를 준비했다. 앞으로 키워드 전시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의: 제주도립미술관 064-710-4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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