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8984.JPG
▲ 제주도립미술관은 15일 학술 심포지엄 ‘광장의 예술학’을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 심포지엄 ‘광장의 예술학’...“오래전부터 예술과 광장 밀접한 관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평화적인 '촛불혁명'을 잉태한 전국 곳곳의 '광장'. 오래 전부터 예술과 밀접한 관계였던 광장은 4.19, 5.18, 6월항쟁 등 중요한 역사마다 제 역할을 다했다. 그런 광장에서 피어난 변화의 열기가 일상으로 이어지기 위한 새로운 정치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은 15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미술관 강당에서 학술 심포지엄 ‘광장의 예술학’을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6월 13일부터 8월 6일까지 미술관 기획전시실, 상설전시실에서 진행되는 기획전시 <키워드 한국미술 2017: 광장예술-횃불에서 촛불로>의 부대 행사다.

심포지엄은 ▲강성원 미술평론가(주제: 광장과 예술의 동행) ▲주진오 상명대 교수(광장의 역사, 동학에서 광화문까지) ▲서영표 제주대 교수(공동자원으로서의 광장의 사회학)의 발표와 종합 토론으로 진행됐다. 

발표자들은 각각 분야에 맞게 광장과 예술의 관계를 살펴보고, 중요한 역사 속 광장을 조명하며, 사회학적인 시각에서 광장 정치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설명했다.

강성원 평론가는 오래 전부터 광장과 예술은 밀접한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부터 로마, 영국 등 각종 예술은 광장에서 탄생했다. 20세기 들어 광장은 정치적인 담론을 만드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미술 역시 그 자체의 순수함 대신 목적을 띄고 제작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작품을 보면 광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보인다. 길 위, 시청 앞 뿐만 아니라 카페, 노래방 같이 사람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일생 생활도 ‘작은 평화 속의 광장’이라는 인식이 미술 작품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주진오 교수는 동학농민전쟁(1894)부터 만민공동회(1898), 3.1운동(1919), 제주 항쟁(1947~8), 4.19혁명(1960), 서울의 봄(1980), 광주민주항쟁(1980), 6월항쟁(1987)과 촛불혁명(2016~7)까지 광장에서 일어난 중요한 역사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일어난 촛불혁명은 다양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하나로 모여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변화를 이뤄냈다. 다양성이 없던 6월 항쟁보다 진화한 형태”라며 “나이, 경제 같은 것으로 권위를 앞세우는 시대를 탈피하는 게 촛불혁명이 주는 의미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혔다.

서영표 교수는 광장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 일상으로 옮겨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광장의 정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진다. 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불만, 좌절은 정치적인 과정으로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제대로 해소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계속 압박을 받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자기표현을 두려워한다”며 “그래서 열린 광장에서 사람들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다만 광장에 모인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 비정상에 대해 경계하고 두려워하면서 그대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흡사 정치인들의 머리통을 한 번 때리고 조용히 제 자리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장의 정치는 쉽게 해소된다. 급격하게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정치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광장에서 느끼는 자신감과 에너지가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생활 속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투표만이 아닌 일상에서 우리 생각을 표현하고 모으는 다양한 정치적 통로가 필요하다. 100년간 이어온 대의민주주의가 위기라는 증거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까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직접 민주주의를 강조한 정치 제도의 개혁을 강조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6월 13일부터 8월 6일까지 기획전시 <키워드 한국미술 2017: 광장예술-횃불에서 촛불로>을 진행한다. 동학부터 광화문까지 광장에 주목한 다양한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