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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박원철(왼쪽), 손유원 의원. ⓒ제주의소리
박원철·손유원 의원 “‘돈 잔치’ 해버린 느낌…읍면동 요구예산 반영 50%선 그쳐”

제주도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외부차입금 1327억을 모두 상환해 ‘외부차입금 제로화’를 선언했지만, 정작 읍면동에서 요구한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은 뒷전으로 밀리면서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박원철 의원(한림읍,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제주도가 제출한 2017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외부차입금 상환’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제주도는 제1회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면서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채무 4926억원 중 제주도가 발행한 지역개발채권 3605억원을 제외한 외부차입금(정부·금융기관) 1327억원 조기상환을 위한 예산을 반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는 “외부차입금이 제로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박원철 의원은 “1차 추경편성에 앞서 예산요구 현황자료를 봤더니 도 전체적으로 6411억원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 5394억원이 최종 반영됐다. 반영률은 84.1%”라며 “전년에 비해 예산요구액이 줄어든 이유가 뭐냐”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무엇보다 시설비를 봤더니 읍면동 반영비율은 5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어떤 곳은 80% 넘게 반영되지 않은 곳이 있다”면서 “현재의 재정상황으로 빚을 못 갚을 상황도 아니고, 조기상환까지 하면서 현업부서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또 “빚을 다 갚으면 도민들이 행복해지나”고 반문한 뒤 “무엇보다 제주도는 중기지방재정계획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 중기지방재정계획에는 지방채 상환계획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이번 추경은 다분히 돈이 남아서 ‘돈 잔치’를 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공자금을 저리로 장기차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상채권을 조기 상환하는 것이 나은지, 시급한 SOC사업에 투자하는 게 맞는 지 고민이 짧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정학 기획조정실장은 “차입금을 상환해서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냐. 지금 단계에서 ‘외부차입금 0원’이라는 상징성도 있다”고 말했다.

손유원 의원(조천읍, 바른정당)도 ‘외부차입금 제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손 의원은 “부채를 갚는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냐”고 물은 뒤 “지금 읍면 시골마을에 가보면 ‘우리 동네에 미로가 많아서’라는 말을 많이 한다. 마을안길 정비사업이 더 시급하다. 주민들 생활환경 개선이 채무상환보다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의원은 “복지예산 비율만 하더라도 기정예산 대비 더 떨어졌다. 시급성에서 복지예산이 다른 분야보다 떨어지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정학 실장은 “추경을 하면 다른 부서 예산이 늘다보면 풍선효과 때문에 복지예산 비율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마을안길 정비는 수십년째 계속 되는 민원이다. 시급성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면서 “주차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을 때 복층화 사업도 추진하는 등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정학 실장이 “주차장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답변하자, 손 의원은 “몇 천억을 투자해서라도 주차문제는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한다”면서 “박원철 의원이 ‘돈 잔치’를 했다는 지적에 저도 공감한다. 재정건전성도 좋지만 주민행복권이 뒤쳐져선 안 된다. 외부차입금 제로라는 것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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