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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자문위 "의료영리화로 고통·불안 안주겠다"...제주도 "이미 복지부 승인" 선긋기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의료영리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제주도의 최종 관문을 남겨둔 녹지국제병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의 허가를 얻을 경우 국내 제1호 외국인 투자개방형병원(외국인 영리병원)으로 기록된다. 

국정기획자문위 사회분과 김연명 위원장은 20일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5개 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의료영리화로 인한 고통과 불안을 국민에게 주지 않겠다는 것이 큰 방향”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들이 의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의료영리화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언급해온 영리병원에 대한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속적으로 의료영리화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녹지국제병원 허가에 제동이 걸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주도로서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따로 가는 것도 부담이라면 부담일 수 있다.  

다만, 제주도는 이미 보건복지부의 승인(사업계획)이 난 사업은 이와 별개라는 입장이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내·외국인 영리병원 논란은 보건의료단체는 물론 전국 시민사회, 노동단체 등이 반발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를 비롯해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충북, 동해안 등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아직까지 설립된 영리병원은 없지만, 서귀포시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짓고있는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1호 외국인 영리병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귀포시 토평동 2만8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병원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녹지국제병원은 △지하 1층 의료시설 △지상 1층 검진센터와 피부과, 성형외과, 시술·수술실 △2층 교육훈련, 문화센터, 명상, 피트니스, 스파 △3층 병실(46병상)로 계획됐다.  

인력 채용 계획은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총 134명이다. 

이날 기준 공정률은 약 84%로, 오는 8월쯤 건물 공사가 모두 마무리될 전망이다. 

건물이 완공돼 의료장비가 갖춰지고, 인력까지 확보되면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를 통과한 뒤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으면 비로소 개원하게 된다. 

최근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수렴 창구인 ‘광화문 1번가’를 통해 녹지국제병원의 비영리병원 전환을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녹지국제병원이 승인됐지만, 그 이유 만으로 우리나라에 유일무이한 영리병원으로 남겨둘 수는 없다는 내용이다. 

제주도는 행정의 일관성을 토로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에서 승인을 받았다. 이미 정부 승인을 다 받고 보건의료심의만 남았는데,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앞으로 어떤 외국자본이 제주에 투자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영리병원에 물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의료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녹지국제병원의 비영리화 전환은 제주특별법 개정 사항이다. 녹지국제병원이 보건의료심의를 받기 이전까지는 (특별법 개정에)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영리화저지 운동본부는 장기적으로는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사업자가 비영리화를 선언하면 녹지국제병원 논란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영리병원 관련 법을 개정해 영리병원 정책을 전면 폐기해야 한다. 다만, 녹지국제병원 사업자가 비영리화 전환을 골자로 사업 변경을 신청하면 된다. 제주도를 비롯해 정부가 녹지국제병원 사업자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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