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급증→용량 부족→건축허가 반려까지...“신속한 인프라 확충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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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2리에서는 2층 건물 36동으로 구성된 타운하우스 건축허가 신청이 반려된 일이 있었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발목을 잡은 건 상수도 문제.

새로 건축물을 짓게 되면 기존 상수도 공급을 위해 기존 설치된 배수관로와 연결이 필요한데, 이 배수관로 용량과 수압이 새로 짓게될 건축물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수장 등 인프라 규모는 그대로인데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건축주는 규정을 준수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당국은 수압을 측정해보니 규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허가를 반려했다.

표선면 관계자는 “지금 하수도만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 만큼 상수도 문제도 심각하다.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시설은 과거 그대로인데 인구수가 계속 늘어나 사용량도 급증하다보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읍면지역 중 인구가 가장 급속히 늘어나는 곳으로 꼽히는 제주시 애월읍도 마찬가지다.

애월읍 관계자는 “중산간 고지대 지역에 신청이 들어온 단지형 주택 중 상수도 공급이 힘들어 허가를 주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자부담을 해서 관경을 넓히겠다고 해도 용량이 부족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상수도 용량 부족이 예상될 경우 건축주는 자부담을 통해 더 넓은 배수관로로 관경을 교체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 최대 수천만원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배수관로를 넘어 전체 인프라가 수요를 감당 못해 이 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은 도심 지역에 비해 밀집도가 떨어지는 읍면지역에서 주로 나타난다.

흔히 수돗물로 사용되는 상수도는 취수원과 정수장, 배수지를 거친 뒤 배수관로를 통해 일반 가정 등에 공급된다.

최근 제주지역 인구 급증와 개발사업 증가 등으로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여름철 수압이 시원찮아 일부 중산간 지역에는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일도 많았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제주 전체 상수도 시설용량은 1일 48만여톤. 1일 사용량은 44만톤으로 용량의 92%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수장의 가동률은 100% 가까이 된다. 적정가동률 75%보다 훨씬 높다.

성수기 때 물 사용량이 급증하면 또 다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상수도 문제로 중산간 지역 건축허가 반려 사례도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제주도는 오는 2025년이면 1일 물 사용량 63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는다면 부족한 물의 양이 18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2월 제주도가 2017년 상수도 시설사업 분야에 총 657억원을 투자해 상수원 개발과 공급시설 확충을 본격화했다. 제주도상하수본부는 올해 신규취수원을 개발해 공급 용량을 1일 3만1000톤 증가시키고, 78억원을 들여 관경을 확장하고 관로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을 목표로 5817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이 계획은 작년에 나왔다. 인구 증가세가 한참 지속된 후에야 본격화된 대책인 만큼 때를 놓쳤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제주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지금 제주지역 하수종말처리장 대부분이 처리용량을 초과한 상태인데 이는 상수도도 마찬가지”라며 “신규 취수원 개발과 여름철 급수취약지역 해소를 위해 예산을 반영해 사업을 꾸준히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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