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SNS 서포터즈 홍성은

할머니1 : 사진 찍엉 어디로 보낼꺼라(사진 찍어 어디로 보낼거냐?)
요양사 : 보낼 거 아니고 양 장수사진 찍엄수게(보낼 거 아니고 예 장수사진 찍고 있습니다.)
할머니2 : 고마웅게 젊은이들이 나 사진 찍어주난(고맙네 젊은이들이 나 사진 찍어 주어서) 

1.jpg
어느 요양원에서 할머니와 요양사의 대화내용이다. 할머니는 한평생을 살면서 마지막 촬영하는 영정사진을 알기나 할까? 초상에 보통은 영정사진이라 하는데 그 말이 듣기 안 좋아서 우린 장수사진이라 부른다. 

수의를 만들어 보관해 두면 오래 산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다. 머리를 곱게 빗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고개를 바로 들어드리고 영정사진을 신중하게 촬영한다. 어떤 할머니 한 분은 코에 호흡을 도와주는 호수를 낀 채 의자까지 어렵게 앉았는데 고개를 들지 않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그리고 우리 봉사자들이 고개를 들어 보지만 어림도 없다. 급기야 삼각대에 장착 돼있는 카메라를 꺼내어 바닥에 들어 누어 위로 촬영하는데도 역부족이다. 아가들의 100일 사진을 촬영하는 것 보다 어렵다고나 할까.
 
퇴직한 공무원들이 2013년도 11월에 만든 제주상록사진봉사단을 찾았다. 매월3주 목요일에 요양원, 시각장애우회관, 경로당 등을 찾아 어르신들의 장수사진을 촬영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지난 6월15일은 제주동초등학교 근처 구중경로당에서였다. 현장에 가 보니 곱게 할머니들은 한복을 차려입고 립스틱을 바르고 머리를 곱게 단장하고 장수사진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할아버지는 양복이 없어서 우리 봉사단원이 옷을 빌려 입기도 한다.

‘할머니 여기 봅써’, ‘뱅새기 우습써’, ‘고개 약간만 오른쪽으로 돌립써~너무 돌려수다’ 

봉사단원들은 한복고름을 잘 펴고 어깨를 바르게 하고 가장 편안하고 밝은 표정이 나오도록 옆에서 도와드리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지원을 받아 장수사진을 만든 다음 액자에 넣어 어르신들이 갖고 있도록 드리곤 한다.

어르신들은 한평생 한 가정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사회를 위해 헌신하다 보니 이제 나이가 들었다. 몇 개월 전에는 장수사진을 촬영한 후 몇 일만에 돌아가셨는데 가족들은 사진이 없어서 동분서주 할 때 우리가 찍은 사진이 있다는 걸 늦게나마 알고는 참 고마워했다고 요양원에서 들은 적이 있다. 

비록 영정사진을 촬영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여생을 건강하게 살다가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