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예결위, “5월말 발표 약속 왜 지키지 않나…신뢰보호원칙 스스로 깨”

제주도가 5월말까지 ‘소규모 택지개발’ 후보지를 확정해 발표키로 했다가 기약 없이 ‘보류’하면서 행정이 먼저 신뢰보호의 원칙을 깨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언론에 이를 공표했던 행정부지사는 “송구스럽게 됐다”며 고개를 떨꿨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경학)는 22일 제352회 제1차 정례회 회기 중 1차 회의를 열어 2016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성태 행정부지사를 상대로 한 정책질문에서는 ‘소규모 택지개발’ 발표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데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손유원, 김경학, 좌남수 의원(왼쪽부터). ⓒ제주의소리

손유원 의원(조천읍, 바른정당)은 “행정은 ‘신뢰보호의 원칙’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의 행정을 보면 2가지 정도가 이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소규모 택지개발’ 사업 관련”이라고 운을 뗐다.

손 의원은 “당초 5월말까지 소규모 택지개발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발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전성태 부지사는 “최근 미분양 주택이 많이 늘고 있어 지금 발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발표를 ‘보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 의원은 “경제성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데, 택지개발은 경제성 논리로만 갈 사안은 아니”라며 “도-농간 격차 해소 및 균형발전, 주거복지 등이 종합적으로 연관된 사업이다. 더구나 주민설명회까지 했고, 대선이 끝나면 발표한다고까지 해놓고 발표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학 위원장(구좌·우도면, 더불어민주당)은 전 부지사의 답변 내용 중 ‘보류’라는 말을 주목했다.

김 위원장은 “발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잠시 미룬 것이냐”고 따져 물었고, 전 부지사는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상황을 보면서…(발표할 수도 있다)”고 두루뭉수리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부동산 경기가 일시적으로 위축되고는 있지만 택지 개발한 후 분양이 안되는 것까지 걱정하는 것이냐”면서 “속된 말로 행정이 ‘뺑끼’ 친 것이다. 막연한 대책도 없이 보류라는 말을 쓰는 것을 부적절 하다”고 질타했다.

전성태 부지사(260).jpg
▲ 전성태 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
이에 전 부지사는 “혼선을 빚은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좌남수 의원(한경·추자면, 더불어민주당)는 자문위원회가 경제전문가 위주로 편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좌 의원은 “발표를 보류한 게 자문위원회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는데, 자문위원들이 대부분 경제전문가 아니냐.”면서 “소규모 택지개발의 근본 취지가 뭐냐. 난개발 방지와 주거복지 아니냐”고 되물은 뒤 “그렇다면 경제논리로만 풀려고 하면 안 된다. 도시계획 및 주거복지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제대로 된 자문이 나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좌 의원은 또 “읍면지역에 소규모 택지를 빨리 개발하지 않으면 향후 더 큰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하수관거가 없는 곳에서의 건축행위를 불허하는 것으로 건축조례가 개정되면서 앞으로는 하수관이 연결된 시내권 토지 값만 폭등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 부지사는 “여러 의원들이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지적된 내용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 4월24일 도정 역점 5대 핵심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5월말까지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소규모 택지개발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브리핑을 전성태 부지사가 직접 했다.

당시 제주도는 택지개발 사업대상지로 제주시 7곳, 서귀포시 7곳의 후보지를 선정했고, 주민설명회를 진행해 5월말 사업대상지를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시·서귀포시 동지역의 경우 20만㎡ 정도의 중규모, 읍면지역 10곳은 10만㎡ 이하의 소규모로 택지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