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혁명보다 어려운 개혁...변화의 힘 지속돼야 공동체 번영

개혁은 시대변화를 상징하면서 국민들이 직접 실감할 수 있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회자되고 있는 개혁 과제들은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대통령 행사의 근엄한 의전이 확 바뀌었고, 비정규직이 정규직 되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미세먼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은 요즘 달라진 풍경이다. 

현재 개혁은 탈권위주의, 반부패와 투명성 강화,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 제고, 경제민주화, 불평등 해소,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1만원, 교육개혁, 에너지 구조조정, 방송개혁, 노동개혁, 재벌개혁, 재정개혁, 사회 안전망 확충 등 수 많은 과제들이 거론된다. 국가적으로 어떤 제도나 정책들이 실행되고 정점을 넘어서면 병적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변화의 힘이 작동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혁은 시대를 반영하고 개혁 추진은 시대를 해부하고 수술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개혁은 사회 모든 부문에 걸쳐 오래되고 굳어진 제도나 관행을 시대변화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다. 먼저 생각을 바꾸고 태도나 행태를 고쳐 제도화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항의 동력도 만만찮다. 찬성 여론이 반대 세력의 주도면밀한 전략에 의해 저지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시민세력의 요구를 ‘촛불 청구서’로 낙인찍고 개혁을 방해하는 행태가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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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추진하는 안민석 의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순실 재산몰수 특별법 추진 여야 의원 모임 결성 및 최순실 재산 조사 보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원래 개혁은 혁명의 반대 개념으로 급진적 혁명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혁명주의자들은 개혁을 수정주의로 매도하기도 했다. 혁명은 일방향이지만 개혁은 쌍방향 소통과 여론의 지지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혁명이란 성공하면 휘황찬란한 지름길이 있지만, 개혁에는 고난의 행군이 수반되는 길만 있을 뿐이다. 

개혁은 시대의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에 그 특징이 있다. 구체제를 극복하고 신체제를 구축하는 의미가 강하다. 개혁의 집을 짓는 데는 고통이 함께한다. 개혁 이행기는 기득권 쾌락에 취한 세력의 저항과 쾌락을 억제하는 공동체의 윤리적 힘이 길항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역동적 과정에서 다수 국민의 참여와 결정 권한이 확대되어야 하고, 관용·공감·배려·양보의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체제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은 쉽지 않다. 함께 더불어 사는 공감 사회를 지향하는 인식이 높아진다면 개혁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혁은 과학과 비슷하다. 과학은 변하지 않는 지식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현재 진실이라고 믿은 과학지식 중 다수가 틀린 것으로 밝혀진 것을 현대 과학사는 증명하고 있다. 개혁도 마찬가지로 불변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깨는 일이다. 구체제 적폐의 원인을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추적하고 분석하여 최선의 대안을 찾고, 공동체의 재구조화와 시민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이 응용될 수 있다. 

개혁에 따르기 마련인 분열과 갈등은 모두가 혐오하고 배척하는 단어이지만, 실상 이를 조장하고 즐기는 세력이 있다. 그들은 해결책 없이 냉소적으로 문제 제기에만 집중한다. 이데올로기라는 기생체가 인간의 정신세계를 숙주 삼아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일수록 분열과 갈등은 치유하기 힘들다. 이념 과잉 사회는 보수와 진보, 자본가와 노동자, 세대, 계층, 지역, 젠더 간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비관주의자들이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환상이며, 민주주의는 최악의 제도’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이유다.  

정치 지도자들은 증오와 갈등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다짐하지만 공허한 외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이기주의만 통용된다면 갈등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갈등을 관리·해소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제주의소리
개혁 과정은 현재 상황을 고민하고 성찰하면서 합리적 공공선에 맞는 방향으로 교정해 나가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다. 개혁 책임자는 집권 세력이지만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대응은 필수다. 디지털 시대의 개혁은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하며 깊게 대처해야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지 촛불 혁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혁과 변화의 힘이 지속되어야 공동체는 유지되고 번영할 수 있다. 민주주의·시장·자본주의라는 공동의 기본가치를 다시 환기하고, 과학적 태도와 유연성·실행성·지속가능성을 기조로 균형 있는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 권영후 소통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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