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99) Traveling Alone - 쉬는 시간 5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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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ing Alone / 쉬는 시간 5분전(2017).

제주 도착 5분 전. 비행기 아래 제주도가 보인다. 돌담과 낮은 집들. 비행기가 착륙하면 제주도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올 것이다. ‘쉬는 시간 5분전’은 이름이 말해주듯 ‘쉬는 시간’이 아닌 ‘쉬는 시간 5분 전’의 느낌으로 노래한다. ‘고사리 장마에 푸르름 돋듯’ 이 음악을 다 들으면 쉬는 시간이 올 것 같다. 제주도를 느리게 걷다보면 작은 분교나 바닷가 마을의 골목길을 걷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 사람은 쉬는 시간 5분 전의 마음으로 걷는 사람이다. 지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쉬는 시간은 너무 멀리 있다. 쉬는 시간 5분 전의 마음으로 기대하며 살려고 해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정작 쉬는 시간이 오지 않아서 더 지친 사람들. 쉬는 시간을 찾아 제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한 명이 작곡가 애월이다. 그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해국 같은 소녀 허란을 만나 쉬는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의 노래를 들려준다. 제주어와 서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따듯하면서도 차가운 허란의 목소리가 삥아(삘기)처럼 빛난다. 선흘의 가벼운 바람 소리를 닮은 목소리. 손오목에 꼭 맞는 돌처럼 제주어가 얼마나 작고 소중한지 두 눈을 감으면 잔잔하게 다가온다. 쉬는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은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이 노래는 자장가 같다. 퐁낭 그늘에 누워 눈을 감고 듣고 싶은 음악이다. 아주 먼 곳에서 사랑이 온다면 그 사랑과 함께 쉬는 시간을 맞이하고 싶다. ‘사랑은 아주 천천히 오는 것’인데 저 멀리에서 느리게 오는 사랑을 오늘 맨발로 마중 나가 보는 건 어떨까. / 현택훈(시인)

* 현택훈 시인의 <눈사람 레코드> 연재는 이번 99회로 마무리 됩니다. 그 동안 독자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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