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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고위직 산하기관 파견 악순환 되풀이-실·국장 절반 교체 업무연속성 차질

28일 단행된 제주도 하반기 국·과장급 인사는 ‘발탁’과 함께 업무수행 능력과 전문성 등을 두루 감안한 무난한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용퇴’로 포장된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반강제 퇴진이라는 비정상적인 인사가 되풀이되면서 이중환 서귀포시장을 기획조정실장으로 불러들이는 등 인재풀에 한계를 보인 인사라는 지적도 많다.

고위공직자들의 일선 후퇴로 143명이나 승진하는 ‘승진 잔치’가 벌어졌고, 산하기관에 고위공무원들을 파견하는 관행도 되풀이됐다. 벌써부터 파견 나온 고위공무원들을 ‘상전’으로 떠받들게 된 산하기관에서 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도는 28일 승진 143명(직급 117명, 직위 26명)과 전보 393명 등 536명에 대한 인사를 31일자로 단행했다.

하반기 인사치고는 규모가 꽤 크다. 정년을 1년6개월 남긴 58년생(하반기) 고위 공직자들이 일선에서 후퇴하겠다고 용단을 내리면서 인사 폭이 커졌다.

제주도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민선 6기 4년차에 접어든 만큼 원희룡 지사의 공약 마무리와 함께 주거, 쓰레기, 교통, 상하수도 등 도민 체감형 촘촘한 정책 추진과 실질적인 성과 창출에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도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연공서열보다 주민과의 소통 능력, 적극적인 업무 수행능력과 전문성 등을 고려한 평가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전진 배치하는 ‘발탁’ 위주의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도 정년이 1년6개월이나 남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반 강제적인 일선 후퇴도 되풀이됐다. 이 때문에 자리가 비게 된 기획조정실장에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이중환 서귀포시장을 소환해야 하는 ‘회전문’ 인사가 이뤄졌다. “행정시장이 도정 과장만도 못하다”는 세간의 비판이 이번 인사를 통해 입증(?)된 셈이 됐다.

도청 국장 라인업만 보더라도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해 특별자치행정국장,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 보건복지여성국장, 경제통상일자리국장, 농축산식품국장 등 6명이 바뀌면서 업무의 연속성과 조직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58년생들의 용퇴로 인사 폭이 커지면서 연간업무계획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야할 실·국장 절반이 바뀌게 된 것. 그 동안 하반기 인사가 조직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소폭으로 이뤄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제주도는 인사 20여일 전에 인사운영 방향 및 일정을 사전 공개해 공무원들이 보다 안정감을 가지고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지만 실·국장 절반 정도가 바뀌면서 업무 연속성에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산하기관 파견 규모도 예년에 비해 더 커졌다. 국장급에서만 제주연구원에 4명(정태근, 김정학, 강성근, 양시연), 개발공사에 3명(현공호, 김영진, 윤창완), 에너지공사에 1명(박태희) 등 8명이 파견 나간다.

과장급(4급)에서도 경제통상진흥원(현석교), 신용보증재단(변영선), 관광협회(김정주), 제주의료원(한정운), 에너지공사(김수병), 테크노파크(임수길), 컨벤션뷰로(이동건), 여성가족연구원(강동헌) 등에 8명이 산하기관에 파견된다.

당장 이들을 상전으로 모여야 하는 산하기관에서는 죽을 맛이다. 모 기관 관계자는 “파견수당에 직책을 받으면 직책수당까지 줘야 한다”며 “게다가 직원들과의 융합에도 어려움이 있어 조직 분위기를 망치기 일쑤다. 조직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산하기관에 고위직 파견을 최소화 하겠다”고 한 약속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정년 1년6개월 남긴 고위직에 대한 반강제 용퇴라는 ‘비정상적인 인사’ 관행과 결별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하는 공직 분위기를 위해 ‘채찍’을 든 면도 보인다.

성과를 내지 못한 부서장에 대해서는 문책인사를 함으로써 내년 지방선거를 앞둬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공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은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게 전국 최초라며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좌초된 ‘감귤원 태양광 전기농사’ 관련 공직자들이 줄줄이 외곽으로 밀려난 것이다.

고시 출신들을 다시 중용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킨 김양보 환경보전국장 외에 이중환 서귀포시장을 불러들여 기획조정실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겼고, 파견 나가 있던 양기철 부이사관을 감사위원회 사무국장에 앉혀 공직 내 ‘사정업무’를 맡겼다.

고시 출신 ‘젊은 피’를 전진 배치시키면서 원 지사가 그 동안 누누이 강조했던 “일로 승부하는 공직” 만들기 위한 라인업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원 도정 출범 후 6번의 정기인사를 거치면서 ‘친정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근민-신구범-김태환 전 지사로 대표되는 ‘제주판 3김 시대’가 지난 뒤 능력과 실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하면서 공직 안팎에서는 자신의 친위그룹인 ‘친元파’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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