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싸움 10년째. 평화 기원 제주도 행진 6년째.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이름을 바꾸고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는 31일 오전 8시30분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의 시작을 알렸다.
수 백여명의 참석자들은 천둥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대비를 뚫고 대장정의 시작점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을 찾았다.
올해로 6회째를 맡는 이번 행사는 ‘평화야 고치글라, 평화가 길이다. 우리가 평화다’를 주제로 7월31일부터 8월5일까지 5박6일의 일정으로 제주도 전역에서 치러진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의 일환으로 2008년 처음 도보 순례를 진행했다. 2012년부터는 ‘생명평화대행진’의 이름을 달고 연례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6번째다.
그동안 남녀노소 전국에서 연인원 1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노란 물결에 함께했다. 5년간 이들이 함께 누빈 거리만 1000km를 넘어선다. 제주에서 서울을 돌고 와도 남는 거리다.
이번 대행진에는 강정마을과 연대했던 용산참사 유가족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도 함께 한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맞서는 성주 주민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행진 출발 전 인사말에서 “전격적인 사드 배치 등 우려가 많다. 나라가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행보를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내자”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정부는 2007년 구럼비를 부수고 10년간 주민들을 탄압해서 피눈물을 흘리게했다”며 “다시 뭉친 노란물결로 해군기지와 제2공항, 사드 배치까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8시30분 해군기지정문을 출발해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 각각 100.4km 106.0km를 발걸음으로 채운다.
동진은 첫날 남원리, 2일째 신산리, 3일째 성산리, 4일째 김녕리, 5일째 조천리가 목적이다. 서진은 첫날 화순리, 2일째 고산리, 3일째 한림리, 4일째 고내리, 5일째 제주시다.
첫날에는 제주출신 최초로 천주교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에 임명된 문창우 주교도 함께했다. 문 주교는 눈을 뜰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도 행진에 함께했다.
문 주교는 “함께 걷는 걸음이 진정 평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외침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줄 것”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평화의 힘을 이뤄내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행사에는 7월29일 현재 전국에서 185개 단체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현재도 참가 접수가 이뤄지고 있으며 주최측은 연인원 3000여명이 행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행사 마지막날인 8월5일에는 오후 4시 옛 제주세무서 사거리에서 동진과 서진팀이 만난다. 이어 제주시청 민원실 앞으로 이동해 촛불정신의 의미를 담아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오후 6시에는 제주시 탑동으로 이동해 5박6일 생명평화대행진을 마무리한다. 마지막 행사는 오후 9시까지 음악과 공연이 함께하는 축제 형식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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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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