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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행정자치전문위원-입법정책관 일반직공무원 임용…“개방형 확대” 제안 역행

제주도의회의 ‘인사권 독립’ 의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지사 눈치 보지 말고, ‘의회 맨’이 되어달라며 어렵게 만든 ‘개방형’ 자리에 일반직 공무원을 임용해서다.

정작 자신들이 발주한 용역에서 제시한 ‘개방형 확대’ 제안을 무시, 역주행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도의회는 지난달 28일 제주도의 하반기 정기인사 직후 후속인사를 통해 입법정책관에 김창현 의회사무처 총무담당을 승진(직위) 임용하는 등 20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인사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이날 인사의 핵심은 서기관(4급) 직급인 입법정책관과 행정자치전문위원에 누가 발령받을 지였다. 막상 뚜껑을 열자 전부 내부 승진·전보였다. 개방형 직위인 행정자치전문위원에는 김영근 입법정책관이 전보됐다. 전부 일반직 공무원이 자리를 꿰찬 것이다.

문제는 제주도의회가 자체 용역까지 해가면서 ‘인사권 독립’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왔다는데 있다.

앞서 제주도의회는 지난 2013년 행정자치전문위원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했다. 국회의원 보좌관과 제주도 수출본부장을 역임한 김천우씨가 제1호 개방형 행정자치전문위원으로 임용됐다.

10대 후반기 신관홍 의장 체제가 출범한 후 실시된 ‘제주도의회 입법지원체계 강화방안 연구’용역도 전문위원 역량강화를 위해 별정직 또는 개방형 직위로 전환할 것을 제안해놓고 있는 상황.

연구진은 “전문위원에 대한 인사권을 도지사가 가지고 있어, 소신 있게 도의원과 위원회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전문위원 상당수가 일반직 공무원으로 해당 상임위 소관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정기적인 인사교류 시 상임위에 발령받아 근무하다 정기인사 때 또 다른 부서로 전보발령 됨으로써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입법정책관 역시 마찬가지다. 입법정책관실은 도의원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입법지원, 법제심사 및 의정 주요현안과제 조사·분석 등을 담당하는 의정지원 핵심부서다.

용역은 4급인 입법정책관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할 것과 함께 5급인 입법지원담당과 법제심사담당도 일반직공무원 대신 임기제 공무원으로 충원토록 했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충원할 경우는 변호사나 법학전공자로 충원하도록 제안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만 놓고 보면 ‘입법지원체계 강화방안 연구’은 그야말로 ‘허명의 문서’가 되고 말았다. 제안된 내용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로 4급(서기관) 전문위원 중 빈 자리는 의회운영전문위원 1명뿐이다. 지난 6월말 강홍철 전 전문위원이 정년퇴임하면서 공석이 된 후 아직까지 충원되지 않고 있다.

강 전 전문위원은 별정직으로 제주도의회에서만 25년을 근무한 ‘의회 맨’이었다. 강 전 전문위원의 퇴직은 곧 ‘의회 맨’ 1명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도의회가 이 자리를 어떻게 충원할 지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개방형으로 할지, 별정직으로 채용할 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면서 아직까지 채용공고가 나지 않고 있다.

의회 내부에서는 “별정직 전문위원 한 자리도 퇴직을 앞둔 5급 ‘끝물’ 일반직공무원으로 발령이 날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별정직은 한번 채용하면 정년 때까지 소위 의회에 ‘말뚝’을 박지만, 개방형은 임기가 정해져 있다. 통상 최초 임기 2년이 끝나면 실적에 따라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둘 다 의회 의장이 인사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도지사가 인사권자인 일반직과는 달리 집행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의회 입장에서 보면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년을 보장하는 것과 임기가 정해진 점은 큰 차이가 있다. 별정직으로 채용돼 줄곧 의회에서만 근무할 경우 소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인사 교류가 없기 때문에 집행부와의 소통에도 약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방형은 최초 임기(통상 2년)를 마치게 되면 근무실적에 따라 5년 범위 내에서 공고 없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 집행부 견제·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더 적격일 수 있다.

‘인사권 독립’을 위한 제도개선을 꾸준히 요구해왔던 제주도의회가 남은 한 장의 4급(서기관) 전문위원 채용카드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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