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허창옥 의원 “신재생에너지 생산만큼 에너지절약 노력 중요”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 2030’ 프로젝트. 2030년까지 탄소 제로를 목표로 도내 모든 차량을 전기자동차로, 전력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변환·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자립 섬’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는 섬. 바야흐로 제주에서 바람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풍력발전과 관련해 ‘바람 잘 날’이 없다. 무엇보다 친환경 에너지원이면서도 경관과의 부조화, 주민수용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허창옥 의원(농수축경제위원회)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육상이든 해상이든 ‘대규모 풍력발전지구 지정’에서 찾는다.

허 의원은 지난 제353회 임시회에서 대정과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동의안을 심사하는 내내 ‘先 세부입지기준 수립 後 지구지정’을 강조하며 심사보류 결정을 이끌어냈다.

허 의원은 “제주가 ‘탄소 없는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규모 풍력단지 또는 태양광단지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며 “대규모 단지로 갈 경우, 경관과의 부조화, 주민수용성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 의원의 머릿속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아이디어 창고와도 같았다. 비닐하우스나 양식장의 경우 소규모풍력을 통해 자가전력을 소비케 한다거나, 평화로·번영로 등 도로변 전체를 태양광발전으로 깔아 부지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방법 등 아이디어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왔다.

특히 허 의원은 전력생산 방법의 전환(화석연료→신재생에너지)과 함께 생산된 전력을 절약하는 것이 ‘탄소 없는 섬’으로 가기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제주가 ‘에너지 자립 섬’이 되기 위해서는 전력을 어떻게 생산하느냐와 함께 생산된 에너지를 어떻게 절약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도민참여형 에너지절약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금부터라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절약 생활문화를 확산시킴으로서 전력생산 대비 소비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자는 제안인 셈이다.

3-1.jpg
▲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허창옥 의원(대정읍). ⓒ제주의소리
- 10대 의회 의원 임기가 1년이 채 안 남았다. 지난 3년 숨 가쁘게 달려왔을 텐데 지난 3년 의정활동을 평가한다면. 또 남은 1년 각오가 있다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도민들이 보기에는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1차산업과 관련된 부분, 풍력,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제도개선이나 과제가 남아있다. 남은 1년 동안 이 과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언제나 도민의 입장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지난 달 24일 열린 농수축경제위원회에서 해상풍력과 관련해 많은 지적이 있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조례에 풍력발전 허가와 관련한 세부 입지기준이라는 게 있다. 육상풍력의 경우 환경, 경관, 주민수용성, 문화재 등에 대한 세부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지구지정 동의안을 제출할 수 있는데, 해상풍력의 경우는 기초 입지와 풍력, 전력계통 정도만 있지 환경과 경관, 주민수용성, 문화재 관련 기준이 없다. 결국 지구지정부터 하고 나중에 개별사업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다. 육상풍력과 관련해 난개발 얘기를 하지만, 사실 해양풍력은 도민들의 생존권, 경관과의 조화, 해양생태계가 중요함에도 최소한의 세부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사전에 이런 기준에 의해 타당성 여부를 판단한 뒤 동의안이 제출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 이번에 동의안 2건이 동시에 상정됐는데, 사실 의원님의 지역구 문제인 대정해상풍력 동의안은 제출된 지 1년이 넘도록 상정조차 안됐다. 이유가 뭔가.

의회 입장에서는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 경관 문제도 있지만 주민수용성과 관련해 극한대립을 하는 상황이라 의회가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여러 개의 청원과 진정서가 들어왔고, 그 때마다 주민들 간 잘 협의가 돼서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상정을 못했다. 그럼에도 상정조차 안하고 그냥 가는 건 의회의 책무를 방기하는 게 아니냐 하는 의견도 있어서 이번 7월 임시회에 상정하게 된 것이다.

- 동의안이 상정되긴 했는데, 그렇다고 상정보류 사유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인가.

3-2.jpg
▲ 허창옥 의원. ⓒ제주의소리
그렇다. 주민수용성 문제도 크게 진전된 게 없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과거처럼 중앙에서 일방적으로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수용성이 가장 중요하게 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현재 해양환경 기준, 해양안전 등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용역이 2019년에 마무리된다. 용역에서는 에너지원의 경제성, 보존지역과 경관보호는 어떻게 하고, 인간의 활동은 풍력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고, 그리고 아주 중요한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를 어떻게 유지해낼 것인가 하는 네 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1차로 2014~2015년도 조사를 했고, 현재는 세부기준 마련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2014~2015년 용역결과는 산업의 전진기지나 경제성으로 보면 타당할지 모르지만 환경, 경관, 해양생태계 이런 것으로 보면 별로 입지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 허 의원께서는 풍력발전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지적했던 수용성의 문제라든지, 환경·경관 등 세부기준이 정리가 된다면 지금 상정 보류되고 있는 안건들에 대한 처리속도가 빨리질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풍력관련 중앙정부의 권한이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제주특별법에 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이 됐다. 그래서 고시를 통해 풍력발전에 대한 세부 입지기준을 마련하도록 돼 있다. 육상풍력의 경우 오름 이격거리가 어떻고, 경관은 어떻고 다 마련되어 있다. 주민수용성과 관련해서도 고시된 내용을 보면,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민원처리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고, 필요하면 민원처리센터도 한시적으로 운영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해상풍력은 이런 게 전혀 없다보니 결국 대정과 같이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도지사가 세부입지기준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육상풍력 만큼, 혹은 그 이상 강화돼야 한다. 이런 것들이 정비되고 난 후에 해상풍력이 진행돼야 한다.

- 대정과 달리 한동-평대 해상풍력의 경우 주민수용성 문제가 큰 걸림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심사가 보류됐는데.

입지기준이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이 같던지, 아니면 해상풍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거다. 앞으로 6군데 해상풍력 하겠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인데, 기준이 강화되지 않으면 경관 문제를 비롯해 해양생태계 파괴는 불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제주도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리고 지역주민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도 풍광에 반하는 게 아니라 짜증을 낼 것이다. 그러면 도민의 삶의 질도 떨어진다. 중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제주도 입장에서는 이익보다 훨씬 손실이 크다.

3-3.jpg
▲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허창옥 의원(대정읍)이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어쨌든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전기차와 함께 신재생에너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친환경 에너지가 경관문제로 발목이 잡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탄소 없는 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풍력·태양광 단지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탄소 없는 섬을 만드는 데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전력을 어떻게 생산하느냐, 또 다른 하나는 전력소비를 어떻게 줄이느냐다. 이 두 가지 축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데 에너지절약에 대한 고민은 전무하다.

일례로 소형풍력을 확대한다거나, 평화로와 번영로 같은 도로변에 태양광을 깐다거나, 소규모 하우스나 양식장의 경우 소형풍력을 통해 생산된 자가전력을 소비하는 방법, 빌딩에 태양광을 집중하는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전력이 100이니까 이 100을 전부 태양광·풍력으로 하겠다는 발상으로 하면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 어떤 사업이든 정책결정자의 철학과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신재생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원희룡 지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의회에서는 업무보고나 행정사무감사, 도정질문을 통해 끊임없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궤도수정을 주문했다. 올해 풍력발전과 관련한 용역이 10월에 착수된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도의회에서 문제제기할 때 최소한 친환경적이면서 도민들이 납득하고 공감이 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어야 했다. 도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해야 된다. 풍력과 태양광 등 전력을 어떻게 생산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에너지절약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도민참여가 절대적이다. 그런 공감을 얻고 진행한다면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은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처럼 정책이 결정됐으니까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식의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원 도정이 이런 걸 느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용역에서 충분히 검토될 때라야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