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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면 고산리 해녀공연팀과 함께하는 제주국제관악제 행사가 10일 열렸다. ⓒ제주의소리
제주국제관악제, 10일 한경면 고산리 해녀와 스페인·캐나다 공연팀 ‘콜라보’

어스름한 붉은 노을빛이 차귀도 끝자락에 걸친 10일 오후 7시,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포구 야외 공연장 무대는 모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22회 제주국제관악제의 일환으로 고산리 해녀들과 스페인 ‘팔렌시아 콘서바토리 브라스 앙상블’의 합동 공연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회는 올해 처음으로 ‘해녀문화와 함께하는 관악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해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상황에 발맞추는 새로운 시도이다.

고산리해녀공연팀은 올해 수월봉 트레일 행사를 계기로 꾸려진 신생 공연팀이다. 관악제는 트레일 행사와 일정이 맞물리면서 덩달아 참여하게 됐다. 7월 중순부터 주말 저녁식사 시간을 빼면서 연습에 매진했다는 게 해녀들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국악단체 ‘제주소리’ 대표 안복자 씨가 도움을 줬는데, 연습뿐만 아니라 이문석 씨가 편곡한 '제주민요' 악보를 관악제 집행위원회를 통해 스페인 팀에게 보냈다. 스페인 팀은 해녀들이 연습할 수 있도록 악보 연주곡을 다시 제주에 보내며 나름 공을 들였다.

팔렌시아 콘서바토리 브라스 앙상블은 스페인 팔렌시아 지방의 음악학교 학생과 교수진으로 구성된 팀이다. 2014년에 만들어졌으며 23명 규모를 자랑한다. 

공연 당일은 준비한 좌석도 모자라 방파제까지 가득 채울 만큼 분주한 분위기였다. 고산리 주민들과 관악제 집행부, 제주시청 관계자, 취재진이 대거 몰리면서 성황을 이뤘다. 단 한 차례 현장 리허설만 있었고 해녀들의 공연 경험도 적은 만큼 호흡은 다소 맞지 않았지만, 전혀 다른 문화의 흥겨운 만남은 관객과 공연자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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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장 풍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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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산리해녀들과 스페인 관악팀의 협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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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은 저녁 7시부터 차귀도포구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제주의소리

현인홍(66) 해녀는 “밭에 바다에 할 일이 참 많았어도 주말마다 모여서 연습한 보람을 느낀다.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어서 감개무량하다”는 벅찬 소감을 밝혔다.

팔렌시아 콘서바토리 브라스 앙상블의 지휘자 엔리케 아벨로 씨 역시 “낯선 문화권이지만 사람들이 친숙하게 대해줘서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훌륭한(Fantastic) 무대였다”고 만족감을 드려냈다. 

음악 학교 교사이기도 한 엔리케 아벨로 씨는 “관악제 측으로부터 공연곡 악보(Gosan Hae-Nyeo Song)를 받고 나서 제주해녀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는데 거의 찾을 수 없어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곡 느낌 역시 상당히 낯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공연팀에 이어 무대를 장식한 캐나다 ‘더 노스스타옵티미스트 알룸니 밴드’는 화려한 의상과 퍼포먼스, 무대매너로 사람들의 큰 환대를 받았다. 앵콜 요청에 이어 공연이 끝난 뒤 기념촬영까지 이어가며 서로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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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더 노스스타옵티미스트 알룸니 밴드'의 공연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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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밴드와 제주 고산리 해녀의 만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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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참가자들이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주의소리

고산리 주민 고정옥(44) 씨는 “관악제는 제주시내에 나갈때 기회가 되면 보는 정도였는데 이곳까지 찾아와 멋진 공연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면서 “다만 해녀와의 합동 공연이 초반부에 잡혀, 끝나고 나서 일부 관객들이 빠져버린 게 아쉽다. 관객이 많아야 멀리 찾아온 연주자들도 힘이 날 텐데, 해녀 공연을 후반부에 배치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영미권인 캐나다 팀은 의사소통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스페인 팀은 관객과 소통이 비교적 아쉬웠다.

해녀 공연을 놓쳤다면 13일 오후 8시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난드르공연장을 찾아가자. 대평리해녀공연팀과 해병대 군악대 출신 ‘KMC빅밴드’, 1979년에 결성된 독일 청소년 재즈 오케스트라 ‘피닉스 파운데이션’과의 합동 공연이 준비돼 있다. 대평리해녀공연팀은 2009년부터 공연을 해온 만큼 보다 짜임새 있는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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