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㊸ 야채와 과일이라는 열쇠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 것은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이 돌연변이의 원인으로 △DNA의 복사 실패에 의한 유전자 변이 △방사선 또는 발암성 물질에 의한 DNA 손상 △바이러스 등 감염에 의한 유전자 변이 등이 추정되고 있다.

항암제 개발을 위해 여러 해 연구한 전문가에 의하면 암화(癌化)하는 과정에는 공통된 것이 있단다. 다름 아닌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란 대기 중에 존재하는 산소분자가 반응성이 강한(산화시키기 쉬운) 화합물로 변화한 것이다. 산화시키기 쉬운 상태가 되면, 예컨대 쇠를 산화시켜 녹슬게 하는 것처럼, 신체를 녹슬게 해 장해를 일으킨다.

이 활성산소가 어떻게 암화의 원인이 되는 것일까? 신체에서 활성산소는 적을 공격하는 총탄과 같다. 면역세포가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해치우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C형 간염바이러스가 간에 침입하면 면역세포는 활성산소를 내보내 공격한다. 이 때 정확히 목표만 공격하는 게 아니고, 기관총 사격과 같이 목표 이외의 부분도 공격해버리기 때문에 주위의 정상세포까지 손상돼 간암이 된다.

활성산소는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속의 DNA를 손상시키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세포는 분열시에 복사 실패가 일어나기 마련인데 활성산소로 인해 복사 실패가 증가하게 된다. DNA가 손상을 입게되면 암억제유전자가 작용해 손상부분을 수복(修復, 본래의 모양대로 수리)하기도 하고, 세포사(細胞死,apoptosis)가 일어나 암세포가 생기지 않게 되는데 암억제 유전자도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을 받게 되면 빨리 암화가 진행돼버린다.

강한 자외선이나 방사선을 쬐이게 되면 암이 생기는 것은 체내의 산소에 자외선이나 방사선이 부딪쳐 활성산소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 발암물질 자체도 활성산소를 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활성산소가 체내에서 생기지 못하게 할 수는 없을까? 안된다고 한다. 남성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도 활성산소의 작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활성산소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는 셈이다. 호흡을 하고 있는 한 체내로 들어오는 산소의 수%는 활성산소가 되며, 일년에 2~10kg 생성된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신체활동과 활성산소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다.

암 예방을 위해 어떻게 하면 활성산소를 체내에서 제거할 수 있을까?

매일의 식사내용을 재검토하는 게 효과적이라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동양인이 미국에 이주하면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아져, 백인의 암 발생 경향과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식습관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1992년에서 2007년까지 15년간 야채 섭취량이 증가한 미국 동부의 여러 주에서는 대장암, 직장암이 2.5~5%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있다. 

그러면 어떤 식품이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가? 야채와 과일이 주로 이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포도주, 커피, 차, 일부의 기름, 발아현미 등도 효과가 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활성산소와 관련해 매일의 식생활에 주의해야할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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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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