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우 주교, 서품식에서 “섬김과 사랑, 기쁨의 리더십 펼칠 것”

제주 출신 첫 천주교 주교로 임명된 문창우 제주교구 부교구장에게 각계각층에서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하는 공동체에 앞장서달라’고 전했고, 원희룡 지사는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어달라’는 바람을 밝혔다.

천주교 제주교구(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15일 오후 8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이시돌 삼위일체대성당에서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 부교구장 주교 서품식을 거행했다. 서품식은 교회공직자를 취임시키는 천주교의 의식이다.

▲ 문창우 주교가 15일 제주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서품식에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있다. ⓒ 제주의소리

준비한 3000개의 좌석이 일찌감치 가득찼고 많은 신도들은 바닥에 앉거나 서야 했지만 강한 빗줄기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세월호 피해자들과 해군기지로 아픔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도 초청됐다.

강우일 주교는 “선배로서 ‘이런 주교가 되십시오’라기 보다는 ‘시간을 천천히 두고 주교가 무엇하는 사람인지 잘 연구해 보십시오’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문창우 주교는 서품식 중간중간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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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제주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문창우 주교 서품식. 강우일 주교가 문 주교에게 주교관을 씌워주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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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제주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문창우 주교 서품식. ⓒ 제주의소리

이날 서품식에 이어진 축하식에서는 문 주교에 대한 각계각층의 기대감이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통해 전한 축사에서 “문 주교는 젊은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며 직무에 헌신했다”며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염수경 추기경은 “문 주교님의 사목표어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는 한국사회의 아픔과 갈등, 시련까지 가까이 품겠다는 마음을 담은 것으로 문 주교님의 성품과 삶의 자세가 잘 드러난다”고 강조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가 가진 아픔을 문 주교님의 사목을 통해 치유하고 축복을 펼쳐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창우 주교는 답사에서 “늦은 나이에 신앙을 접했고, 세계 유수 대학에서 학위를 가진 재원도 아니”라며 “모든 면에서 결점 투성이임에도 교종께서 제주교구 부교구장으로 임명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제주를 위한 교회로 살아가겠다”며 “구체적인 키워드로 섬김과 사랑, 기쁨의 리더십을 제시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1963년 제주시 출생으로 오현고(29회)를 졸업하고 1981년 제주대에 입학해 농화학을 전공했다. 

1988년 대학졸업 후 이탈리아에서 1년 넘게 포콜라레 영성학교를 다닌 뒤 돌아와 1990년 광주가톨릭대학에 입학해 1996년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제주4.3을 신학적으로 처음 조명했다. 2007년에는 제주대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고 2014년 서강대에서 종교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사제로 수품된 뒤 서문 본당 보좌, 중앙 본당 보좌를 거쳐 1998년부터 1999년까지 중문 본당 주임신부를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제주교구 교육국장을 지낸 뒤 작년까지 광주가톨릭대학교에서 교수와 영성지도를 맡았다. 작년 3월부터 제주 신성여중 교장을 맡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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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제주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문창우 주교 서품식.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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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제주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문창우 주교 서품식. 한 신자가 기쁜 표정으로 문 주교를 바라보고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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