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관장 취임 1주년 간담회, “민관 협업, 아카이브 구축으로 미술관 체질 개선”

제주도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이 부임 후 지난 1년 간의 활동에 대해 “제주사회에 뿌리내리는 일에 매진해왔다”고 밝혔다.

김 관장은 17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이같은 소회와 함께 “제주비엔날레로 인해 다른 미술관 업무가 영향을 받는다는 일부 시각이 있지만 사실과 다르고, 교육프로그램부터 전시까지 모든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라며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민관 협업와 아카이브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남은 임기는) 관장이 누구냐에 관계없이 도립미술관 운영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도립미술관장 취임과 함께 호기롭게 '제주비엔날레' 개최를 약속한 김 관장. 그동안 '특별한 이슈'가 없던 도내 미술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에 일정한 '활력'과 '자극'을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것도 지역과 깊게 호흡하는 '사회적 예술'을 지향하는 제주비엔날레다.  

관건은 생명력이다. 지속가능한 제주비엔날레 개최와 건강한 제주예술 생태계 조성에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준기 관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 1년을 되돌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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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 ⓒ제주의소리
:  매우 긴 시간이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술관장이라기 보다는 제주사회와의 만남으로 뿌리내리는 일에 애썼다. 특히 각계각층 사람들과 만나는 제주비엔날레 탐라순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주도 이야기를 매번 새롭게 확인하고 있다. 알고 지내는 한 선배가 ‘제주사회는 극심한 격변의 사회인만큼 그 사회에서 미술관이 무엇을 할지 고민하라’고 1년 전에 조언했는데, 당시에는 흘려들었지만 지금은 그 말이 맞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격변하는 지역사회에서 미술관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차차 일하면서 새겨듣고 있다. 

구체적으로 1년 동안 미술관 운영 체계를 개선하는데 노력했다. 연간 전시 체계를 확립해 전시기획의 일관성을 확보했고, 소장품 구입 체계를 키워드 중심으로 개선했다. 제주현대미술관 담당을 학예연구관으로 변경했다. 주중 4일(화~금), 주말 1일 근무조 편성을 도입했으며 월요일도 전원 근무로 변경해 업무 연속성을 높였다. 공무직의 업무능력을 살려 미술관 종사자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그동안 외부 기관과 업무협약이 전혀 안돼 있었는데 성북문화재단, 아라리오뮤지엄, 서울문화재단, JDC, (사)제주올레, 경남도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넥슨컴퓨터박물관, (사)제주메세나협회, 제주대 예술디자인대학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술관 소식지 겸 제주 미술문화를 알리는 월간지 ‘널른팡’도 창간했다. 미술관 교육프로그램은 일반인(미술관대학), 전문가(미술관포럼), 어린이(서귀포 기당미술관과 협업) 대상으로 세분화 시켰다. 언론홍보 역시 크게 늘어났다.

앞으로 예술 소외지역을 거점 공간으로 삼는 사회예술(social art) 활동에 매진하고 제주미술 아카이브를 구축하겠다. 기획 전시와 소장품 제도는 계속 체계화시켜 나가겠다.

- 제주비엔날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있다. 

: 돌이켜보면 지역 사회 안에서 가진 비엔날레에 대한 선입견이 미술관이 추진하는 방향과 충돌했다고 본다.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은 자체 행사로 격년제 미술제를 하고, 광주·부산·청주는 조직위원회가 진행한다. 으레 조직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제주비엔날레 조직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 이유는 민관 협업 개념을 미술문화 사업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역 미술계 안팎의 긍정적인 충고라고 본다. 우려와 논란 속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난 뒤에는, 국비를 확보할 예정이다. 국비 매칭으로 사업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만들겠다.

- 학예인력의 전문성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 제가 오기 전까지 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장 별로 배치돼 있었다. 연구와 사업실행을 병행하는 업무 특성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방식은 지속적인 연구를 하기 어렵다. 근대미술, 과학예술, 4.3을 비롯해 매체별 차이까지, 학예인력은 각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전시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 제주비엔날레에 집중하다보니 전시나 미술관 운영에 소홀한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4.3아카이브전이나 광장 전시 도록이 아직 발행 전이다.

: 4.3전시는 아카이브 성격이다보니 연말까지 자료를 모아서 도록을 제작할 예정이다. 광장 전시 도록은 곧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비엔날레 준비 때문에 미술관 운영에 소홀하다는 의견은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프로그램, 전시 등 다른 업무도 모두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모든 직원이 자기 역할과 업무에 매진한다. 구본주 작가 조각 작품을 비롯해 컬렉션 구입도 잘 이뤄지고 있다. 미술관 대학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면서 교육생들이 도슨트 봉사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전시 내용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 도립미술관의 미래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임기제 관장이므로 임기를 모두 마친 뒤에도 미술관이 어떤 방향을 유지할 지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 앞으로 예술을 후원하는 사단법인 형태의 민간 조직이 곧 꾸려지는데, 이 단체와 적극 협업할 예정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의 역할은 도민의 미술문화 향유와 미술문화 진흥이다. 도민 예술 인프라의 성장 없이 전문가만 늘어난다면 의미가 없다. 향유층을 늘려야 한다. 민간 조직은 회비로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미술문화 진흥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현재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민관 협업을 대표하는 모델로서 키워나갈 것이다. 여기에 기록을 잘 남겨놓고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관장이 바뀌어도 미술관의 방향은 이어간다. 그래서 미술관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아카이브 구축에 집중하려 한다. 아카이브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기록이다. 민관협업, 아카이브 두 가지를 축으로 도립미술관을 발전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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