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공영방송 MBC, KBS 총파업에 즈음해 / 문윤택 제주국제대 교수(언론학 박사)

지록위마(指鹿爲馬) 

중국 진나라 시대의 고사성어이다. 전국시대때 진시황이 죽자 그의 유서를 조작하여 둘째아들 ‘호해’를 왕위에 올려놓은 환관 ‘조고’가 그 권세를 보여주기 위해 허수아비 황제 앞에 사슴을 선물로 내놓으며 “이것은 말(馬)입니다”라고 했다. 주변 신하들은 황제보다 힘있는 권력자의 위세에 눌려 사슴을 사슴이라 못하고 말이라고 주장하며 권세가에게 아첨하였다는 역사에서 비롯된다. 결국 진나라는 중국 통일 15년만에 망하게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아돌프 아이히만은 어린아이와 여성을 포함하여 수만명의 유대인을 아이슈비츠 가스실로 보내고 대량학살을 저지른 집행관이었다. 그는 전쟁 후 재판에서 단지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고 더 많은 유대인을 학살해야 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믿었을 뿐이라고 법정 진술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전과정을 자세히 기록한 책이다.

시대적 배경과 지역이 너무 다른 이 두가지 이야기를 합하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 지상파 공영방송 KBS, MBC 사장과 경영진의 행태와 너무도 똑같다.

대한민국의 지상파 공영방송 KBS, MBC의 현실을 보면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언론 장악을 통하여 저지른 대국민 패악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지록위마하는 인물과 아이히만 같은 사람들이 두 공영방송을 장악하여 보도했던 최악의 사례는 4대강 보도부터 지난 세월호 참사때 이르러 극에 달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두 방송사 뉴스의 대부분은 “전원구조”, “시신다수확인”, “총력수색”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진도 방문과 박수갈채 등을 보도하는데 집중했다. 국가의 무능과 사고 원인, 유가족들의 피눈물은 편집되어 화면 밖에 있었던 것이다. ‘재난보도 준칙’이 명백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준칙중 하나인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지키기는 커녕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죽이는 보도로 일관했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법’ 여야 합의시 방송사는 대학특례입학 합의라는 보도를 앞문장으로 내세워 가족들의 요구 사안인양 보도하고 실종자 구조작업이 한참일 때 보험금을 계산해 가족이 얼마씩 받을 수 있는지를 보도했다. 국가가 방관만 하기에 직접 나서서 구조작업하던 민간 잠수부가 사망했을때도 국민과 유가족의 조급증이 죽음으로 떠밀었다는 식의 보도로 일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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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당시 YTN 뉴스 보도. 사진=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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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이후 MBC 뉴스 보도. 사진=오마이뉴스.

심지어 세월호 참사후 5월 중순부터는 세월호 때문에 민간 소비가 위축된다는 보도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징후에 선제적 대응과 민간 소비가 얼어 붙었고 어렵게 살린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지고 있습니다”라는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마치 세월호 피해자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처럼 보도하여 오장육부를 들어내는 아픔으로 호소하던 유가족에게 죄책감마저 던져주었다. 언론인이기 이전에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세월호 가족들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왜 그렇게 죽어 갔는지에 관한 “진실” 뿐이었다. 그것을 밝혀 달라고 애원하고 농성했지만 광화문 농성장을 불법집단, 종북세력 등으로 매도하기 급급했던 공영방송이다. 유가족과 국민 모두가 형용하기도 힘든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공감하고 아파할 때 KBS, MBC 등은 이를 난도질하고 왜곡 오도하였다. 불의한 말로써 부모자식의 천륜을 끊으려 한 것이다. 이때부터 대중들에게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가 기레기(기자와 쓰레기 합성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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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통제 폭로 지난 2016년 6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 통제 증거 공개 언론단체 기자회견'이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주최로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 직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내용에 항의하고, 편집에 개입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파일이 공개되었다. 사진=오마이뉴스.

출세와 정권 지키기의 나팔수 역할을 자신의 임무라 생각하고 충실히 이행하여 권력앞에서는 지록위마라 하고 국민들에게는 잔인한 아이히만이 되었다. 그들은 청와대에서 낙점해준 두 공영방송 MBC, KBS 사장단과 그 주변 인물들이다. 의식있는 기자들이 반성 기자회견을 하고 파업 등을 하면 비제작 부서로 보내거나 해직시켰다. 

지상파방송은 국가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방송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언론이다. 그래서 공영방송이어야 한다. 공영방송은 전 국민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화이고 의식이다. 떼어낼 수 없는 일상 생활의 일부분인 것이다. 그러기에 공공의 이익과 공정한 방송은 그들의 임무인 것이다. 힘(권력)의 원리나 시장원리보다는 방송의 공적 임무와 ‘시청자 주권’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방송의 자유와 책임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요즘 화제가 되는 문자 내용은 그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대기업 실세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광고와 자리를 구걸하며 '하해와 같은', '배려를 앙망'하는 내용의 문자들과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다는 언론인이 바로 그들이다. 

MBC와 KBS 사장들은 한통속인 자유한국당을 내세워 바뀐 정권의 정치적 희생양인양 정치범으로 코스프레를 하려한다. 가당치도 않다. 이들은 정치범이 아니고 한낱 파렴치한 잡범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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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낸 언론사 간부의 문자. 출처=고재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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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낸 언론사 간부의 문자. 출처=고재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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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윤택 교수(언론학박사). ⓒ제주의소리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부패한 정권에 부역하고 국민을 배신한 썩은 경영진과 사장을 몰아내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KBS, MBC 두 회사 성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공공의 문제이다.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애정을 보낼 때 방송과 언론은 언제나 정의를 향하고 힘없고 핍박받는 이들의 편에 설 것이다. 이번 총파업을 보면서 양사 구성원 모두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진정성으로 당당히 싸워서 이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언론개혁은 언론인 스스로가 개혁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만나면 좋은 친구’(MBC),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KBS) 두 공영방송사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마지막 총파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 문윤택 제주국제대 교수(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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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파업 돌입한 MBC노조 4일 오전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장겸 현 MBC 사장을 비롯한 운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 첫째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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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총파업에 나선 조합원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노조사무실에서 이슬기 기자(왼쪽부터), 최원정 아나운서, 이재훈, 박성주 TV PD, 김종명 기자, 윤성현 라디오 PD, 성재호 위원장이 총파업 출정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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