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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축분뇨가 불법으로 투기된 현장.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농장대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 “당국 관리감독 구멍…솜방망이 처벌 수위 높여야”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숨골에 수천톤의 가축분뇨를 불법투기한 사건이 도민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주도 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는 7일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 김양보 환경보전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축산분뇨 무단방류’ 관련 현안보고를 받았다.

의원들은 축산분뇨 무단 방류가 수년째 이어져온 사실을 지적하며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주도 당국의 책임을 물었다.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그동안 지역주민의 불편보다 양돈업 보호에 더 가치를 뒀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현정화 의원(중문·대천·예래동, 바른정당)은 “축산분뇨 무단배출로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어처구니없고도 파렴치한 일이 벌어졌다”고 포문을 연 뒤 “양돈농가의 비양심 때문이지만 행정에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도 이유다. 지난 2013년부터 악취 민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전성태 부지사는 “그동안 양돈업을 보호하는 부분을 지역주민 불편보다 더 가치를 뒀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행정의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자 현 의원은 “양돈업은 조수입이 연평균 5.9% 증가하는 등 제주경제의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그렇지만 악취나 분뇨로 인해 지하수·토양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제주특별법에 위임받을 수 있는 것들은 위임받아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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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는 7일 제354회 임시회 회기 중 1차 회의를 열어 제주도로부터 축산분뇨 불법투기와 관련한 현안보고를 받았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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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전성태 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
허창옥 의원(대정읍, 무소속)은 “당국은 매년 가축분뇨 문제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 대책만 세우고 있다. 이미 T/F팀도 꾸려져 운영한다는데 도대체 뭐를 했느냐”면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축산법에 따라 허가취소까지 가능하다”고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전성태 부지사는 “무단배출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기 위해 10월 달에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좌남수 의원(한경·추자면, 더불어민주당)은 “환경보전국에서 일을 제대로 했다면 이번 사건은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게 원희룡 지사가 지향하는 청정과 공존에 맞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좌 의원은 또 “식당·커피숍까지 관리까지 하며 정작 양돈장에서 수년째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도 도정이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며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만 앉아있다 보니까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양보 환경보전국장은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축산분뇨처리나 악취 문제에 대해서 지도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위반 시에는 엄벌에 처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공직자 출신인 고태민 의원(애월읍, 새누리당)은 “제주도가 청정과 공존을 부르짖으면서 이런 것 하나 잡아내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행정이 방조했기 때문”이라고 행정책임론을 부각시켰다.

고 의원은 또 “기본이 바로서려면 배출시설 지도단속 리스트부터 만들어야 한다. 돼지 1000두를 키운다면 배출시설 허가량이 나올 것이고, 자원화한다면 그 근거를 확인하면 된다. (행정이)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호 의원(성산읍, 더불어민주당)은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며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의원은 “양돈장 대부분이 기업농으로 돈도 많이 번다. 그런데 조수입이 늘수록 악취 민원도 늘어난다”며 “버는 돈보다 벌금이 약한 것이 문제다. 처벌 수위를 높이지 않는 이상 관련 민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경용 의원(서홍·대륜동, 바른정)도 “국회에 청원을 하든, 국회의원과 협의하든, 관할 장관에게 건의를 하든 해서 음식과 환경침해 사범에 대해서는 중대범죄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력한 처벌을 통한 법질서 확립을 강조했다.

특히 이 의원은 “현재 공소시효가 5년으로 되어 있는데, 5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공소시효를 10년까지 연장해 그 기간에 해당되면 전부 징벌적 배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양보 국장은 “과징금 부과는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축정과장 출신인 현우범 위원장(남원읍, 더불어민주당)은 “도내 돼지 사육두수가 56만두라는 통계청의 자료근거가 무엇이냐. 직접적인 점검 없이 농가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 위원장은 “사육두수에 따라 발생하는 폐수 양도 다르다. 가령 100두 신고하고 200두를 키워도 점검하는 시스템이 되어있지 않으면 축산폐수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사육두수 대비 처리시설들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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