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2회 일자리 추경편성 관련 / 제주도의회 의원 김태석

중앙정부 일자리 정책기조에 맞춘 제주도 일자리 추경안이 8월25일 의회에 제출됐다. 총 769억원 규모에서 용도지정사업을 제외한 일반회계의 37%인 219억원을 일자리 창출에 투입하고, 이를 통해 직접일자리 3304개(공공 2705개, 민간 599개)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알바’추경이 되지 않기를 바랐던 기대는 허사가 됐다. 예산안 어디에도 고민의 흔적은 엿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는 경영상의 위급함이 없는 상황에서, 개인의 의사에 따라 고용과 급여가 계속될 것이 기대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급여와 근로시간이 적더라도, 정책 연속성이 확보된다면 일자리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금번 추경안을 들여다보면 직접일자리 예산은 추경규모의 9%인 75억원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도 980여개뿐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앙정부로부터 560억원이 교부 또는 이전됐지만 이조차도 충실히 반영하지 못했다. 제주도 일자리 추경은 목적을 상실했다.

일자리 정책과 관련한 성과의 부풀리기는 금번 추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주도는 지난 3월 ‘제주 일자리창출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기조보다 두 달 앞섰다고 홍보했다. 8월에는 위원회 활동 5개월 만에 2만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성과도 발표했다. 민선 5기 4년간 목표가 2만개였고 약 1만3000개를 창출했던 성과에 비하면 실로 놀랍다. 그러나 한국은행 제주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부터 6월까지 취업자수는 5000명 증가에 그쳤다.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단기 임시직을 포함해 민간부문의 일자리수 변화 모두를 위원회의 성과로 포장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운전원 채용이 주가 된 공공부문 421명, 제주 삼다수 판권 전환에 따른 영업직 확대가 주가 된 공기업 194명 일자리가 위원회의 성과로 발표될 때는 아연실색했다. 퇴직자 충원에 따른 채용마저 위원회의 성과로 발표될 때는 오만불손함을 느꼈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절박해서 성과를 부풀리고, 도민을 혼란스럽게 할까? 정책 이전에 문제 인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그러나 걱정과 달리 도지사의 일자리 문제인식은 매우 정확하고 예리하다. 특이한 산업구조에 따른 투자와 일자리 연결, 공기업의 중요성, 1차산업과 연계한 창업활동 지원, 신재생에너지 인재 육성 등 맥을 잘 짚고 있다. 진단대로라면 일자리를 넘어 괜찮은 일자리, 좋은 일자리 처방도 기대된다. 그러나 여지없이 기대를 저버렸다. 일자리 처방을 떠나 방향제시도 없다. 공허한 치적만 남아 있다.

도지사의 의중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행정조직의 특성상 일자리 정책의 빈궁함을 공무원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공무원들이 고민한 ‘일자리 발굴 보고회’에서는 1000억원 규모에 86개 사업이 발굴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쯤이면 원도정의 일자리 정책 우선순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민 누구나 일자리 정책이 최고의 난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난 선거에서 화려하고 대단한 정치경력을 갖고 있는 도지사를 반겼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선거구 획정, 개헌 등을 대하는 도지사의 자세는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어렵고 안 되는 이유만을 이야기할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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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석. ⓒ제주의소리
일자리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지사의 임기 이상으로 오랜 기간 투자와 육성을 해야 하지만 성과는 담보되지 않는다. 불확실한 정책에 대해 한정된 예산을 투입하자면 당장의 민원과 비판이 뒤따른다. 정치적 지지가 낮아지면 정책 소신도 낮아진다. 하지만 일자리는 우리 삼촌과 조카의 문제이다. 1차산업과 관광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문제이다. 국회의원이 아닌 도지사로써 일자리 창출이 험난하기에 다 같이 힘을 모아 나아가자는 통합과 리더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자리 치적이 아닌 비전과 계획을 보여줘야, 도민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는가? / 제주도의회 의원 김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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