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읍 이장단협의회 '축산 분뇨 사태' 항의 방문...원희룡 지사 사과 "기준·감시 강화"

제주 지하수 숨골에 축산분뇨 수천톤을 불법 투기한 양돈업자들이 구속된 가운데,  보다 못한 주민들이 급기야 원희룡 지사를 항의 방문했다. 원 지사는 “행정 지도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 11일 오후 2시 제주시 한림읍 이장단협의회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축산악취와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한림읍민 항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이장단협의회는 11일 오후 2시 제주도청을 방문, 한림 주민 30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축산악취와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한림읍민 항의서’를 원 지사에게 전달했다.

이장단협의회는 항의서를 전달하면서 “그동안 정말 많이 참았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원 지사는 “양돈장 규제와 감독 등을 해왔지만, (축산분뇨 불법배출을) 막지 못했다. 행정의 지도·감독이 부족했다는 뜻”이라며 “행정의 허점이 드러났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도지사로서 책임지고,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엄벌과 행정조치를 내리겠다”며 “행정의 지도·관리와 함께 농가의 노력도 필요하다. 축산분뇨 공공처리장을 확충해 분뇨가 발생하면 양돈업자들이 분뇨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축산 악취 농도 등 기준을 지금보다 5~10배 더 강화하겠다. 새벽 시간대 몰래 축산분뇨를 배출하거나 투기하는 등 불법 사항에 대해 강도 높게 감시하겠다. 행정이 잘못한 부분 만큼은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또 “청정 등을 얘기하는 제주에서 도민들끼리 서로 (환경오염 때문에) 불신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지사와 도정의 신뢰를 걸고 (대책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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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담을 갖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한림읍 이장단협의회.
이장단협의회와 함께한 박원철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양돈장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관련 조례 제정 등 의회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도정에서도 도와달라”고 협조를 구했다.

원 지사는 “오늘 한림 주민들의 항의 방문을 제주도민 전체의 항의로 받아들인다. 마음이 무겁다”고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였다.  

앞서 지난7일 수년간 돼지 분뇨 수천톤을 불법 투기한 혐의(공공수역 불법배출 및 폐기물 불법 매립)로 양돈농장 대표 진모씨(57)와 고모씨(42)가 구속됐다.

진씨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돼지 약 3000두를 사육하면서 가축분뇨가 담긴 저장조를 그대로 매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진씨가 불법배출 한 축산 분뇨만 3500t에 이르며, 상당수가 숨골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씨는 지난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연평균 돼지 3000두를 사육하면서 저장조 내 모터펌프를 설치해 80여m 떨어진 인근 농지에 축산분뇨 약 5000t을 배출해 숨골로 들어가게 한 혐의다.

그러자 도내 290여 양돈농가가 소속된 생산자단체 제주양돈산업발전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축산분뇨 무단 유출 사태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오염된 사실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인 뒤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규명과 경찰 수사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한 협조를 약속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구속된 진씨 등 2명 말고 다른 양돈 업자까지 축산분뇨 불법 배출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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