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읍 이장단협의회 '축산 분뇨 사태' 항의 방문...원희룡 지사 사과 "기준·감시 강화"
제주 지하수 숨골에 축산분뇨 수천톤을 불법 투기한 양돈업자들이 구속된 가운데, 보다 못한 주민들이 급기야 원희룡 지사를 항의 방문했다. 원 지사는 “행정 지도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제주시 한림읍 이장단협의회는 11일 오후 2시 제주도청을 방문, 한림 주민 3000여명의 서명을 받은 ‘축산악취와 환경오염방지를 위한 한림읍민 항의서’를 원 지사에게 전달했다.
이장단협의회는 항의서를 전달하면서 “그동안 정말 많이 참았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원 지사는 “양돈장 규제와 감독 등을 해왔지만, (축산분뇨 불법배출을) 막지 못했다. 행정의 지도·감독이 부족했다는 뜻”이라며 “행정의 허점이 드러났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도지사로서 책임지고,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엄벌과 행정조치를 내리겠다”며 “행정의 지도·관리와 함께 농가의 노력도 필요하다. 축산분뇨 공공처리장을 확충해 분뇨가 발생하면 양돈업자들이 분뇨를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원 지사는 “축산 악취 농도 등 기준을 지금보다 5~10배 더 강화하겠다. 새벽 시간대 몰래 축산분뇨를 배출하거나 투기하는 등 불법 사항에 대해 강도 높게 감시하겠다. 행정이 잘못한 부분 만큼은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또 “청정 등을 얘기하는 제주에서 도민들끼리 서로 (환경오염 때문에) 불신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지사와 도정의 신뢰를 걸고 (대책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오늘 한림 주민들의 항의 방문을 제주도민 전체의 항의로 받아들인다. 마음이 무겁다”고 사태를 엄중히 받아들였다.
앞서 지난7일 수년간 돼지 분뇨 수천톤을 불법 투기한 혐의(공공수역 불법배출 및 폐기물 불법 매립)로 양돈농장 대표 진모씨(57)와 고모씨(42)가 구속됐다.
진씨는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돼지 약 3000두를 사육하면서 가축분뇨가 담긴 저장조를 그대로 매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진씨가 불법배출 한 축산 분뇨만 3500t에 이르며, 상당수가 숨골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씨는 지난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연평균 돼지 3000두를 사육하면서 저장조 내 모터펌프를 설치해 80여m 떨어진 인근 농지에 축산분뇨 약 5000t을 배출해 숨골로 들어가게 한 혐의다.
그러자 도내 290여 양돈농가가 소속된 생산자단체 제주양돈산업발전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축산분뇨 무단 유출 사태로 천혜의 자연환경이 오염된 사실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인 뒤 재발방지를 위해 철저한 규명과 경찰 수사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한 협조를 약속했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구속된 진씨 등 2명 말고 다른 양돈 업자까지 축산분뇨 불법 배출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동건 기자
dg@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