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탐라순담(耽羅巡談)] (20) 추자도 주민들

제주비엔날레 2017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탐라순담’은 탐라 천년의 땅인 제주도의 여러 인물들과 함께 토크쇼·집담회·좌담회·잡담회·세미나·콜로키움·거리 발언 등 다종다양으로 제주의 현안과 의제에 대해 이야기(談)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주인공이자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약 50회에 걸쳐 ‘제주 하간듸’(많은 곳)서 ‘제주 사름’(사람)이 ‘제주를 곧는’(말하는) 탐라순담이 열립니다. 제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의 여러 담론 속에서 제주의 가치, 제주의 현안을 길어 올리고 사회적 예술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제주에서 북서쪽으로 53km 떨어진 추자도는 흔히 ‘섬 속의 섬’이라 불리지만 추자도 주민들에게 제주는 ‘섬 밖의 섬’이다. 지역주민들은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왔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1800여 명의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추자도는 다양한 어족자원과 풍부한 어장을 갖춘 해양자원의 보고인 추자도는 목사들이 탐내던 보물섬이었다. 전라도에서도 영암과 해남, 완도에 딸려 있다가 1914년에 제주도로 편입됐다. 그래서 추자도는 제주이면서도 색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최근에 추자도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민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65세 이상인 초고령지역이다 보니 미래비전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놓였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관광어촌, 친환경 양식섬 추자도’라는 타이틀을 단 ‘2020프로젝트’ 추자도 중장기 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일 추자도수협 조합장실에서 열린 스무 번째 탐라순담에는 박문헌 전 제주도 추자 도서지역 특별보좌관, 이정호 추자도수협 조합장, 이강구 참굴비대축제 축제위원장이 둘러앉아 ‘섬과 삶, 추자도의 이모저모’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170920_01.png
▲ 탐라순담(耽羅巡談) 스무 번째 순서는 추자도의 주민들을 만났다. ⓒ제주의소리

박문헌 전 제주도 추자 도서지역 특별보좌관, 전 추자면주민자치위원장
: 제주도에서 추자도를 ‘섬 속의 섬’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제주도를 ‘섬 밖의 섬’이라고 부른다. 중앙에서는 행정적으로 특수도서지역이라고 해서 행정적인 지원관리를 하고 있다. 제주도에 79개의 섬이 있고 추자도는 42개가 있다. 추자도 사람들은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바다와 함께, 바다만 믿고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순하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어릴 적부터 추자에 태어나 지금껏 바다에서만 살아왔다.

김태연 제주의소리 기자
: 추자도 토박이이니, 추자도의 변천사를 모두 꿰고 있을 테다. 

이정호 추자도수협 조합장
: 지금 추자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못난 사람들만 남아있다고들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좀 더 낫게 살려면 밖으로 나가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에는 입도조 9대이니 선조가 뿌리를 박은 지 300여 년쯤 되지 않을까. 외국 생활 한 것 빼고는 추자도에 살아왔다.

박문헌
: 추자도 주민들은 대개 전라도 억양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보면 전라도에서도 영암군, 해남군, 완도군 목사가 끗발이 있으면 추자도를 가지고 가는 것이다. 왜? 보물섬이다 보니 해상 자원이 많았다. 임금에게 진상하기 위해 항상 쟁취의 대상이었다. 제주도민들이 볼 때는 추자라고 하면 낯설어하는 느낌이 있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친구들이 뭐라고 놀렸냐면 ‘어이, 멜젓 왔냐?’ 라고 했다. 그러면 우리도 지지 않고 대꾸한다. ‘어 그래, 똥돼지 왔냐?’ 라고 말했다고 우리끼리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이정호
: 30년 전만 하더라도 거의 전라도로 진학을 했다. 생활권이 전라도였다. 문화도 그렇다. 음식 문화도 남도의 것이다. 전라도에 붙어서 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자녀들은 제주도로 학교를 보낸다. 생활권의 거의 95%가 제주로 옮겨왔다.

박문헌
: 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24.4% 바다를 가지고 있다. 땅은 1.9%다. 땅과 바다를 합쳐서 보면 14.2%다. 제주도 사람들이 1%의 논리에 자꾸 시달리니 그런 부분을 개발해보자고 생각했다. 제주도 인구 65만 명 중 1800명이 추자도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추자도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65세 이상 노인이 570명이다. 31%를 차지한다. 제주도에서 가장 초고령 지역이다. 

이정호
: 가장 현안은 해상 교통이다. 해결되어야 한다. 요즘 시대는 산을 뚫어서 고속도로도 놓고 생필품도 전달하는데, 우리는 도리어 늦어지고 있다. 전라도와 비교해서는 그렇지만 제주도에서는 추자도 섬 사람들을 중요시 하는 것 같지 않다. 작은 섬에 사는 사람들도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다. 흑산도를 가려면 하루에 배가 몇 번이나 왔다갔다하는데 추자도는 제주도에 속해있는데도 배는 하루에 두 편이다. 

게다가 올해 삼치가 많이 잡히는데 부대시설이 없다. 운송 수단이 없는 것이다. 삼치를 적재할 상자가 없다. 육지 같으면 금방 오는데 우리는 오로지 배밖에 운송 수단이 없다. 적정한 조치를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일본에도 못 보낸다. 물고기는 잡는 순간부터 부패가 된다. 조금이라도 신선할 때 내다 파는 게 어렵다.

박문헌
: 우리 추자도 어민들의 주된 애로 사항은 무엇인가?

이강구 참굴비대축제 축제위원장, 어선주협회장
: 한국 선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외국에서 온 선원이 대부분이다. 승선인원 최대 14명인데, 외국인 선원은 최대 6명이다. 한 나라 사람만도 채울 수 없다. 우리는 산업 전사라고 보고 있다. 

이정호
: 올해는 멸치가 많이 들어와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 참조기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평균 안 날 때는 3만~4만t, 수입량이 2만5000~3만t이다. 7만t이 연간 소비량이다. 지금은 조기생산량이 가장 많이 날 때가 2011년도 6~7만t이 잡혔다. 그 이후로 급감하고 있다.

박문헌
: 전문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래프는 어쩔 수가 없다. 어획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잡는 어업은 큰 희망을 갖지 말고 미래의 대책을 세우고자 친환경 양식 어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부터 추자수협에서 양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3~4년 긴밀하게 협조해서 멍게를 32ha 양식하고 있다. 내년부터 아웃풋이 나온다. 우리에겐 희망이다. 그런데 경험이 없다 보니 예상 밖의 상황이 생긴다.

이정호
: 양식산업은 기반 시설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해상 양식 사업은 태풍이라는 관문도 거쳐야 한다. 바람, 수온 중에서 청정 바다가 가장 중요하다. 

박문헌
: 제주도에서 보면 광어에 수십 년 쏟아 부어서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 핵심은 ‘용천수’다. 추자도는 바다가 가장 청정하기 때문에 이것에 사활이 달려있다. 관련 연구원들이 추자도에 들어와서 ‘이렇게까지 청정하냐’고 감탄을 한다.

이정호
: 어류는 능성어, 참돔, 우럭, 줄돔과 멍게, 가리비, 대형 홍합 등 어패류. 양식섬 프로젝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4년이다. 처음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2년 정도 거쳤다. 바다만 믿고 시작한 것이었다. 
170920_02.png
▲ 탐라순담(耽羅巡談) 스무 번째 순서는 추자도의 주민들을 만났다. 이정호 추자도수협 조합장(왼쪽)과 이강구 참굴비대축제 축제위원장(오른쪽). ⓒ제주의소리

박문헌
: 이런데 어민들이 고충이 만만치 않다. 선원도 있지만 부채가 많이 늘어나지 않았나?

이강구
: 어장이 수조가 높아져야 하는데, 좋지 않아서 거기에 따른 부채가 생겼다. 가슴이 아프다. 

이정호
: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전에는 선원들의 4대 보험이 없었다. 선원의 습성은 일용직이다. 1년을 다녀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다. 하루일 수도 있고 이틀일 수도 있다. 4대 보험을 들어줄 수가 없다. 고용, 산재, 연금, 건강보험 등등이다. 앞으로 다녀야 될 사람에 대해서는 우리도 물어야하지만, 이미 가 버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강구
: 선주들이 선원들과 함께 파도와 싸우는 과정에 있는데 정부에서는 갑근세를 적용시킨다. 세금을 적용시키다 보니 이게 어렵다. 우리는 원래 나눠먹는다. 선원들을 조합원이라고 본다. 그런데 국세청이 그걸 갑근세를 근거로 해서 4대 보험을 적용시켜버린다. 불합리하다. 어업인들에게는 배를 운영하지 못할 만큼 치명적이다. 

이정호
: 우리는 인정과세가 있다. 1억 원을 벌었으면 9500만원을 경비로 하고, 500만원은 소득이라고 보는데 갑근세를 물다 보니까 이게 어렵다. 우리는 전부 현금으로 돈을 돌리는데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다. 영수증을 끊을 수 없는 상황도 잦다. 그게 전부 선주들에게 수익으로 잡혀버린다. 어획량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대응을 어찌 해야 할지. 
왜 부채가 늘어나는지를 보면 정부에서 해줘야할 게 무엇이냐면 EEZ(배타적 경제수역) 때문에 참 힘들다. 중국 어선과 대적을 하려면 속력이 빨라져야 하고, 레이더 시설도 갖춰야 한다. 돈을 투자해서 배에 시설을 갖출 수밖에 없다.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배 하나를 사면 30년, 40년 쓰는데  바다만 잘 지켜줬더라면 이런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었다.

박문헌
: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양식국가이다. 양식업을 키우고 있다. 그 양식업의 먹이를 전부 어획으로 잡는다. 

이정호
: 유자망(흘림겉그물) 어선들의 또 다른 문제는 외국인 선원이다. 한국 사람보다 더 대우도 잘해줘야 한다. 그걸 우리는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한다. 생활 개선을 최대로 해줘야 한다. 더 어려워진다. 10년 전 강원도에서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복지를 생각하고 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아직도 그런 게 없다. 

박문헌
: 우리가 당시에 강원도에 가봤다. 거기에 설립한 근거가 강원도 소재의 외국인 근로자가 260명이라고 했다. 우리는 추자도에만 230명이 있었다.

이정호 
: 그래서 복지센터를 유치하려고 했다. 몇 해 전에 선원들끼리 싸움이 나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때만 하더라도 휴대폰도 없고 공중전화뿐이었다. 그런 게 복지인데, 그래서 복지센터를 유치하려고 했다. 국비로 예산을 받아왔는데 자부담이 걸렸다. 강원도는 시에서 건립도 하고 운영도 하는데 우리는 자부담이라니 어렵다. 우리 수산업은 외국인 선원이 아니라면 거의 존폐 기로에 놓여있다. 외국인 복지회관 건립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물류비가 문제다. 이것이 상당히 불합리하다. 다시 한 번 검토를 해서 개정이 필요하다. 우리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서 정말 추자도 사람들의 삶에 보탬이 되고 어업인들이, 지역의 주민들이 여기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물류비용이 다른 곳과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한림이 100원이면 우리는 250원이다.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기서 살아야 한다. 바다를 이용해서 살아야 한다. 바다가 자원이다. 이 바다 자원을 어떻게 해서 살아갈 것인가? 물류비 문제가 심각하다.

박문헌
: ‘2020프로젝트’라는 추자도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서 ‘찾아가는 관광어촌, 친환경 양식섬 추자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지도자들이 의식이 중요하다. 2015년도에 조사해보니 1년에 추자도에 오는 관광객이 3만 명이다. 우도는 250만 명이다. 

김태연
: 곧 있으면 참굴비대축제가 열린다. 올해 10회째라고 알고 있다.

이강구
: 우리는 축제로 참굴비도 알려야겠지만, 추자도를 알릴 목적이 더 크다. 추자도의 환경, 특이한 맛과 문화 이런 걸 널리 알리려고 축제에 더욱 신경 썼다. 예전보다 더 다른 색깔로 준비했다. 체험 중심이고, 깃발 같은 것도 다르게 해보려고 했다. 낚시 대회도 진행한다. 

박문헌
: 깃발의 유래는 바다다. 표시등과 다름없다. 깃발전도 한다. 꼭 보고 가길 바란다. 밤잠을 못 이루고 고심하며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산천어축제를 갔더니 100만 명이 온다고 하더라. 우리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을 어떻게 매료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이 필요하다. 추자도는 가장 빨리, 가장 가까운데서 낚씨할 수 있는 곳이다. 낚시대만 들고 나가면 된다. 천연이다. 

이정호
: 축제는 지역의 힘을 합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축제로 인해서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으고 역량을 확인한다. 추자도의 해산물이 굉장히 많다. 요즘 가장 인기인 삼치, 추자도에서 낚는 방법이 가장 맛있는 방법이다. 

박문헌
: 추자도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서명숙 이사장이 추자도에 올레 코스 만들 때 자주 드나들었다. 며칠 전에 TV나와서 추천하고 싶은 코스를 물으니 ‘그래도 추자도이죠’라고 말을 하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시적으로 서명숙 이사장이 표현하기를, ‘인생에서 한번, 꼭 걸어야 할 길’이라고 했다. 

김태연
: 축제 기간에, 혹은 아니더라도 추자도에 오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을 추천해주면 좋겠다.

박문헌
: 추자도에 오면 돈대산, 돈이 되는 산에 가서 기도를 한 번 하고 황경한의 묘에 가서 절을 하면 좋다. 스토리텔링을 하면 그렇다.

이정호
: 추자도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사자가 있다. 사자섬이다. 추자도 바다에서 사자섬과  제주도를 바라보는 풍경이 참 좋다. 나바론 언덕에 오면 시야가 좋을 때는 흑산도와 홍도, 진도, 해남과 영암까지 다 보인다. 반드시 날씨 좋은 날을 택해서 가보면 좋겠다. 나바론 하늘길에서 육지를 바라보고 제주도를 바라보면 무병장수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장면을 보는 게 오래살 수 있는 영광을 가졌다고 한다.

이강구
: 배를 타고 돌아다녀도 나바론 하늘길만한 곳이 없다. 비가 온 바로 뒷날에 가면 폭포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