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1)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보라색의 진한 옷을 입은 한라부추가 가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산부추와 더불어 고지대에 자라는 한라부추는 꽃이 익으면 알싸한 부추향기가 나지요.
백합과의 한라부추는 여러해살이풀로 햇볕이 잘 들어오는 습지에서 자라는 야생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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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식용의 부추는 8~9월에 흰색의 꽃이 피는 식물입니다.
지방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고 보통 '정구지'라는 이름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원기를 돋게 하는 채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부추 이외에 한라산 고지대에서 자라는 한라부추라는 보라색 꽃을 가진 야생화가 있습니다.
 
길고 길었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한라산 들판에는 보라색 향연을 수놓는 한라부추가 피어나는데 긴 꽃대에 20~30개의 꽃들이 모여 장관을 연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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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한라부추라는 이름은 꽃이 부추를 닮아 있고 한라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처음 발견하여 한라부추를 세상에 알린 분이 프랑스인인 '다케' 신부입니다.
한라부추의 학명도 다케 신부를 기리기 위하여 Allium taquetii로 명명되었습니다.
 
에밀 다케(Emile Taquet) 신부(1873~1952,한국명 엄택기)는 천연기념물 156호인 한라산 왕벚나무를 발견하고 유럽 식물계에 알린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7,000여종의 식물을 채집하여 유럽으로 보내 250여종이 신종으로 분류되기도 하였고 구상나무를 널리 알린 것도 바로 이 다케 신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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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다케 신부는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유럽의 유명대학, 연구실로 제주의 식물들을 보냈다고 전해지는데 다케 신부의 이름이 들어간 식물이 이 한라부추 이외에도 섬잔대, 갯취 등 13여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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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부추'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물들도 참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부추를 비롯하여 산에 피는 산부추, 바다에 피어나는 갯부추, 강에서 피는 강부추 등 부추 이름이 들어간 식물들이 20여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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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는 제주 한라산에 자생하는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외에도 약 20여종의 다양한 부추들이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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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한라부추는 보라색이 원종이나 가끔 흰색 꽃을 피우는 한라부추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분홍색 꽃을 가지고 있는 한라부추도 있습니다.
한라부추의 알뿌리를 해백(薤白)이라고 하여 한방에서는 약재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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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한라부추를 민간에서는 전초를 말려 잘게 썰어 보관하였다가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때 분말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통증과 가래를 없애주는 약재로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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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바위틈에 피어난 흰색의 한라부추가 참 곱습니다.
보라색 꽃들 사이로 군계일학처럼 피어 있는데 한번쯤 봐달라는 아우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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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이 한라부추의 꽃말이 '영원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 한라산의 한라부추의 사랑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보라색 향연을 넓은 평원에 비단처럼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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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추석명절 연휴를 맞아 <제주의소리> 독자들께도 한라부추의 꽃말처럼 '영원한 사랑'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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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부추(Allium taquetii Lév. et Vnt.), 백합과.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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