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클낭 챌린지’ 우승 김진희·현택훈·홍창욱...‘삶과 가까운 문제 해결’ 공감 얻어

13일과 14일, 1박2일로 진행된 ‘2017 제주 클낭 챌린지 워크숍’은 지난 6월부터 이어졌던 제주 문제해결형 소셜벤처를 탄생시키기 위한 마무리 일정이었다.

▲ 2017 클낭 챌린지 워크숍에서 최종 3인에 선정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창욱 씨, 김진희 씨, 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현택훈 씨. ⓒ 제주의소리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39개팀이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이중 11개팀이 예선전인 오픈콘테스트를 통과했다. 그리고 협업과 경쟁이 섞인 이틀 간의 워크숍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심사에서 3개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최초의 ‘클낭 펠로우(fellow)’라는 영예를 얻었다.

# 김진희, 모슬모슬 몽생이

IMG_4847.JPG
▲ 2017 제주 클낭 챌린지에서 '클낭 펠로우'로 선정된 김진희 씨. ⓒ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에서 책방 ‘이듬해 봄’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희(37)씨는 아홉 살 아이의 엄마다. 학교가 끝난 뒤 아이가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그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학원만 전전하게 할 수도 없었고, 방과후수업이나 여러 기관의 프로그램은 반복적이며 다양하지도 못했다. ‘놀거리 부족’. 이 지역 엄마와 아이들의 공통된 걱정거리였다. 

일방적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수업이 아니라 뭔가 책을 매개로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놀이터처럼 책방을 드나들며 책과 친숙해지고 시골마을에서 책과 문화 중심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를 꿈꿨다. 이는 이듬해 봄이라는 책방의 정체성과 밀접했다.

이번 클낭 챌린지에 꿈꾸며 자라는 모슬포 아이들이라는 뜻을 담은 ‘모슬모슬 몽생이’를 아이디어로 낸 이유다. 업사이클링, 씨앗이야기와 농사짓기, 4.3이야기, 어린이매거진 만들기, 책 플리마켓, 가족 심야책방 등 알찬 프로그램을 책방을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건강한 경험을 가능하게 할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얘기였다.

궁극적으로 학원, TV, 컴퓨터, 모바일에 밀려 사라진 골목 문화와 동네친구를 부활시킨다는 취지이기도 했다. 커뮤니티의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둔 그의 아이디어는 참가자들과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김씨는 “예상치 않았는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아이들을 위해서 값지게 활용해서 알차게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1박2일 워크숍의 협업활동을 통해서 내 아이디어를 타인의 조언을 통해서 다듬어 가는 과정은 물론 제주의 다양한 문제점을 함께 공유해가는 과정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 현택훈, 시활짝프린팅

IMG_4836.JPG
▲ 2017 제주 클낭 챌린지에서 '클낭 펠로우'로 선정된 현택훈 씨. ⓒ 제주의소리

제주시 아라동에서 시(詩) 전문 독립서점 ‘시옷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현택훈(44) 시인은 제주의 작가들이 만들어낸 시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걸 늘 안타까워 했다.

이는 지역문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부터 문학과 대중의 소통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졌다. 이 고민의 끝에서 그는 시를 ‘입히기로’ 했다.

제주의 시인들이 쓴 아름다운 문장들을 여러 생활용품에 활자로 입힌다는 아이디어다. ‘제주 시인 굿즈(goods)’라는 개념이다. 옷, 노트, 볼펜, 머그잔, 양말, 두루마리 휴지, 냄비받침, 도마, 우산, 테이프 등 다양한 생활 속 물건에 ‘문장의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었다. 동전을 넣으면 랜덤으로 시가 담긴 캡슐이 나오는 ‘시 자판기’도 포함돼있다.

시가 멀리 있지 않고 모든 사람의 의식주와 함께 있음을 느끼게 하고 싶었던 소망, ‘제주의 시를 활짝 피어나게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탄생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미 문을 열고 있는 시옷서점의 지향점과도 일치했다. 이 같은 현 시인의 문제의식과 진정성은 마침내 빛을 봤다.

현 시인은 “뜻밖이었다”며 “어떤 경제적 마인드가 없었는데, 사회적 경제를 만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 앞으로 꾸준히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홍창욱, 기후변화·이주여성·로컬푸드 위한 작은농사

IMG_4807.JPG
▲ 2017 제주 클낭 챌린지에서 '클낭 펠로우'로 선정된 홍창욱 씨. ⓒ 제주의소리
로컬푸드로 건강한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의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의 실장인 홍창욱(41)씨는 현장에서 다양한 고민과 마주하고 있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곧 제주의 농업이 큰 변화를 맞닥뜨릴 것이라는 걱정,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짓는 가난한 고령의 농부들의 지속가능성, 점점 농촌에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적응 문제.  

고민을 숙성시킨 끝에 ‘결혼 이주여성이 고국에서 먹던 아열대 농산물을 제주에서 키워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소농이나 다문화 가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이기도 한 그들의 국내 정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후변화가 현실화하면서 제주에서만 재배 가능하던 작물들이 가까운 미래에 중부지방에서까지 재배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들이 일반화 된 현 상황과도 맥이 닿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주 농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은 더 이상 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다문화센터와 농업관련 기관, 타 지역 농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고 이해관계자 설문도 진행하며 현실화 가능성을 살펴봤다. 나름대로의 꼼꼼한 조사와 연구를 거쳐 그는 다문화센터와 다문화요리 사업체를 시작해, 그들에게 식료품을 납품하는 마트, 가치소비에 익숙한 시민, 협동농장화, 로컬푸드 직매장 등으로 점점 확산시켜 가는 방식을 구체화시켰다.

체계적인 준비 과정과 탄탄한 근거, 건강한 지향점으로 홍씨의 아이디어는 예선인 오픈 콘테스트부터 최종 심사 과정까지 두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농업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이 제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것’이라는 궁극적 지향점이 밑바탕이었다.

홍씨는 “참가자들이 다 열심히 하셨는데 운이 좋아서 된 것 같다”며 몸을 낮추면서도 “클낭 챌린지 준비 과정을 통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