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중교통 운영 이래 처음으로 버스 중앙차로제가 도입됐지만 사전 홍보 부족과 미개통구간 공사까지 더해지면서 첫날 현장에서는 혼잡이 빚어졌다.
제주도는 20일 0시를 기해 제주시 아라동 아라초사거리에서 이도2동 제주소방서사거리 1.4km 구간에 대해 버스 중앙차로제 시범운영을 실시했다.
시행 첫날을 맞아 오전 7시36분 제주소방서 사거리 직전 버스정류소인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365번(한라대~제주대) 버스에 올라 아라동 방향으로 향했다.
사거리에서 녹색 신호등이 켜지자 버스는 교차로를 지나 파란색 선이 그어진 버스 전용차선(1차선)으로 진입했다. 소방서를 지나 중앙여고 정류장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다시 운행을 시작한 버스는 제주여고까지 1분만에 이동했다. 시범구간인 제주소방서에서 아라초 사거리까지 단 3~4분만에 이동이 가능했다.
제주여중 김혜연(16)양은 “아침이면 교통이 혼잡해 아라동 집에서 학교정류장까지 평소 15분이 걸렸다”며 “오늘은 버스가 중앙으로 달리면서 5분만에 정류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버스 이동시간은 빨랐지만 이동 구간이 1.4km로 제한되고 법원사거리에서 차선 공사까지 이어지면서 제주시청 방향으로 이동하던 승객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교차로를 기점으로 일반 차량과 버스차선이 갑자기 나눠지면서 버스와 택시가 반대편 중앙차로에 진입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버스전용차선 도입으로 버스는 양방향 1차선으로 진입해 서로 마주보며 달려야 한다. 문제는 교차로 통과후 버류정류장 진입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량 한 대가 역주행해 속도를 올리자 충돌 사고를 막기위해 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쫓아가는 촌극도 빚어졌다. 결국 경찰관이 투입돼 도로 한가운데서 일일이 진입차선을 안내했다.
제주도는 버스 진입 방향을 버스유도선 사이에 화살표 방향으로 표기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버스유도선 혼선으로 버스가 차선을 급히 바꾸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역주행 차량 진입시도가 이어지자 담당 공무원들도 바빠졌다. 현장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볼라드를 교차로에 설치해 버스 역주행 진입을 막는 극약처방을 내리기로 했다.
현장을 지켜본 아라동 한 주민은 “멀쩡한 도로를 이렇게 만들어 안전사고 위험만 더 높아졌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취지는 좋은데 안착이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첫날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오전 6시부터 교통 부서 직원 19명과 모범운전자회, 자원봉사자 90명 등 100여명을 투입해 3교대로 지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8월26일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부 버스노선 안내문이 맞지 않아 현장을 찾은 공무원들이 정류소에 부착된 노선표를 찢는 일도 발생했다.
제주소방서 사거리에서는 버스차선 공사로 혼잡을 더 키웠다. 도로 포장공사가 이뤄지면서 3차선이 통제되고 도로 한가운데 임시버스 정류장이 등장했다.
중앙차로 전용 신호등은 불이 들어오지 않아 전용 차선과 일반차선에 있는 버스와 승용차량이 뒤섞이는 등 혼잡이 빚어졌다. 차량이 막히면서 교통정체는 아라동까지 이어졌다.
제주도는 역주행 우려가 있는 구간에는 버스 진입을 원활히 하기 위한 볼라드를 설치하고 민원 사항을 적극 반영해 문제점을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중앙로 중앙차로제 2.7km 구간 중 미개통인 제주소방서~광양사거리 1.3km는 11월 중 공사를 마무리해 2.7km 전면 개통에 나서기로 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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