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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제주비엔날레 컨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조이스 H.C. 류 교수(오른쪽). ⓒ제주의소리
제주비엔날레 컨퍼런스, 자본주의·권력 피해 다룬 중국·대만 예술가들 소개

밝고 아름답고 위대한 존재는 예술이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이다. 그런 예술을 보면서 사람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인간을 한낮 도구로 여기는 극한 자본주의에 무자비한 국가 폭력이 벌어진 근·현대 사회에서도 예술은 밝은 곳을 비춰야 할까? 자본주의와 권력을 비판하는 중화권 미술작가들의 ‘사회예술(Social Art)’이 제주에서 소개됐다.

제주도립미술관은 20일 미술관 강당에서 <제주비엔날레 2017 컨퍼런스> 두 번째 일정을 진행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제주비엔날레를 맞아 19일부터 21일까지 지역성, 사회예술, 관광이란 주제를 하루에 하나씩 다루는 행사다. 둘째 날에는 기조발언, 발제, 워크숍, 분과토론, 종합토론 같은 다양한 자리를 통해 사회예술에 대해 논의했다.

조이스 H.C. 류 교수(대만 치아오퉁대학, 이하 류 교수)는 ‘지역 행동과 예술적 개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에 나섰다. 그는 최근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사회예술 작가로 중국 Xu Bing(63, 쑤 빙), 대만 chen chieh-jen(58, 첸 치에젠)을 소개했다.

류 교수는 두 작가 모두 “작품 재료나 예술 주제를 지역에서 찾으면서 주민의 삶을 다뤘다”고 소개했다.

쑤 빙의 대표작은 피닉스(봉황) 프로젝트(Phoenix Project)다. 2008년 베이징 세계금융센터 중앙홀에서 처음 선보인 그의 피닉스 작품은 가장 큰 것이 길이 30m, 무게 6톤으로 그 규모 자체만으로 유명하지만, 작품 재료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바로 중국의 하위계층인 건설노동자들이 사용하는 도구나 자재로 피닉스를 재현한 것이다.

일명 ‘뿌레카’로 불리는 굴삭기 장비는 봉황의 주둥이가 됐고, 철근과 대나무는 깃털이 됐다. 각종 철판, 삽 머리, 파이프 등은 겹겹이 쌓이면서 몸통을 이뤘다.

류 교수는 “쑤 빙 작가가 이 작품을 의뢰받을 때는 18년 만에 고향 중국에 돌아온 시기였다. 그는 사회주의 시절 중국 노동자들과 전혀 달라진 노동자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쑤 빙 역시 노동자로 살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라면서 “근래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텐진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전이 집중되면서 농촌 지역에 있는 농민들이 대거 도시로 이주해 건설 육체 노동자가 됐다. 생활 여건과 근로 환경 모두 열악해 공사장을 전전해도, 농지를 팔고 상경한 이상 건설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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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 빙 작가의 피닉스 프로젝트 작품.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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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 빙 작가의 피닉스 프로젝트 작품.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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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 빙 작가의 피닉스 프로젝트 작품.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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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 빙 작가의 담배 프로젝트 작품. 출처=flickr

으리으리한 빌딩과 건물, 신도시가 지어지는데 소모된 자재로 만든 쑤 빙의 피닉스는,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급격하게 기우는 중국 사회 속 평범한 인민(人民)들을 품고 있다.

담배 50만 개피로 작품을 만든 쑤 빙의 또 다른 작업, 담배 프로젝트(Tobacco Project)도 담배로 표현되는 현대인의 욕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류 교수는 “쑤 빙의 작품은 현대 중국에 파고든 신자본주의 논리를 날카롭게 비판한다”고 평했다. 

첸 치에젠은 주로 굵직한 역사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폭력을 영상·사진으로 작품화 한다. 

20세기 벌어진 중국 국공내전(국민당-공산당), 일본 식민지 지배, 대만 계엄령 사태처럼 중요한 역사를 다뤘다. 더불어 개발 논리에 사람이 소외되는 사건들(나병환자 요양원 철거)도 주목했다. 어떤 작품이라도 그 속의 사람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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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 치에젠 작가의 작품. 출처=시드니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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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 치에젠 작가의 작품. 출처=광주비엔날레.

류 교수는 “두 작가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예술의 힘은 다이나믹한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것이다. 예술을 역사성, 지역성에 연결할 때 커다란 힘이 생긴다는 걸 보여준다”며 “특히 인간의 몸을 표현 도구로 중요시했는데, 몸을 예술적·정치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몸은 고유한 지역성과 만나면서 냉혹한 자본주의 개발을 비판하는 용도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많은 이해가 필요한 주제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최 기관인 미술관은 자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첫날은 발제·강연·토론 자료가 아예 없었고, 둘째 날에는 해외 발제자 자료가 해석본 없이 원어(영어)로 배부돼 미숙함을 드러냈다.
 
마지막 날인 21일은 투어리즘을 주제로 오후 2시부터 도립미술관에서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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