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두동 주민들이 하수처리시설을 놓고 ‘제주자치도정은 죽었다’며, 퍼포먼스이긴 하나 장례식 발인까지 준비하는 등 반발이 심상치 않다. 결국 원희룡 도지사가 기존 단계별 현대화사업 추진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가까스로 장례식 퍼포먼스는 일단 중단됐다. 연일 기준치를 넘는 하수방류, 잦은 악취, 하수처리 비전문성 등을 해소해달라는 주민들의 호소가 터져 나온 지 1년이다. 그러나 도두마을은 여전히 몸살이다. 1일 오폐수 평균 유입량은 현재 처리용량인 12만2000톤의 턱 밑인 94% 수준까지 차올랐다. 원희룡 도정이 지난 1년간 추진해온 현대화사업 타당성 용역과 주민공청회, 전문가 검토 등의 결과를 뒤집고 최근 ‘4만톤 우선 증설’을 명분으로 한 ‘단계별 현대화사업 추진’은 스스로 도정에 대한 신뢰를 깎아 내리는 과오라는 것이 중론이다. <제주의소리>가 하수처리현대화사업을 추진해 운영 중인 전국의 다양한 사례를 현장 취재해 소개한다. 오염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주민친화형 처리시설을 조성해 소위 ‘님비(NIMBY)’ 현상이 사라지고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찾아가봤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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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시 통진레코파크 공원 시설 양측으로 한강의 상류인 서암천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 통진레코파크를 상공에서 내려다 본 사진 = 블로그(http://blog.naver.com/lghost_kr) 발췌 ⓒ제주의소리

[기획-하수처리 현대화시설 현장을 가다]② 김포시 '통진레코파크'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하성로 58-163번지 일대. 너른 축구장과 풋살장 등 잘 정돈된 체육공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 너른 논밭을 휘돌아 다시 큰 물줄기가 흐른다. 

김포시가 운영하는 세 곳의 하수처리시설 중 하나인 ‘통진레코파크’는 한강 유역으로 흘러가는 서암천 지류를 양쪽에 끼고 있는 중심에 입지해있다. 통진읍 고정리에서 발원해 봉성포천과 합류하는 서암천은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의 상류에 위치해 있다. 

과거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종종 몸살을 앓아온 서암천. 이곳을 ‘맑은 물이 흐르는 천(川)’으로 정화시켜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온 김포시 통진읍 주민들에겐 이곳에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은 통념적으로는 썩 반길만한 일은 아니었을 법하다. 

하천들을 따라 들어선 인근 공장의 방류구, 상류를 따라 각종 폐수나 축산분뇨의 무단방류까지 서암천을 비롯한 주변 하천들을 오염시켜온 원인이 다양했던 터라 여기에 하수처리시설까지 들어서니, 충분히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었겠다. 

2012년 7월에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준공된 통진레코파크는 김포레코파크·고촌레코파크와 함께 김포시가 현대화사업을 추진한 3곳 하수처리장 시설 중 한 곳이다. 
▲ 주민 생태공원으로 현대화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레코파크'의 주요시설 조감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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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 '통진레코파크'의 하수 정화처리를 거친 물이 방류구를 통해 서암천으로 시원하게 뻗어 나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경기도 김포시 통진레코파크는 양쪽에 한강 상류인 서암천이 흐른다. 정화된 처리수가 서암천으로 방류되는 가운데 이곳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레코파크(Recopark)란 명칭은 Recopark+Eco-Friendly+Park의 합성어로, 유입된 하수를 깨끗한 물로 재생시키는 아름다운 환경을 가진 시민들의 휴식공원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김포시가 운영하는 김포레코파크, 통진레코파크, 고촌레코파크 등 3곳 레코파크의 체육시설 등 주민친화시설에선 매년 2만 명이 넘는 시민의 여가·활동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주야간 상시 개방되고 있는 축구장, 그리고 풋살장·테니스장 등 체육시설 지하 공간에는 집사지 및 유입펌프장과 일차침전지, 생물반응조, 이차침전지 등 하수처리 핵심시설들이 모두 ‘완전 지하화’되어 있다. 

하수처리시설을 단순 하수처리장이 아닌 시민 생태공원 개념을 도입, 주민들이 기피해온 하수처리 시설들을 모두 완전 지하화 하고, 상부에는 자연 친화적인 생태공원과 시민들의 주·야간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주민 기피 시설은 모두 지하화한 반면, 육상 위에는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 가능한 야외무대·다목적 잔디마당·협곡정원·안개정원 등 친환경 테마공원, 축구·풋살·테니스·농구 등 각종 레포츠형 체육시설 등을 갖춰놓아 평일·주말할 것 없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통진레코파크 '생태체험관'은 하수처리 과정과 원리를 체험할 수 있고, 김포의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한 입체적 전시물과 영상체험관이 설치돼 환경의 중요성과 김포를 홍보하는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김포시의 또 다른 하수처리시설인 김포레코파크에도 풋살장과 족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그라운드 골프장, 플라워 가든 등이 갖춰져 있고, 고촌레코파크에는 게이트볼장과 웰빙(Well-Being) 공원 등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서 사랑받고 있었다.   

실제 시민 이용자 통계를 확인한 결과, 통진레코파크의 경우 2012년 준공 이후, 공원 이용자 수가 2013년 1만8700여명, 2014년 1만6000여명, 2015년 1만4900여명, 2016년 1만6700여명 등을 기록해 매년 평균 1만5000여명의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됐다. 

인근 김포레코파크의 경우에도 매년 1만~1만2000명 내외과 이용하고 있어, 김포시의 통진·김포레코파크 2곳만 해도 연간 2만7000여명이 이용하는 김포시의 주요 시민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 

▲ 경기도 김포시 통진레코파크에 들어선 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각종 시설 이용 주민수는 연간 1만5000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축구경기를 즐기는 축구장 아래에 하수처리시설이 지하화되어 있다.  ⓒ제주의소리
▲ 경기도 김포시 통진레코파크 축구장 시설에서 야간 축구경기를 즐기는 주민들 모습  ⓒ제주의소리
▲ 경기도 김포시 통진레코파크의 테니스장에서 야간 테니스 경기를 즐기는 주민들 모습  ⓒ제주의소리

주민들이 기피해온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은 이제 찾아볼 수 없고, 훌륭한 시민생태공원으로 자리잡아, 주민들이 시설공사 초기의 우려는 말끔히 불식됐다는 것이 시설관리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에서 김포시 통진읍으로 이주해온지 11년째인 김상복(59) 씨는 “김포레코파크 시설 주변은 보시다시피 서암천이 흐르고 있고, 대부분 논밭들로 둘러싸여 있어 작은 오염이라도 일어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처음에 하수처리시설을 짓는다고 할 때 반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도 이주해온지 몇 해 되지 않아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온다고 해서 이주해온 것을 후회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나 과거 오염과 악취의 원인으로 기피하던 하수처리시설은 모두 지하시설로 설치돼, 걱정과 달리 지금까지 24시간 잘 관리되고 있다, 그 대신 지역주민들을 위한 훌륭한 생태공원이 생겨나 주민들은 지금 이곳을 하수처리시설이 아닌 시민공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동호회원인 박철규 씨(38)도 "매주 회원들과 이곳에서 한차례 이상 축구경기를 즐기고 있다. 30여명의 회원이 통진레코파크가 생긴 이후 경기장 섭외에 대한 걱정없이 이곳에서 건강과 여가를 맘껏 즐기고 있다"며 "우리 말고도 많은 스포츠 동호인 팀들이 이곳 통진레코파크와 김포레코파크 등을 이용하는 것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됐다"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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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 '통진레코파크'의 공원시설 지하에는 이 일대에서 유입된 하수들을 정화처리하는 1~2차 침전조와 생물반응조 등이 현대화 시설을 갖춰놓아 일체의 악취와 오염원을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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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 '통진레코파크'의 공원시설 지하에는 이 일대에서 유입된 하수들을 정화처리하는 1~2차 침전조와 생물반응조 등이 현대화 시설을 갖춰놓아 일체의 악취와 오염원을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김포시로부터 통진레코파크의 시설운영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는 ㈜블루오앤엠의 조환복 김포사업소장은 “기존 하수처리시설들이 악취 등의 문제로 주민들에게 기피와 혐오시설이었기 때문에 이곳도 처음 사업 당시에는 반발 여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처음엔 하수처리시설 건립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모든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 하고, 상부의 체육시설과 공원은 시민에 개방했기 때문으로, 지금은 직원들이 피곤을 호소할 만큼 많은 이용객들이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찾아오는 ‘없어선 안될’ 시민공원이 됐다”고 귀띔했다.    

현재 이곳 일일 처리용량은 4만톤이다. 김포레코파크 8만톤과 고촌레코파크 1만2600톤까지 김포시 3곳 하수처리시설은 총 13만2600톤의 처리 용량을 갖춰 생물학적 질소・인 제거 고도처리공법(Bio-SAC)으로 수처리하고 있고, 슬러지도 고화 후 매립 복토재로 이용되고 있다. 

제안형 민간투자사업(BTO)으로 건설된 통진레코파크를 비롯한 김포하수처리시설(김포, 고촌 포함) 3곳의 총 사업비는 280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사업시행은 푸른김포(주), 시공은 포스코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태영건설, 한화건설, 두산건설, 동부건설, 대림건설, 한솔이엠이 등이 공동 도급해 지난 2009년 7월 착공, 2012년 7월 준공했다.  

현재 시설 준공후 김포시가 ㈜블루오앤엠에 20년간 위탁운영을 맡겨 김포의 기존 4만톤을과 분뇨처리장을 포함해 일일 총 13만여톤 처리시설을 통합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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