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감] 제주비엔날레 제주현실 반영 미비, 지속가능 부족 비판도...“대안 제시하는 행사 노력”

제주도립미술관이 올해 처음 개최한 국제미술행사 ‘제주비엔날레’에 대해 도의회가 질책을 쏟아냈다. 제주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지속가능한 노하우를 쌓기 어렵다는 지적이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어졌다. 그러나 일부 의원의 경우, 답변에 나선 관장의 말을 막거나, 반말까지 서슴치 않는 등 행감의 본질에서 벗어난, 사실상 ‘길들이기’에 가까운 모습도 보여 눈총을 샀다.

▲ 제주도립미술관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는 23일 제355회 임시회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대상은 세계유산본부, 문화예술진흥원, 민속자연사박물관, 한라도서관, 돌문화공원관리소, 제주도립미술관이지만, 질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제주비엔날레 관련 도립미술관에 쏠렸다.  

김태석 의원(더불어민주당, 노형동 갑)은 “제주비엔날레 주제가 투어리즘인데 관광 과잉으로 발생하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작품은 매우 부족하다. 비엔날레가 던지는 주제가 무게가 있으면 이걸 계기로 지역에서 논쟁이나 이슈가 벌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고 비판했다.

김준기 관장은 “사회예술을 추구하는 제주비엔날레는 대안을 만드는데 포커스를 집중했다. 이슈가 부족했다는 비판은 겸허히 수용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예술은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인데 이런 면에서 보면 제주비엔날레는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민중의 현실을 가감 없이 반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관장은 “비엔날레 장소 가운데 하나인 알뜨르비행장은 많게는 하루 1000명 이상이 방문할 만큼 재조명받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논쟁과 대안 두 가지에서 균형을 찾겠다”고 답변했다.

김동욱 의원(바른정당, 외도·이호·도두동)은 “이전부터 강조했듯이 제주비엔날레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계속 일할 미술관 직원들이 노하우를 최대한 쌓아야 비엔날레가 계속 이어갈 수 있지 않겠냐”며 “주변 사람들에게만 평을 듣지 말고, 제3자를 포함해서 보다 넓게 의견을 듣기 바란다. 행사를 보다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도 있다”고 더했다.

이선화 의원(바른정당, 삼도1·2,오라동)도 “준비과정부터 현재까지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언론과의 소통 역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홍보에도 차질을 빚는 것 같다. 참여 작가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들린다고 한다”며 “관장이 가지는 눈높이와 도민이 가지는 눈높이가 왜 다른지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희현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일도2동을)은 “김준기 관장이 노력했지만 혼자만 열심히 뛰지 않았나 생각한다. 첫 행사부터 완벽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지역 여론을 충분히 듣고 해야 하는데 급히 만들다 보니 이미 발표된 재탕 작품도 많고 작가들의 불만도 나오는 것”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노력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답변 기회를 아예 차단하고, 고성에 반말까지 더하는 등 일부 의원들의 태도가 눈총을 샀다. 

모 의원은 알뜨르 비행장에 설치한 설치미술작가 최평곤 씨의 <파랑새> 작품에 대해 “관장과 친분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다”, “특혜다”라고 주장하면서 답변 요구는 묵살했다. 이에 김 관장이 “사실이 잘못됐다. 반드시 해명이 필요하다”고 재차 요구하자 해당 의원은 도리어 "반성하라"며 고성까지 질렀다.

다른 의원들 역시 질의응답 내내 답변을 자르고 쏘아붙이거나, 입지나 기관의 기본 성격 자체가 다른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과 비교해 '도립미술관 관람객 수가 적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적을 던지는 등 아쉬운 모습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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