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UNESCO)가 인증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는 다양한 야생식물이 자생하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한라산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제주는 해안 저지대에서 오름과 하천, 곶자왈, 그리고 백록담 정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과 지역에 분포하는 야생식물들이 오랫동안 생태계를 이루며 뿌리 내렸습니다. 멸종위기 식물에서부터 지천에 퍼져 있는 야생식물까지 능히 식물의 보고(寶庫)라 할 만합니다. <제주의소리>가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에 자라는 식물의 가치를 널리 알려 지속적인 보전에 힘을 싣기 위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를 카드뉴스 형태로 매월 격주로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3) 한라돌쩌귀 <Aconitum napiforme Lév. et Vnt.> -미나리아재비과-

오늘은 제주에서 자란다는 한라돌쩌귀를 만나 보겠습니다.
그토록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한라산 낮은 지대에는 한라돌쩌귀들이 하나 둘 피어납니다.
한라돌쩌귀는 산림청지정 희귀식물로 한라산의 습윤하고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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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구꽃을 닮은 한라돌쩌귀 ⓒ제주의소리

무르익어가는 가을의 기운이 서서히 한라산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산 저지대와 오름 자락에도 이렇게 한라돌쩌귀가 하나, 둘 피어납니다.
한라산 백록담 정상 부근에는 8월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해발이 낮은 곳에서는 9월 중순 이후에서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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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돌쩌귀 ⓒ제주의소리

한라돌쩌귀는 주로 산속 계곡 주변이나 낙엽수림 아래와 같이 습기가 많은 곳에서 덩굴식물처럼 비스듬히 자라는데, 잎은 세 갈래로 갈라지고 꽃은 진한 자주색을 띠며 줄기 끝에 모여 피어 육지의 투구꽃하고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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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돌쩌귀 ⓒ제주의소리

한라돌쩌귀의 꽃잎은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맨 아래 타원형의 2장의 꽃잎과 위에 2장, 그리고 맨 위에 동그란 꽃잎으로 구성되어 각각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맨 아래의 타원형 꽃잎 2장은 벌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하고 그 바로 위의 꽃잎은 벌들이 드나들기 쉽도록 유도선 역할을 하며 맨 위의 동그란 꽃잎에는 꿀을 모아두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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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돌쩌귀 ⓒ제주의소리

가을에 제주에서 만나는 투구꽃처럼 보이는 식물은 한라돌쩌귀로 보면 되는데요. 제가 육지의 다른 지역에서 사진에 담아 온 투구꽃과 비교해 보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라돌쩌귀의 잎은 잎 전체 둘레를 따라 원을 그려보면 지름이 엇비슷한 둥근 원 형태에 가깝지만, 다른 지역의 투구꽃은 잎 둘레를 연결해 보면 길쭉한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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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 한라돌쩌귀와 육지의 타지역 투구꽃 ⓒ제주의소리

돌쩌귀 식물들은 초오속 식물인데 우리나라에는 초오속 식물들이 25종 이상 분포할 만큼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이 한라돌쩌귀와 진범,흰진범 정도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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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돌쩌귀를 비롯한 초오속식물들 ⓒ제주의소리

깊은 숲속에 보라색의 고운 꽃을 피운 한라돌쩌귀가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억새가 만발한 가을 한라산의 저지대에는 이렇게 마치 고깔모자를 쓴 것처럼, 또는 서양의 투구를 쓴 것 같은 한라돌쩌귀도 만발해 발길을 붙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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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돌쩌귀 등 초오속식물들 ⓒ제주의소리

한라돌쩌귀의 꽃말은 '그리움'이라고 합니다.
자주색 혹은 보라색의 강렬한 유혹으로 가을을 맞는 한라돌쩌귀의 향기가 독자님들의 가정에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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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돌쩌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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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돌쩌귀 ⓒ제주의소리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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