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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민호 군 분향소.

故 이민호 군 부모 망연자실, 발인 거부 "아빠가 잘잘못 다 밝힐게"...업체 "임직원 모두 죄송" 

“내 아들 민호야. 다 내려놓고 가라. 네가 잘못한 일 없다고 아빠가 세상 사람들에게 다 밝힐게. 나중에 꼭 만나자”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한 공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목숨을 잃은 모 특성화고 3학년 고(故) 이민호(19) 군의 아버지 이모씨(55)가 22일 오전 모 장례식장에서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아들의 가슴에 손을 얹고 남긴 말이다.

지난 21일. 당초 계획대로라면 민호 군의 발인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이날까지 발인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아들의 잘못으로 사고를 당했다는 취지의 회사 측 입장에 분개해 이씨가 발인을 거부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이씨는 어린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낸 원통함과 비통함 때문인 듯 초췌할대로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 9일. 서귀포에서 일을 하던 이씨는 오후 2시15분쯤  아들의 담임 교사로부터 민호가 다쳤다는 전화를 받았다.

충격을 받은 이씨는 아들이 현장실습 나간 회사로 전화를 걸어 민호가 어느 병원으로 가는지, 지금 상태는 어떤지 등을 묻고는, 한걸음에 제주시로 달려왔다. 사고를 당해 생사를 오가는 아들을 생각하자 그날따라 꽉 막힌 도로가 그처럼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병원 치료를 받던 아들이 한 때 심장이 멎자 의료진을 붙들고 "제발 아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30분 가까이 심폐소생술을 하던 의료진은 민호 가족에게 “환자에게 너무 고통을 주는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지만, “식물인간이라도 좋다. 살려만 달라”고 애원할 만큼 아버지는 아들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가족들의 그 간절함이 민호에게 닿은 듯 심폐소생 1시간5분만에 민호의 심장은 다시 뛰기도 했지만 결국 사고 열흘만에 세상과 이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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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가 발생한 제주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 생산공장 내부 설비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품 적재기에 끼인 민호는 신장을 크게 다쳤다. 신장 투석기가 꼭 필요한 상태였다. 신장 투석기는 병원이나 다른 곳에서 가족들이 별도로 마련해야 했다. 당시 회사측은 민호를 위해 신장 투석기를 구매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치료를 받던 민호는 사고 열흘 뒤인 19일 새벽 운명을 달리했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측은 산업재해 관련 문서를 민호 가족에게 건넸다고 한다. 정신이 없던 가족들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민주노총 제주지부 소속 노무사가 대신 문서를 훑었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아버님, 내용을 읽어보니 ‘민호가 잘못해 사고를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씨가 발인을 늦춰서라도 아들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다.  

민호는 회사에서 기숙 생활을 하다 금요일 저녁이면 집을 찾아 주말을 보냈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면 회사 관련 얘기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기계가 계단 같은 모양이다. 레일을 타고 온 물건이 가득 차면 기계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올라가면 다시 레일이 움직여 물건을 깔판으로 옮기는 시스템이다. 물건을 위로 올리는 부분이 자주 멈춘다고 민호가 말했다”

“민호가 몸이 끼인 기계에서 다친 적이 또 있다. (오작동으로)기계가 멈추면 전원을 끄고 기계 안으로 들어가 조작한 뒤 다시 빠져나와야 한다고 민호가 말했다. 기계를 조작한 뒤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발을 헛디뎌 2번 정도 넘어져 다쳤다. 한번은 큰 부상 없이 휴대전화가 부서졌고, 2번째는 갈비뼈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다"

“심지어 갈비뼈를 다쳐서 집에서 며칠 쉬고 있는 민호에게 회사 측에서 전화가 왔다. 기계 작동이 멈춰서 민호가 출근했으면 한다는 말이었다. 현장 실습생이 아니라 직원처럼 대했다. 결국 민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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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민호 군이 사고를 당한 현장 모습. 화면 상단 좌측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CCTV 화면 캡처 ⓒ제주의소리

민호가 아버지에게 한 말은 사고 당시 상황과 흡사했다. 이씨에 따르면 사고 당시 민호는 기계 작동이 멈추자 조작하기 위해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폐쇄회로(CC)TV에는 민호가 기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이후 기계 특정 부분을 만지고,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민호는 주춤거리면서 기계 밖으로 나오려 했고, 그 때 위아래로 움직이는 기계가 다시 작동했다. 민호는 그곳에 끼어 목과 가슴 등의 부위를 크게 다쳤다.

이씨에 따르면 민호가 처음 현장실습을 나갔을 때 ‘부장’ 직책을 가진 직원이 있었다. 당시 부장이 민호에게 기계 오작동 시 대응 방법을 설명해줬다고 한다.

일을 배우기 위해 현장 실습 나간 민호는 당연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민호가 오작동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질 즈음 부장은 회사를 관뒀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 측은 민호가 기계 안으로 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민호가 잘못해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가족들도 (민호가)기계 안으로 들어간 이유를 알고 있는데, 회사가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현장 실습생이 회사 직원 지시도 없이 혼자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누가 가르쳐준 사람도 없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회사 관계자가 나를 찾아와 ‘공장 가동이 우선되면 이후 보상을 제대로 해주겠다’고 말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혀내 민호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기계를 바꾸는 등 대책이 있어야 민호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지 않겠나. 그때까지 민호를 보낼 수 없다”

사고 책임 등과 관련한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사고가 발생한 업체 대표는 "잘잘못은 고용노동부와 경찰 등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임직원 모두가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민호의 발인이 아직 진행되고 있지 않은데, 유족과 빨리 합의점을 찾아 민호의 발인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청춘이 구만리 같은 어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 이 씨.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는 그의 뒷모습은 오열하는 듯 어깨가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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