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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바꿀 작은 증거 모으는 ‘성북의 연결고리’

2017년 11월 29일(수) 15:00
문준영 기자 moonsoyo@jejusori.net

도시재생이 전국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주민중심'이라는 가치가 단순히 말의 성찬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민들의 자발성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보장할 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제주의소리>는 서울 성북, 세운상가, 목2동, 군산, 나주 속의 공동체들을 찾아 그 실마리를 찾아봤다. 지금까지 그들이 이뤄낸 변화와 남은 고민을 공유하는 일이 제주형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연속기획-제주형 도시재생, 길을 묻다] (14) 서울 성북신나의 유쾌한 실험

▲ 오창민 성북신나 사무국장. ⓒ 제주의소리
단기 청년혁신일자리 사업으로 문화재단에 근무하던 20~30대 젊은이 10명은 연말 계약만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인문학과 예술이 전공인 만큼 ‘취직이란 걸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들이 4년 전 협동조합 성북신나를 시작한 현실적인 이유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지향점이다. “청년들의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삶의 생태계”,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와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사무국 직원 4명이 한 달에 150만원씩 꾸준히 월급을 받아가는 것”.

건강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고, 청년과 지역 관련된 연구사업을 진행하며 여러 가지 포럼을 열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사이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며 출자금을 내고 가입한 조합원이 110명으로 늘었다.

공공·공동 프로젝트, 위탁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지만 정체성에 반하는 용역을 맡지는 않는다. 이제는 나름대로 내공과 네트워크를 갖춘 민간 허브로 거듭났다.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활동, 도시재생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성북지역 청년의 일자리 활성화와 공간을 연결시킨 연구 작업을 벌이기도 하고 지역재생을 위한 지역자원조사에도 나섰다. 정릉 개울장 플리마켓을 기획했고, 동네의 공간·사람·역사를 아카이브했다. 시민이 원하는 지역을 만들려는 프로젝트, 청년기업·청년단체·대학생·거주청년이 만나 서로의 자원을 나누고 돕는 민간네트워크 성북청년회를 운영하는 등 ‘판을 까는 일’에 주력했다.

기존 경직된 일자리 논리 대신 ‘이 지역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이는 그들의 창립선언문에서도 그대로 읽힌다.

“살고자 하는 일이 신나는 일이면서 더 나은 가치를 위한 일일 수 없을까. 많은 청년들이 생각을 했다. 이어지는 고민에 동네로 산책을 나간 청년들은 문득 느낀다. 여기엔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이들은 때때로 시장 상인들과 연계되고, 때때로는 관이나 문화 또는 사회적경제, 예술 분야의 중간지원조직, 학교와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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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신나의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바로 옆에서 정릉천과 정릉시장을 만나볼 수 있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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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신나는 성북구 성북동 동구여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기간 '다같이 놀자 동네한바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중심이 돼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동네의 숨은 매력들을 발견하려는 시도였다. ⓒ 성북신나

성북신나의 청년들이 지역 속으로 들어가 주민들과 만나는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기존 활동가의 시선에 한정되지 않고 그들의 일부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성북신나 오창민 사무국장은 ‘누가 진짜 주민인가?’, ‘모든 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 끝에 나름대로 답을 얻었다.

“슈퍼맨 마인드로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 그렇게 지역활성화를 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도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우리 역량의 한계도 있다. ‘지역주민들을 많이 만나라’기 보다는 ‘지역의 일부가 되는, 지역 속에서 하나의 주체가 되는 쪽이 더 낫다고 본다. 가령 과거엔 부동산 중개 하시는 분과 만날 때 캐리커쳐를 그려드리며 친해지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공간을 소개받고 복비를 주고 받는다. 무조건 거래를 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게 진짜 관계라고 생각한다. ’저희 좋은 일 하니까 받아주세요‘ 하는 건 가짜 관계 아닌가?”

이제 성북신나는 지역 공동체 조직을 통해 토지와 건물 등을 소유하고 운영한 뒤, 이를 공동체에 재투자해 지역재생을 추구하는 시민자산화도 구상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을 구입하고 운영하는 역량을 갖추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조합원들도 있고, 도시계획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있다. 확장된 논의를 할 수 있는 생태계도 있다. 우리가 직접 공간의 개발자가 된다기 보다는 그걸 조성하는 역할, 사람과 사람을 엮는 역할, 판을 갈아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실제 성북신나 조합원 중 한 청년은 정릉시장 내에 술집을 새로 운영하게 됐다. 한 나이든 동네 아저씨가로부터 사들인 이 술집은 청년들을 위한 공간, 회의 공간, 뒷풀이 장소로 활용되는데 여러 조합원들이 출자를 해 권리금과 보증금을 모아 가게를 시작했다. 이 같은 작은 증거물들을 통해 더 큰 확산과 연결을 늘려가려는 게 성북신나의 목표다.

이들은 이런 접근이 건강한 삶의 생태계,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청년 일자리와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가 여기서 맞물린다.

“청년일자리 문제를 두고 기존에는 ‘우리가 직접 고용을 늘려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말이 안되고, 우리를 통해서 일거리 프로젝트가 많이 생기면 그게 일자리 생태계 복원이 아닐까? 조합원들과 연계해서 다시 일거리를 늘려나가고, 그 안에서 경험이 쌓인 조합원들이 다시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가 개발논리나 소비자본주의와 맞대결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우리대로 지역 안에서 작은 증거물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길게 보고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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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8월 진행된 성북청년회 '아이디어 소개팅'. 협업과 발산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성북에 살거나 생활하는 청년들의 작당모의를 뒷받침한다는 성북신나의 지향점이 잘 나타난다. ⓒ 성북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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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북신나는 2017년 서울시 사회적경제 혁신활동가교육을 담당하게 됐다. 사진은 지난 7월말 복합문화공간인 플랫폼창동61에서 진행된 교육 현장. ⓒ 성북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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