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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흥순 작가.
제주4.3과 강정마을을 다룬 영화 <비념> 등을 연출하는 등 제주와 깊은 인연을 지닌 임흥순 영화감독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형 개인전을 가진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올해 11월 30일부터 내년 4월 8일까지 미술관 서울관에서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임흥순-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이하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1명씩, 국내 중진 예술가를 지원하는 연례 사업이다. 주목할 만 한 예술가를 지원하는 기업 후원 프로젝트인데 앞서 이불(2014), 김수자(2016년), 안규철(2015) 작가가 선정된 바 있다. 

올해 선정의 영광을 얻은 임흥순 감독은 한국 현대사를 몸소 겪은 할머니 4명을 신작에 등장시켰다. 그들을 실제 인터뷰한 영상과 관련된 자료, 유품 등을 모아 전시했다. 이를 통해 일제 강점기부터 4.3,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형성된 분단의 이데올로기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해 나갔는지 할머니들의 삶으로 살펴본다.

임흥순 감독은 앞서 지난 2015년 국내 여성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담은 영화 <위로공단>으로 국내 예술가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일약 주목을 받았다. 소외된 존재를 꾸준히 주목해온 임 감독은 제주와 인연이 깊다. 공동작업자인 김민경 프로듀서가 제주 출신이면서, 2012년에는 4.3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를 주목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념>을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제주시 삼도2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이아의 레지던시에도 참여하고 있다.

감독의 신작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은 정정화(1900-1991), 김동일(1932-2017), 고계연(1932~), 이정숙(1944~) 씨를 소개한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경험한 정정화, 항일운동 집안으로 4.3 당시 가족을 잃고 홀로 일본으로 건너간 김동일, 가족 중 일부가 지리산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면서 마찬가지로 홀로 살아남은 고계연, 한국전쟁·베트남전쟁·이란이라크전쟁까지 경험한 이정숙 씨까지.

미술관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흩뿌려진 그녀들의 부서진 시간들을 ‘믿음, 공포, 신념, 배신, 사랑, 증오, 유령’이라는 상징 언어를 중심으로 서사적 이미지로 복원하고자 한다. 이 이미지들은 그 시대와 삶의 증거이자 지금 우리의 모습과 시선을 담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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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품 상당수는 생전 할머니들이 사용한 소품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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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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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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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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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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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의 한 장면.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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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흥순 작가(가운데)가 전시장에서 직접 설명하는 모습. 사진=안혜경. ⓒ제주의소리

특히 “전시를 통해 감독은 갈라진 우리 사회의 여러 시대를 넘나드는 동시에, 개인과 역사를 재구성하며 이름 없는 이들에게 다시 생명을 되찾아 주는 작업에 나선 셈이다. 그는 예술을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로서의 역사쓰기를 제안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목표로 제작 중인 장편영화의 일환이기도 하다. 영화 예고편 형식으로 만들어진 전시 홍보영상은 12월 한 달간 수도권 약 120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미술관은 내년 3월을 ‘임흥순 감독 주간’으로 정해 감독의 예술세계를 살펴보는 국제 심포지엄과 지난 영화 작품을 상영한다. 앞서 11월 30일에는 전시 연계 행사로 극단 돌을 초청한 일인극 <소녀, 金東日>을 공연하기도 했다.

자세한 전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mmca.go.kr )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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