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이아 삭감 이유 “행사성 경비”...다른 행사 예산은 대거 증액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김희현, 이하 문광위)는 제주도가 제출한 내년도 소관 예산에서 61억4500만원을 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예산 삭감의 주요한 이유로 '행사성'을 들었지만, 정작 늘어난 예산 상당수가 다른 행사 사업들에 배정되면서 ‘아전인수(我田引水)’ 논란이 예상된다.

문광위는 계수조정에서 문화체육대외협력국 23억1000만원, 관광국 16억원, 세계유산본부 15억5000만원, 도립미술관 6억8500만원 등 총 61억4500만원을 삭감했다. 

공기관 위탁사업비인 ‘제주공공문화시설(단체) 전문인력 실태조사 및 현황진단’은 5000만원 전액 삭감했고, ‘제주문화원형 활용 문화콘텐츠 발굴사업’은 2억원 가운데 1억5000만원이 줄었다.

▲주민주도형 관광자원 상품개발 사업(3억원) ▲탐라문화유산 발굴 및 복원사업(6억5000만원) ▲알뜨르 공공미술사업(1억원)도 전액 삭감했다.

특히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운영비 8억원, 예술공간 이아 운영비 2억원을 비롯해 위탁사업이 대거 칼질을 당했다.

문광위는 삭감 예산 9억2500만원을 ▲제주포럼 지원(6000만원)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 및 브랜드화(1억원) ▲국내 선진지 마을 및 우수축제 참여(4000만원) 등에 새롭게 배정했다.

다만, 적지 않은 예산이 삭감 취지와는 다르게 사용되면서, 앞뒤가 맞지 않은 계수조정이란 논란이 일 전망이다.

문광위는 예술공간 이아 운영비 8억원 중 2억원을 줄이면서 “레지던시 프로그램 및 전시, 공연 등 '행사성' 경비 일부를 삭감한다”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문광위가 증액한 항목을 보면 상당수가 행사성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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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의회 문광위의 내년도 제주도 본 예산 계수조정 '증액' 결과 가운데 일부. 행사 예산이 상당수 포함됐다. 붉은 색으로 칠해진 항목은 본 예산에는 없었지만 도의회 계수조정에서 새로 생긴 사업이다. ⓒ제주의소리

▲한중씨름교류전 ▲어르신 생활체육 대회지원 ▲제주국제 생활댄스 및 포메이션대회 ▲제주 燈 축제 ▲제44회 제주특별자치도 사진대전 ▲한중일 서예교류 대회 ▲홍랑길에서 퍼지는 생활문화 콘서트 ▲문화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원도심만들기 ▲제주목관아 전통문화재현 등 그 종류만 30개에 달한다. 전체 증액 항목이 37개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많은 수다. 

결국 행사성이란 이유로 예산을 짜르고, 다시 많은 행사성 사업에 돈을 쏟는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 가운데는 제주도가 계획한 본 예산에는 없지만 도의원들이 새롭게 만든 일명 ‘쪽지 예산’ 사업도 제법 포함돼 있어, 자신들이 내건 삭감 이유를 스스로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트큐브 공간여행사업(1억원)’ 역시 모두 삭감하면서 “문예회관, 도립미술관, 현대미술관 등의 문화예술공간 활용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런 이유에 부합하는 증액 항목을 찾아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예산 삭감 후 사용처를 정하지 않은 내부 유보금은 51억 9300만원이나 남겨놓으면서 '무엇을 위한 삭감이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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