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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상 제막식에서 제주대학교 조성윤 교수가 축사하고 있다.

제주항 2부두서 노동자상 제막식...제주서만 1700여명 끌려가, 피해규모 전국 최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를 기리는 노동자 상(象)이 제주에 건립됐다.

제주도내 26개 시민사회·정당·노동단체로 구성된 '제주지역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는 7일 오전 11시 제주항 2부두에서 노동자상 제막식을 열었다.

약 2m 높이의 노동자상은 서울 용산과 인천 부평에 이어 세 번째로 제주에 세워졌다.

노동자상은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제작했다. 깡마른 몸에다 오른 손에는 곡갱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또 오른쪽 어깨에 새 한 마리가 앉아있다. 

새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의미한다. 갈비뼈가 드러난 몸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또 곡갱이는 탄광 등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고통을 형상화했다. 

노동자 상 주변에는 많은 글귀가 새겨졌다. 노동자상 건립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조선인의 구체적인 규모와 피해사례는 아직도 채 파악되지 않았다. 이에따라 철저한 진상규명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배·보상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공식적으로 제주에서만 1700여명이 강제로 끌려간 것으로, 기록에 남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제주가 전국에서 가장 피해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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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제주항을 통해 일본과 중국, 만주, 사할린, 동남아, 태평양 등지 광산과 군수공장, 토목공사장, 전장에 끌려갔지만, 다시 제주항을 통해 제주로 돌아온 이는 몇 없었다.

추진위 고문을 맡은 제주대학교 조성윤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과 사할린, 마샬제도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동원됐다. 오늘 제주항에 우뚝 선 노동자상은 우리가 당시 상황을 기억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상봉 제주도의원은 축사에서 “우리는 노동자상을 보면서 과거를 기억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 아픈 과거를 잊지 말고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들의 선한 눈망울을 뒤로하고 청춘들이 끌려갔다. 노동자상 건립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으려 한다. 억울하게 희생된 노동자들의 한을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추진위는 지난 5월 출범 기자회견에서 제주 노동자상 건립 계획을 알렸고, 대표자 회의 등을 거쳐 9월 제주도와 노동자상을 제주항에 세우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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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막식 참석자들이 노동자상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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