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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해직후 5년만에 MBC로 복직한 제주출신 강지웅 PD가 출근 첫날인 11일 MBC 사옥에서 직원들에게 복직에 따른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MBC 뉴스>
#강지웅 PD, MBC 해직 2079일만에 출근...“외풍에도 꿋꿋한 예전의 MBC로 돌아갈 것”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 제주출신 강지웅 PD(52)가 복막암으로 투병중인 이용마 기자 등 동료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눈시울이 붉어진 강 PD를 향해 MBC 직원들의 박수 세례가 쏟아졌다. 후배 한명이 앞으로 나가더니 목걸이를 하나 걸어줬다. ‘강지웅’ 이름 석자가 적힌 사원증이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투쟁에 나섰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기나긴 시간을 돌고 돌아 제 자리로 오는데 5년8개월이 걸렸다. 부당해고 2079일만의 출근이었다.
 
“MBC 사옥으로 들어서는데... 단순히 좋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어요. 수십년을 몸담았던 곳인데 다시 출근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사원증을 받을 때는 감동이 더했어요”
 
강 PD는 2007년 11월 [PD수첩]을 통해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전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의 이야기를 ‘시사집중’ 코너를 통해 집중 조명하는 등 현안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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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해직후 5년만에 MBC로 복직한 제주출신 강지웅 PD(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출근 첫날인 11일 MBC 사옥에서 직원들에게 복직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출처-MBC 뉴스>
2008년 상반기 미국 연수를 마치고 복귀하자 세상은 변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PD수첩]에는 재갈이 물려졌다. 4대강 사업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결방사태를 맞았다.
 
태안 기름 유출사고와 관련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는 ‘쥐꼬리 보상의 이유’라는 문구를 두고 간부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쥐꼬리가 이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시사교양국 PD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김재철 사장에 강력 항의했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강 PD였다. 노조 사무처장이던 2012년 4월2월 강 PD는 결국 해직통보를 받았다.
 
“힘들었죠. 대학원으로 가서 역사학을 전공했어요. 수료까지 하고 논문 준비를 하다가 전임자 복귀명령이 내려지자 후배들을 도와주기 위해 2015년 2월까지 다시 노조에서 일을 했어요”
 
후배들과 재회한 강 PD의 바람은 정상화다. 취재와 보도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예전의 MBC로 돌아가는 것이다. 
 
“윗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정치적인 외풍에서 꿋꿋하게 버티며 국민의 품으로 돌아갈 겁니다. 제주MBC도 지역 언론의 선두주자로서 제 역할을 다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강 PD는 제주지역 버스업체 삼영교통 창업주인 강재업씨의 차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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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출신인 현덕수 YTN 기자가 해직 9년만인 2017년 8월28일 첫 출근하며 동료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YTN 뉴스>
#현덕수 기자, YTN 해직 3249일만 회사로...복직 105일만에 다시 투쟁 “YTN 바로 설 것”
 
고향 선배인 강지웅 PD의 복직을 전해들은 YTN 현덕수 기자(49)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선배보다 넉달 먼저 회사에 복귀했지만 해직 후 다시 돌아오기까지 무려 9년의 시간이 걸렸다.
 
YTN은 2008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씨를 사장으로 내정했다. 노조는 낙하산 사장에 반발했지만 사측은 임명을 강행했다.
 
회사를 장악한 신임 사장은 기존 보도국장 추천제를 무력화 시키고,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 온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과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 등 6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사측의 일방적 해고 처분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 11월 서울중앙지법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없고 재량권을 일탈했다며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반면 2011년 서울고법은 6명 중 현 전 위원장과 노 전 위원장, 조승호 기자 등 3명에 대해서는 해고가 정당하다며 1심 결과를 뒤집었다. 2014년 11월 결국 이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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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28일 해직 9년만에 복직해 YTN 사무실로 향하는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기자(왼쪽부터). <사진출처-YTN 뉴스>
“해직기자로 9년 가까이 지내면서 자괴감도 들었어요. 기자에서 해직자 신분이 되는 것 자체가 당시 언론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었죠. 올바른 길이라는 믿음으로 버텨왔습니다”
 
올해 8월28일 해직 동료 3명과 나란히 YTN 새 사옥에 들어서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복귀와 함께 ‘YTN 혁신 TF’에 들어가 회사 정상화를 위해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YTN은 MBC보다 먼저 보수정권에서 탄압을 받았고, 시청자들로부터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죠. 내부적 반성과 함께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보도 혁신이 필요해졌습니다”
 
이사회는 11월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방송 대표이사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지만, 보직 인사 기준을 두고 사측과 직원들이 갈등을 빚으며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YTN노동조합은 11일 ‘와이티엔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적폐 퇴출을 위한 끝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 기자도 복직 105일만에 다시 힘겨운 싸움을 예고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YTN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을 믿습니다. 현대사에서 옳지 않은 일에 저항했던 제주인의 자부심도 생각하며 신념을 지켜나가겠습니다” 
 
현 기자는 국민의당 제주시 을 위원장인 현덕규 변호사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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