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게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황금개띠 무술년(戊戌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7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인물 중심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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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배 부위원장이 2017년 한해 제2공항 반대 운동에 대해 떠올리고 있다.
[인물로 본 2017키워드] (3) '42일 단식'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김경배 부위원장

2015년 11월30일 국토교통부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에 대한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을 공식 발표했다. 그날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제2공항은 제주에서 최대 갈등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올해 제2공항이 ‘공군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또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김경배 부위원장이 목숨을 걸고 42일간 단식했다.

<제주의소리>가 무술년(戊戌年)을 앞두고 12월26일 김 부위원장을 만나 올해 제2공항 관련 이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2016년 3월 제2공항 반대 온평리 비상대책위원회는 제2공항이 현 제주국제공항 부지보다 36% 이상 넓은 점을 들면서 공군의 남부탐색구조부대 추진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1년쯤 뒤 2017년 2월10일 오영훈(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을) 의원이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방부가 제주도에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를 문의했다는 말이 있다. 공군의 제2공항 이용계획이 있냐"고 묻자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파악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6일 뒤 오 의원은 제주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정부질문에서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고, 오늘(2월16일)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실 관계자가 의원실을 찾아와 설명했다”며 “위치와 규모는 추가 검토 예정이라는 말을 했지만, 지금까지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알뜨르비행장과 제주 제2공항 부지가 유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국방중기계획(2018~2022년)에 남부탐색구조부대 제주 배치를 2021년에 착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김경배 부위원장은 남부탐색구조부대 제주 배치 계획을 듣고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제2공항 계획이 발표됐을 때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국방부 남부탐색구조부대 배치 계획을 듣고, 공군기지가 최종 목적일 수 있다는 생각에 억울함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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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의 남부탐색구조부대 제주 배치 계획.

국방부는 1987년 '군 중·장기 전력증강계획'에 따라 제주 공군전략기지 창설을 계획했다. 같은 해 12월 28일에는 국방부 '군사시설보호구역심의회'에서 모슬포 공군기지(알뜨르비행장)가 있는 송악산 일대 195만평을 군사보호구역으로 확정(국방부 군시 24464-939)했다. 

당시 제주도는 제주도종합계획에 따라 송악산 일대를 관광개발계획에 포함시켜 개발하려 했으나, 국방부는 1987년 4월 '군 전력 증강계획에 저촉된다'며 그해 12월 28일 송악산 일대를 군사보호구역으로 확정하는 등 공군기지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1992년 국방부와 건설교통부(현 국토부)간 민·군(民·軍)이 겸용하는 ‘제주 신공항’ 건설에 합의했고, 1997년 국방중기계획(1999~2003년)에 비행전대급 제주공군기지 계획이 반영돼 현재까지 이르렀다. 2004년에는 대한항공 소유 정석비행장을 민·군이 공동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했지만 대한항공이 공동사용을 거부했다.

이후 해군제주기지 건설에 따라 도민 사회에 제주 섬 군사기지화에 대한 반발 여론이 확산되면서 국방부는 2006년 제주공군기지를 ‘남부탐색구조부대’로 사업명칭을 변경했다.

이 같은 논란에 제주도와 국토부 등은 제2공항이 ‘순수 민간공항’으로 건설될 계획이라고 반박했지만, 2017년 3월9일 ‘딘 헤스 미 공군 대령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정경두 당시 공군참모총장은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에 대해 제주도민들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관련 기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논의해 가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창설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당시 이성용 기획관리참모부장은 "남부탐색구조부대는 1997년부터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됐지만 계속 순연돼 왔다"며 "2018~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돼 2021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다. 내년에 선행연구에서 타당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12월26일 <제주의소리>와 만난 김경배 부위원장이 2017년 한해를 되새기고 있다.

제주도와 국토부, 국방부 간에 ‘순수 민간공항’이냐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이냐는 논란이 벌어지는 사이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

‘조기 대선’ 본격 선거운동을 앞둔 상황에서는 제2공항 건설로 인해 제주의 천혜의 자연 환경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획재정부의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사업 2016년도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요약보고서를 보면 은월봉과 대왕산, 대수산봉, 낭끼오름, 후곡악, 유건에오름, 나시리오름, 모구리오름, 통오름, 독자봉 등 10개 오름이 수평표면과 원추표면에 저촉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시계기동(선회 접근) 절차를 통해 오름을 절취하지 않아도 된다고 다급하게 해명에 나섰다.

오름 훼손 논란 뿐만 아니라 천연동굴 훼손 논란도 제기됐다. 당시 예타를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3년 발간된 문화재청의 ‘제주도 천연동굴 일제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천연동굴을 조사했다. 하지만, 제2공항 예정부지에서는 예타에는 나오지 않은 천연동굴이 잇따라 발견됐다. 

논란이 커질 때 ‘조기 대선’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제주 제2공항에 대해 각기 다른 공약을 내세웠다.

당시 문 후보는 ‘절차적 투명성 확보 및 주민 상생’, 홍 후보는 ‘조기개항’, 안 후보는 ‘정상추진’, 유 후보는 ‘조기개항’, 심 후보는 ‘전면재검토’를 공약했다.

다 알다시피 도민과 국민들은 문재인을 선택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국토부는 주민들과 소통하겠다며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 등을 방문했지만, 주민들은 입지선정과 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한 의혹 검증이 필요하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간담회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김경배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토부 관계자들의 주민 간담회 횟수는 늘었다. 하지만, 주민들과 만남이 목적이지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는 것 같진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대위는 2년 동안 제2공항 예정지 일대 천연동굴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고, 대수산봉 등 오름 절취 문제, 안개 일수 등 기상조건 조작 등 사전타당성 용역의 부실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하면서 용역진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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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김경배 부위원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도내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도민행동)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반대위)는 9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제2공항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제주공항 확장'이 33.6%로 '성산읍 부지 제2공항 신설'(24.4%) 보다 9.2%p 높게 나왔다.

반면, 제주도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2공항 추진 찬성 63.7%, 반대 24%로 나왔다. 이 결과에 따라 제주도는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 개발 필요성을 인식한다면서 국토부에 제2공항 조기 추진을 요청했다.

제주도가 국토부에 조기 추진 요청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접한 반대위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기에 이른다.

반대위 김경배 부위원장이 “제2공항 관련 용역 검증”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 반대 주민들과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돌아가면서 1일 연대 단식에 나섰다. 제주도청 맞은편 인도에는 농성 천막도 설치됐다.

김 부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제주도가 공문에 '도민 대다수가 제2공항을 원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기억한다. ‘제2공항 추진으로 이득 보는 사람들만 제주도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심지어 제주도는 국토부에 제2공항 조속 추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렇게 단식 투쟁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경배 부위원장이 35일동안 단식농성을 이어갔을 때 제주도와 반대위는 격렬한 토론을 벌였고, 제주도는 반대위가 요구해온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을 수용해 국토부에 용역 재검증을 요구키로 결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단식 42일째인 11월20일 단식을 전격 중단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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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타당성 검증에 합의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강원보 반대위 집행위원장.
이후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검증 용역과 기본계획 용역 분리 동시 발주’ 카드를 내밀었지만, 반대위는 ‘사전타당성 검증 용역 우선’을 요구하면서 다시 난항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2017년 기본계획 관련 예산(39억원)의 불용 방지와 2018년 예산 집행 측면을 내세웠고, 반대위는 ‘동시 발주시 검증 결과 무용론’으로 맞섰다.

이에 반대 주민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2공항 반대’ 상경 투쟁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며 제2공항 추진 반대 의견을 알렸다.

국토부와 반대위는 지속적으로 면담을 가지면서 이견을 일정부분 조율하려 했지만 사실상 결렬되자 국토부는 12월21일 ‘제2공항 사전타당성 검증과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반대 주민을 비롯해 시민사회는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 앞에서 삭발까지 하며 호소했지만 쓸모가 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쟁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론 김 부위원장도 그 자리에 있었다.

김 부위원장은 “국토부가 사전타당성 용역 검증에 따른 중대 하자 등을 판단한다. 검증 결과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제2공항 추진으로 제주도민 전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앞으로도 도민 사회 여론을 모아 제2공항 반대 운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지속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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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고 있는 제2공항 반대위 관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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