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올 한해 도민들은 평안하게 지나가길 기원했지만 어김없이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그 중에는 희소식도 있었지만, 갈등과 대립, 논란과 좌절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다가오는 황금개띠 무술년(戊戌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7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7대 키워드’를 인물 중심으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인물로 본 2017키워드] (4) 임기 마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문재인 정부 진상조사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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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관에서 만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2013년 12월부터 강정마을을 이끈 조 회장은 4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2013년 12월 강동균 전 회장에 이어 주민 2000여명의 삶의 터전인 강정마을을 이끈지 4년만이다. 

임기 내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 회장 취임 당시 강정에서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한창이었다. 공사 반대를 외치던 주민들이 줄줄이 연행되었고, 주민 저항은 극에 달했다. 평생 반농반어로 살아온 순박한 주민들이 대부분 투사가 되어버렸다. 

급기야 제주도까지 나서 제주해군기지 관련 사법처리자의 특별사면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통해 정부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해군기지 갈등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까지 발의했다.

주민들의 요구에 아랑곳없이 국방부는 제주해군기지 부지 밖이자 강정마을 안에 해군관사 건설까지 강행하며 주민들과 또 마찰을 빚었다. 그 당시 조 회장은 주민들이 만든 망루 가장 높은 곳에서 장장 15시간 울분을 토했다.

2015년 1월31일 군 관사 건설과정에서 국방부가 행정대집행에 나서며 주민과 평화활동가 등 24명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사설 용역과 물리적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국방부는 1년 뒤인 2016년 2월26일 찬성측 주민들을 초대해 해군기지 준공식을 진행했다. 반대측 주민들은 이에 맞서 강정생명평화문화마을 선포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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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는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 강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조경철 회장(사진 오른쪽)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이끌다 최근 임기를 마쳤다. 그는 "마을 갈등해소는 해군기지 유치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와 주민 명예회복이 선행돼야 진정한 갈등해소가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제주의소리
조 회장의 머릿속에서도 4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올 초에는 정말 힘들어서 친구들에게 못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평생 농사만 짓다 정부를 상대로 수년간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예요. 그래도 친구들 말에 힘내서 이제 임기를 마칩니다”

그 사이 촛불이 타오르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34억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도 없던 일이 됐다.

2005년 새만금방조제 건설 반대 투쟁, 2008년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 등 과거에도 공공갈등 사례는 많았지만 정부가 국책사업 과정에서 마을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는 없었다.

“박근혜 정권이 지금까지 지속됐다면 가능하지도 않았을 일이죠. 촛불로 무능한 정권을 몰아냈고, 촛불의 힘으로 주민들의 아픔을 보다듬어 줬죠. 현 정부에 고마운 것이 사실입니다”

주민들은 구상금 청구 철회에 이어 특별사면과 공동체 회복 등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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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에는 아픔이 있다. 상처를 치유하면서 분열과 대결의 세월을 넘어 새로운 나라, 화해와 통합의 대한민국을 보게 될 것”이라며 치유를 약속했다.

이어 “해군이 제기한 구상금 소송 철회 및 (해군기지)반대투쟁 과정에서 전과자 딱지를 안게 된 주민 등에 대한 사면복권 추진, 공동체 회복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마을 주도의 공동체 회복 사업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일방적 특별사면이 아닌 해군기지 진상조사를 통한 명예회복이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을 주도적으로 공동체 회복사업이 이뤄지면 어느 정도 앙금이 풀리는 계기가 될 겁니다. 그 전에 진상조사를 통해 주민들이 명예를 회복하는 절차가 마련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서도 공동체 갈등 해소를 위한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강정마을 해군기지 유치 결정, 민주주의 절차에 따른 주민의사 반영 요구, 그것들을 무시한 국책사업 강행으로 발생한 갈등 해소와 마을 공동체 회복에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달라는 간곡한 호소다.

“제주4.3사건처럼 지난날의 잘못을 밝히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강정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상조사, 그것이 이번 정부에 바라는 마지막 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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