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제주의 기업 환경을 ‘황무지’에 비유한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제주도의 특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향토자산에 기반을 둔 융·복합 산업, 지역산업과 연관관계가 높은 산업 등 제주경제의 총량을 키우는 내실 있는 기업들이 속속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제주 향토기업뿐만 아니라 제주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한 범 제주기업 등 아직은 충분치 않지만 제주에서 강소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이들에 대한 각종 육성정책과 지원도 한 몫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의소리>가 제주와 함께 동반 성장 중인 기업들을 송년기획으로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제주와 동반 성장하는 강소기업들] ④ (주)피엔아이시스템...애니메이션 넘어 VR까지

42세의 젊은 CEO, (주)피엔아이시스템 신재중 대표는 제주로 둥지를 옮긴 2011년 7월을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004년 7월 애니메이션 외주 용역 회사로 시작한 (주)피엔아이시스템은 서울 가산 디지털단지에서 제주시 아라동 첨단과학단지로 이전하면서, 6년 만에 매출은 3배·직원 수는 2배 늘어났다. 

사업 영역 역시 애니메이션 콘텐츠에 VR(Virtual Reality)까지 넓히며 ‘괄목상대’ 수준에 올라섰으니, 신 대표와 직원들에게 '제주'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 기회의 섬이다.

26일 사옥에서 만난 신 대표에게 제주로 이전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2004년에 직원 68명과 회사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외주를 받아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회사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창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창작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직원들과 물색했다”며 “부산, 춘천 등 여러 후보지를 다녀본 끝에 제주만한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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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아라동 첨단과학단지에 위치한 (주)피엔아이시스템 사옥. ⓒ제주의소리

현재 (주)피엔아이시스템의 주력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3D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작과 VR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애니메이션은 KBS, MBC, EBS 등 공중파에도 진출한 <모두모두쇼>, <토닥토닥 마음아>, <꼬마 농부 라비> 같은 히트작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영상으로만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연극을 무대 위에도 올렸다. 올해 2월 제주시 삼도2동 재밋섬 1층에 소극장 <두근두근 씨어터>를 차리고, 공연 창작자도 4명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돈벌이와 거리가 먼 예술, 그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연극’을 선택하면서 초창기에는 적지 않은 손해도 봤지만, 관람객 호평과 해외 진출 등의 성과도 거두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는 중이다. 

VR은 콘텐츠 제작으로 시작해, VR 시뮬레이터 제작 전문 기업인 ‘오토빌’을 인수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생산할 수 있게 몸집을 키웠다. 특히 VR의 경우 카카오와 컨소시엄으로 만든 제주 한라수목원 VR 테마파크 ‘PLAY BOX’, 국내 최대규모의 VR테마파크인 '송도몬스터 VR', KT 도심형 VR 테마파크, 제주신화월드 등 굵직한 결과물을 따내면서 국내 VR시장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기업으로 올라섰다. 

신 대표는 아이디어를 주는 장소로서 제주의 매력과는 별도로, 제주도·제주대학교·제주테크노파크 등 도내 기관들의 지원 정책과 관심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 있을 때는 그 흔한 지원 사업 하나 받아본 적이 없다. 동종업계 숫자가 많다보니 정책·지원 기관에서 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제주는 우리가 필요에 의해서 내려왔는데 (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때로는 과분하게 믿기지 않았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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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피엔아이시스템의 3D 애니메이션 작품 <모두모두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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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피엔아이시스템의 VR 제품 <M64Theater>. ⓒ제주의소리

또 “무엇보다 제주도·제주테크노파크·제주상공회의소의 지원, 특히 피엔아이시스템을 위한 트랙(교육 후 취업과정)을 개설해준 제주대와 도외 경력자를 끌어들이는 제주 한라대 프로그램이 좋은 인재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제주에서 고용한 직원이 30여명이나 된다.

‘받아 본 입장’에서 도내 중소기업 지원에 당부하고 싶은 점을 묻자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면 기업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100만원 씩 10곳이 아닌 한 곳이나 500만원으로 두 곳을 주는 식이다. 기업에도 생애주기가 있는데 주기와 규모에 맞는 더 다양한 지원정책이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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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피엔아이시스템 신재중 대표. ⓒ제주의소리
피엔아이시스템은 ‘창작’이 기업 운영에 핵심 요인인 만큼, 직원을 소모품이 아닌 함께 이끌어가는 ‘동반자’로서 여긴다. “투자자는 재무, 경영진은 사업 발굴, 콘텐츠와 아이디어로 회사를 굴러가게 하는건 직원들이다. 대표는 구성원들이 가진 생각에 힘을 더해주고, 더 나은 근로·경제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일 뿐”이라고 자신만의 CEO 정신을 피력했다.

제주에서 한 단계 도약을 이룬 피엔아이시스템의 목표는 두 가지다. 현재 중소기업 대상 주식시장인 코넥스(Konex)에서 코스닥으로 올라가고, 해외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것. 신 대표는 “제주로 이주해서 코스닥에 상장하는 최초의 기업이 되고 싶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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