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제주의 기업 환경을 ‘황무지’에 비유한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제주도의 특성에 기인한다. 그러나 향토자산에 기반을 둔 융·복합 산업, 지역산업과 연관관계가 높은 산업 등 제주경제의 총량을 키우는 내실 있는 기업들이 속속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제주 향토기업뿐만 아니라 제주로 본사나 공장을 이전한 범 제주기업 등 아직은 충분치 않지만 제주에서 강소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이들에 대한 각종 육성정책과 지원도 한 몫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의소리>가 제주와 함께 동반 성장 중인 기업들을 송년기획으로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제주와 동반 성장하는 강소기업들] ⑤ (주)비케이바이오, 제주 자원에 특허기술 덧입혀

처음 가는 길은 두려움이 뒤따랐다.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대기업을 뛰쳐나와 혈혈단신 사업가의 길로 뛰어들 때도 그랬고, 연고도 없는 섬에서 새출발을 해야 할 때도 그랬다. 연구소와 공장을 한 곳에 두는 흔치 않은 시스템을 고집할 때도 일말의 불안을 떨칠 수는 없었다.

가능성 하나만을 보고 뛰어든 제주.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3년새 식구들은 3배로 늘었고, 어느덧 연 매출 100억원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주)비케이바이오의 최혁준 대표(54)는 이제 막 성공 신화의 첫 페이지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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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비케이바이오 최혁준 대표. ⓒ제주의소리
▲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위치한 (주)비케이바이오. ⓒ제주의소리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안에 위치한 비케이바이오는 제주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활용해 고부가 식품원료로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자체브랜드 상품을 생산함은 물론, 대기업에 식품 원료를 납품하는 등 폭 넓은 사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2000년 창립된 비케이바이오는 기능성 식품과 제약.화장품 원료로 사용되는 바이오 소재를 연구 개발하고 무역을 토대로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왔다. 제주로 새둥지를 옮긴 것은 지난 2015년으로 3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다행히 제주도에는 육지로부터 이전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정책이 마련돼 있었다. 기숙사 지원제도를 비롯해 제주테크노파크는 R&D를 통한 제품화.사업화를 지원해 큰 도움이 됐다. 용암해수단지 내 제품의 광고효과와 더불어 제주상공회의소 지식산업센터의 특허관련 지원도 있었다. 뿌리를 내리는 데 지원기관들의 도움은 꼭 필요한 자양분이 된 셈이다. 

시기는 짧았지만, 족적은 뚜렷했다. 제주 이전 당시만 하더라도 25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71명으로 늘었다. 내년에도 6~8명의 추가 채용을 예정하고 있을 정도로 공장은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해 93억원이었던 매출 규모도 올해는 100억원 돌파가 확실시 되고 있다.

최 대표의 '이유 있는 고집'은 회사가 조기에 안착하는데 큰 힘이 됐다.

비케이바이오는 '바이오랩토리(Biolabtory)'라는 보기 드문 개념을 도입했다. 실험실(laboratory)과 공장(Factory)을 하나의 라인으로 가동한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케이바이오는 원료가 들어오면 대부분의 작업이 원스톱으로 진행된다.

연구와 생산은 엄연히 다른 영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냉정히 따지면 산업적으로 효율적인 구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단순히 제품 생산에만 집중하지 않았고, 제주의 소재를 '고부가 가치화'하는 것이 기업의 살 길이라고 확신해 왔다. 물류비가 많이 들고,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제주로 한사코 뛰어든 것도 제주 자원의 가능성을 내다 본 결정이었다.

청정 제주라는 프리미엄으로 '제주삼다수'가 국내 탑 브랜드로 우뚝 섰듯이 최 대표도 프리미엄 제품에 승부를 걸었다.

그렇게 '어니스틴'이라는 자체 상표를 내걸고 만들어진 비케이바이오의 한라봉 쥬스는 여느 '감귤향 쥬스' 맛이 아닌 한라봉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대표 상품인 숙취해소음료 '깨수깡'은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숙취음료보다 뛰어난 효능을 지녔음이 입증됐다. 특수기술로 제조된 브로콜리.양배추즙은 홈쇼핑 조기 완판 기록을 보유했다.

연구의 성과가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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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비케이바이오 내 실험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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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비케이바이오 내 생산설비. ⓒ제주의소리
생산라인에 연구를 접목시키니 활용할 수 있는 영역도 더욱 다양해졌다. 비케이바이오가 자랑하는 펄스에너지기술(Pulsed Electric Field, PEF)은 열을 가하지 않고 살균을 하는 시스템으로, 추출효율이 증대되고 기능성분이 증폭된다는 점이 증명됐다. PEF 기술 보유 업체는 국내에서 비케이바이오가 유일하다.

좋은 기술, 좋은 장비는 곧 좋은 원료를 가져다 줬다. 제주산 브로콜리를 PEF로 가공하자 항암효과가 높은 설포라판(sulforaphane) 성분이 일반 제품에 비해 25~30배 이상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슈퍼 브로콜리'라는 명칭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효능을 지닌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제주 한라봉과 감귤 등의 껍질로 다당의 면역 신약개발을 일궈낸 것도 주목할 성과였다. 천연 소재로서 부작용이 없기에 기존 항암 면역치료제약을 대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최 대표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제주의 중소기업들의 형편이 많이 어렵다. 제품 생산하기에 바쁘지 연구에 힘을 쏟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비케이바이오가 제주의 자원을 갖고 누구나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을 해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비케이바이오를 통해 제주를 전 세계에 알리는 꿈도 넌지시 드러냈다.

최 대표는 "제주의 소재를 개발하고 연구해 세계에 알리는게 앞으로의 미션이다. 그 옛날 진시황이 제주에서 불로초를 찾았듯이 면역이나 항암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데 노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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