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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이런 눈 폭탄 처음, 자식같은 일년 농사 망칠까 걱정"

2018년 01월 12일(금) 16:19
한형진 기자 cooldead@naver.com

[르포] 제주 성산읍 12일 기상관측 최고 22.5cm...비닐하우스 무너지고 밭 작물 피해 우려

“평생 이런 눈은 처음 봅니다. 눈 때문에 일 년 농사를 망치게 생겼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많은 눈이 쌓인 건 본 적이 없어요. 우리처럼 농사짓는 사람들한테는 자식 같은 농작물인데…”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기상관측 이후 최대 적설량을 기록한 가운데 성산 온평리 농민 최모씨가 폭설에 무너져내린 비닐하우스를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삽시간에 눈 폭탄을 맞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시설하우스 농민 최모(50) 씨는 폭설에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무술년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제주도에 폭설이 내린 가운데, 서귀포시 성산읍이 유례없는 ‘눈 폭탄’을 맞았다. 기상 관측 이래 하루 동안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성산읍은 주민들의 각종 피해와 불편이 이어졌다.

▲ 폭설에 눈밭으로 변해버린 온평리 농민 최모씨 비닐하우스. ⓒ제주의소리
▲ 온평리 농민 최모 씨 비닐하우스가 폭설에 무너져 내려 키우던 한라봉 나무가 눈에 깔려 있다. ⓒ제주의소리

최 씨는 지난해 여름에도 폭우에 큰 피해를 본 일이 있어 이번 눈 피해는 설상가상이다. 이번 폭설로 그가 애지중지 가꿔온 비닐하우스는 7동 가운데 2동이 무너졌다. 규모는 약 700㎡. 그는 "폭설로 15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한라봉 나무들이 눈 밭에 깔려 있는 모습을 지켜보니 가슴이 무너진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6시 기준, 성산읍 신산리에 위치한 성산기상레이더에서 관측된 최심적설량(最深積雪量)은 22.5cm다. 최심적설량은 지표면에서 눈이 쌓인 최대 깊이를 말한다. 같은 시기 유수암(15cm), 아라동(16.2cm), 제주시(6.5cm)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루 전인 11일에만 성산지역에 내린 눈은 18.7cm에 달한다. 이는 1971년 성산기상대(현 성산기상레이더)가 들어서서 기상 관측한 이후 47년 만에 가장 많은 최심신적설량(最深新積雪量)이다. 최심신적설량은 하루 동안 새로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를 측정한 높이를 의미한다. 

▲ 온평리 농민 최모씨가 기르는 브로콜리가 잎만 남겨둔 채 이틀간 내린 눈에 파묻혔다.  ⓒ제주의소리
▲ 하얀 눈이 무밭을 덮어버렸다. 무 잎사귀만 보인다. ⓒ제주의소리

성산읍에 이틀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20cm 넘는 눈이 쌓인 건 매우 이례적이다. 지역 주민들은 당장 눈 폭탄으로 생업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난산리에서 무태장어 양식장을 운영하는 송현용(33) 씨는 “양식장 사육 기온은 상시 27~28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틀 사이에 급격히 맹추위가 몰려오면서 평소 사용해온 전기보일러에 더해 경유보일러까지 추가로 가동하는 등 밤새 가슴을 졸였다. 하루빨리 날씨가 풀리길 학수고대 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거렸다.

정덕용(68) 씨는 “감귤 농가는 대부분 수확을 끝내서 괜찮은 편이지만, 무 농사에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폭설도 폭설이지만 여기서 기온이 더 내려가 눈이나 땅이 얼어붙으면 농사는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고 걱정스런 시선으로 하늘을 응시했다. 

이번 폭설로 무, 브로콜리 등 밭 작물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눈이 밭을 아예 덮어버려 피해 확산은 어느 정도 막았지만, 향후 기온 변화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다. 

▲ 제주 성산읍 난산리의 무태장어 양식장에도 한파로 인한 온도조절에 비상이 걸렸다. 양식장 수온이 27~28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가스보일러에 기름보일러까지 추가 가동하는 중임에도 맹추위로 온도가 겨우 25.9도를 가르키고 있다. ⓒ제주의소리
▲ 눈 밭에 묻혀버린 월동무. ⓒ제주의소리

성산읍사무소 관계자 역시 "이번 폭설은 비닐하우스 피해는 적은 편이고, 밭 작물이 다소 우려된다"면서 "제작년 겨울은 눈이 작물 전체를 덮을 만큼 내리지 않았고 바람이 세서 피해가 컸다. 농가들 역시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날씨가 다시 추워지면 피해가 생길테니 앞으로 상황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산읍 신산리에서 30년 이상 살아온 성산기상레이더 시설관리요원 강주범(61) 씨는 “성산읍과 표선면의 경계 지역은 평소 눈이 많이 내리는 편이다. 그런데 한낮에도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건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제주 동부지역은 12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설경보가 해제됐다. 그러나 이날 오후까지 성산읍 일대는 눈과 함께 칼바람 추위가 종일 이어졌다. 특히 기상레이더가 위치한 난산리는 이틀 동안 쌓인 눈이 사라질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을 안길은 여전히 많은 눈이 쌓여 있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난산리 토박이 주민 오하옥(80) 씨는 “한 낮에도 눈이 쏟아지면서 이렇게 쌓인 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됐다. 눈 길에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20분이나 걸어 나와야 했다”면서 “평소 텃밭에서 배추, 무를 키워서 먹었는데 눈 때문에 힘들게 됐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기상청은 12일 오후까지 제주 전역에 1~3cm 눈이 더 내리겠으며, 13일부터 눈이 그치면서 구름 많은 날씨가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다만 찬 바람이 13일까지 이어지면서 체감 온도가 낮겠다고 전망했다.

▲ 12일 오전 6시 기준, 성산읍 신산리에 위치한 성산기상레이더에서 관측된 최심적설량(最深積雪量)은 사상 유례없는 22.5cm다. 이날 오후에도 약 20cm의 적설량을 보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 갑자기 들이닥친 폭설과 한파로 곳곳에서 난방유 주문도 이어진 가운데, 주유 트럭이 미끄러져 갓길에 빠졌다. ⓒ제주의소리
▲ 버스정류소 승차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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